[미디어파인=김용훈의 썰전] 우리의 가까운 시절에는 친일이라는 완장으로, 한국동란 때에는 나와 다른 이념을 가진 자를 마녀사냥하느라 완장을 차고 유신시대에는 독재와 비 독재를 위해 완장을 차고 다녔다. 그리고 지금은 민주와 비민주로 서로에게 빨간색과 노란색의 명찰을 붙이며 완장을 찬 사람들이 광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신념과 이념으로 진영을 만들고 명찰을 붙여가며 완장을 차고 거리를 메워서는 안 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딱지주의 완장정치 다수의 독재 소수의 압박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명찰도 완장도 떼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나와 무척 다르지만 웃으며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금의 자유를 아름답게 지켜주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민주주의이다. 나와 다르고 같은 편끼리 패거리와 완장을 치며 가가호호 반동 분자를 적출하는 것은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시민의 공포정치이며 이 또한 색깔론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기회주의자가 된다. 우리는 하나인 시민이고 하나의 인권이자 이웃이고 같은 편이다. 사실과 비사실로 나누어 치열하게 싸우지 말고 사실이 아니면 사실을 따뜻하게 먼저 보여주고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한 부분마저 사랑해주는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 의식을 가져야 한다.

유럽의 프랑스혁명 때 라 마르세예즈라는 군가를 작곡한 작가 겸 작곡가 클로드 조셉 루제 드 릴은 혁명이 정리되고 수많은 피와 분열을 나은 혁명을 다수의 색이 옳더라도 그 방법에 작은 색을 배척하고 경멸하고 안아주지 못하고 짓밟고 버린다면 그 또한 폭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1796년 젊은 장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군부의 지지 아래 집정내각을 선포할 쯤 프랑스혁명은 가장 필요한 개혁이지만 가장 후퇴한 구테타 였다는 말을 한다. 급진 혁명세력가이자 민주 봉기에 앞장선 그가 죽기 전 “프랑스여 영원하라.” 라고 한 말은 두고두고 역사가와 정치가에게 회자 되었다. 이 말은 결국 당시 혁명이 필요한건 프랑스 국민이고 프랑스 전체를 말하는 것이지 공명심에 눈이 먼 마녀사냥 그리고 다수의 성난 군중을 대변하는 개혁은 오래가지 못해 또 다른 독재정권과 집권세력에게 독재를 내주는 꼴이라는 것이다.

우리 또한 그렇다. 나는 모두가 살길을 찾기 위해 한목소리를 냈지만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또 하나의 공포정치를 조장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는 반대편의 목소리가 우리보다 작다고 무시하였고 나보다 하나 적은 사람에게 힘의 논리를 보여준 사례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지금 우리는 혁명이고 정의라고 설명하지만 언젠간 혁명 속에서 다치고 죽어간 시민들의 후손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과연 정의로웠고 진실 된 개혁을 위한 솔직한 혁명이었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나또한 소수의 의견으로 폭군에 가까운 의견지배권을 내세울지도 모르겠다. 결국 완전한 찬성도 없듯이 완전한 반대도 끌어들이지 못하기에 어떤 이념에도 정의롭고 진실 된다는 것은 없다. 다만 하나 더 커진 의결권으로 또 하나의 힘의 논리를 밀어붙이는 것뿐이다.

우린 지금 어떤 완장을 차며 무엇이 완장을 차게 하고 서로에게 딱지를 붙여가며 창살을 내미는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 모두가 아름답고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진실 하나를 두고 거인과 소인이 지배하고 그속에서 또 다른 피의 숙청이 시작된다면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힘의 논리를 정의로 표방하여 나오는 아름다움 구테타 명분있는 폭력이 되는 이유가 된다. 프랑스의 대의 정치 그 속에는 살기를 바라는 또 다른 시민 세력은 그저 대의 정치라는 큰 목소리의 폭력성이라는 것을 교훈삼아 우리 역시 죽어가는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완장을 찬 낙인을 찍기보다는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대표]
정치·경제 컨설턴트
시사칼럼니스트
시인(2011년 등단)
현)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저서 : 새벽한시간, 지하철안에서 생각을 만나다
      남자시, 그렇게 보낸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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