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우리가 만나 살게 되는 사람은 일종의 ‘완제품’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패키지’라서, 자신이 원하는 부분은 가지고 원하지 않는 부분만을 새 것으로 교체할 수 있는 ‘조립품’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조금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누군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하는 것입니다. 사실 사랑한다고 해서 상대의 단점까지 사랑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저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적어도 ‘뜯어고치기를 요구하지 않기’ 정도의 결심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서 반드시 고쳐져야 할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억지로 참기만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문제의 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나중에 감당할 수 없이 큰 문제로 터져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강조하려는 점은 상대를 고치려는 ‘싸움’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일단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첫째는 상대와 협상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상대에게 고칠 점을 제시하면서, 상대가 제시하는 자신이 고쳐야 할 점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만약 그 제시 항목이 두 사람 모두에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그 다음 순위의 항목을 제시하여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에서 타협을 하면 됩니다. 이 약속이 잘 지켜진다면, 이전에 어려웠던 한 순위 위의 문제로 되돌아가서 타협을 시도하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약속이 잘 지켜졌을 때 ‘서로 감사하며 칭찬하기’입니다. 또 설령 상대가 잘 지키지 못했더라도 너무 강하게 질책하기 보다는 다시 노력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기술’입니다.

두 번째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우선 상대의 단점에 대한 지적을 멈추고 대신 장점을 찾도록 합니다. 매사에 철두철미하다거나 반대로 아주 느긋하다거나, 관점이 달라서 그렇지 장점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장점을 찾아서 자신이 그렇게 해보라는 것입니다. 이 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상대의 고칠 점에 대한 맞대응으로 초점을 맞춰서는 안됩니다. 이래서는 문제만 더 악화될 것이 뻔합니다. 만약 상대의 장점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대단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대의 장점을 따르려고 해보면 그것이 의외로 어렵다는 발견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상대의 장점은 자신의 단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것이 왜 그리 어려울까요? 우선 자신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고 또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아도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게 단점으로 보여서 고쳐주고 싶은 점들이 상대에게는 오랫동안 익숙한 것이라서 쉽사리 바꾸지 못하는 것입니다. 추가하자면, 자신이 자발적으로 상대를 따라 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억지로 고치라고 하면 상대의 입장에서 순순히 따를 마음이 생길 리 있겠습니까? 또 혹시 잠깐은 억지로 따라 할 수는 있을 지는 몰라도, 이런 상태를 좋은 부부관계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불필요한 부부싸움을 상당히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가 내 말을 따라주지 않더라도 그것이 나를 무시하거나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도 상대에 대해서 계속해서 거슬리는 점이 있을 때는 한발 물러서서 생각해보십시오. 당신은 상대를 위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당신이 불편하기 때문에 고쳐달라는 것은 아닌가요?

어쩌면 당신은 “상대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해주어야 한다”고 말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이 상대를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받아줄 수 없나요? 때로는 문제를 고치려는 시도가 오히려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경우들이 아주 많습니다.

당신의 지적에 분명한 일리가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에게도 좋을 거라는 이유로 상대를 고치려 하거나,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상대의 습성이 나를 괴롭히려는 고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면, 구태여 상대를 비난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상대의 잘못보다, 내가 못 견디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풀어가십시오.

제가 드리는 말씀이 결혼생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도 닦는’ 이야기 같은가요?
맞습니다. 기도원이나 암자에서만 도를 닦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생활이 바로 도를 닦는 것입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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