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용훈의 썰전] 헌법 제1조 1항 대한미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 2항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는 엄중한 선언이 되어있다. 선언은 단순히 법의 허용되는 범위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이 허용되는 자유와 권리 그것으로 인한 책임까지 묻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민주공화국은 어떤가? 실체적의 의미 말고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어떨까 말이다.

천민과 중인 그 위에 신하와 왕이 구분지어 있는 것은 아닐까? 분명 없다. 그런 용어는 하지만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왕을 두고 킹메이커로 자청하는 간신들과 곳간을 열어 왕권을 여는데 도움을 주고 빈 곳간을 다시 백성의 고육을 짜서 메우는 무리가 있다. 때는 바야흐로 2017년 시대에 민주란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가슴 뛰게 하는 용어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라티아(Democratia)가 아닌 우리의 민주공화국은 어디 있는가? 겹겹이 쌓여있는 계급사회가 아닌 자유와 진실, 정의 그리고 책임과 도덕이 겹겹이 쌓여있는 민주공화국은 어디 있는가. 민의가 자유롭게 소집되어 국가의 도덕성을 토론하고 지도자의 책임을 묻는 아테네 성전은 무늬만 있을 뿐 실제로 그렇게 되면 지도와 간신이 들고 일어선다. 뿐만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부패한 세력들은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구속과 책임이라는 표어를 걸고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한다.

공동체란 위아래가 없고 넓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일체감을 형성해야 할 민주 공동체는 질서와 균형이라는 미명아래 민중의 중심에 서려고 한다. 정치는 무릇 물이 새지 않고 썩은 물이 안으로 범람하지 않도록 둑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귀한 물이 범람하고 더러운 물이 침범하면 그 모든 책임을 공동체라는 미명아래 단체기합을 받게 한다. 둑을 쌓고 수리하며 지키는 자는 없다는 것이다. 있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말 그대로 민주주의는 오남용이 되고 잘못된 책임 소재로 다시 백성들에게 돌아오고 만다.

결국 물이 물을 막고 물이 물을 정화하는 고단한 역할을 자청해야 만이 깨끗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진정한 민주주의는 둑을 가까이하는 백성이 없어야하고 둑을 세우는 백성 또한 없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둑에서 멀리 떨어져 관리인과 연신 보수작업을 하는 정치지도자와 관리원들이 그 앞에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민중이란 이름으로 민중 중에 민중이라는 미명아래 정치인들은 되려 물의 한 가운데에 있다.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선은 관리자가 책임지고 흑은 지배당하는 자가 알아서 피하고 수질검사를 해야 하는 이 시점에 우리의 민주 역사는 역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민주이고 공화국이며 무엇이 중한지를 다시 점검하고 역할론을 바꿔야한다.

위치와 역할이 항상 뒤바껴 결국은 또 지도자를 자르고 다시 세워도 백성은 변두리에, 관리자와 세력들은 그 중심에 서서 물 한 방울 버리지도 더렵혀지지도 않고 고요히 살게 된다. 우리는 민주와 공화국이라는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고요히 맑은 물을 마시고 고요히 바람을 느끼며 신선한 공기를 불안하지 않게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하다.

“다함께 차차차!”라는 구호로 어느 편에서 서서 또 변두리와 중앙정치라는 민주공화국의 특별한 아집을 꺾어대고 그냥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놔두고 한 방울의 물방울이 버려지지 않고 한 방울의 물방울이 더러운 곳에 오염되지 않도록 우리는 스스로 자정능력을 키워야 한다. 어느 누구도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그대 역시 우리와 똑같은 민중이라는 것을 망각하지 않도록 스스로 성찰하고 감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대표]
정치·경제 컨설턴트
시사칼럼니스트
시인(2011년 등단)
현)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저서 : 새벽한시간, 지하철안에서 생각을 만나다
      남자시, 그렇게 보낸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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