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열린책들(토끼와 거북이)

[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성평등 보이스] 토끼와 거북이가 낮잠을 자지 않고 경주하면 누가 이길까? 토끼가 이길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육지에서 경주하는 것으로 동화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결과가 어떨까?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地動說)을 주장했다가 1633년 종교재판에 회부됐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태양이 지구 주변을 돈다는 당시의 고정관념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갈릴레이가 가톨릭에서 완전 복권(1992년)되기까지는 수백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오랜 기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요즘은 지구가 둥글고,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는 사실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구가 평평했다가 원형으로 바뀐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잘못된 고정관념을 지녔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흑인과 여성에게 인권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영국에서 노예무역폐지법이 1807년 제정되고, 미국에서 링컨 대통령이 1863년 노예해방선언을 할 때까지 흑인들은 인간 이하 취급을 당했다. 여성들에게 소유할 권리, 교육 받을 권리,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허용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미국에서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참정권 획득 시점은 어느 쪽이 먼저일까. 흑인 남성은 1870년, 여성은 1920년이다. 여성이 50년 늦었다.

▲ 영화 <서프러제트> 스틸 이미지

이처럼 고정관념은 맞는 경우도 있지만 틀린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신봉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겸손한 자세를 갖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고정관념은 ‘잘 변하지 않는, 행동을 주로 결정하는 확고한 의식이나 관념.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 대한 단순하고 지나치게 일반화된 생각들’(표준국어대사전)을 말한다. 부정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착각해서 마치 진리인 것처럼 굳게 믿는 것이다. 선입견, 편견일 수도 있다.

발명품 개발을 비롯한 과학 발전은 곧 고정관념 타파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 등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이 개척된 것은 대부분 고정관념에서 벗어났기에 가능했다.

날개를 위 아래로 퍼덕여야만 날 수 있다? 모든 물질은 음속을 돌파하면 파괴된다? 자동차는 육지에서만 이동할 수 있다? 프린터는 종이만 인쇄한다? 이런 고정관념을 깼기에 고정식 날개의 비행기, 초음속 항공기, 수륙양용 자동차, 3D프린터가 출현할 수 있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계란을 똑바로 세우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콜럼부스에게는 가능했다. 그 이유는 계란을 깨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창의성에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창의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프트 파워가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특히 더 그렇다.

산토끼의 반대말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집토끼, 끼토산 정도까지 생각해 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고정관념의 굴레어서 조금만 벗어나면 죽은 토끼, 판 토끼, 알칼리 토끼, 들토끼, 바다토끼, 강토끼 등등 많은 대답들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길 가는 사람, 또는 지하철이나 버스에 서 있는 사람들의 신발을 보고 나이나 성별, 외모 등을 상상해 보라. 그리고는 얼굴 등을 바라보며 자신의 예상과 다른 것이 없는 지 대조해 보라. 은연중에 신발과 관련해 우리 안에 내재한 고정관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고정관념을 깨고 새롭게 발상하면 좋겠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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