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이 ‘택시운전사’를 추격할 수 있는 비결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7.08.11l수정2017.08.1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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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년경찰> 스틸 이미지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0일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쇼박스 배급)가 35만5190명을 동원하며 616만8267명의 누적관객 수를, ‘청년경찰’(김주환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이 27만7392명을 동원해 62만2353명의 누적관객 수를 각각 기록했다. ‘덩케르크’와 ‘군함도’의 돌풍마저 손쉽게 잠재운 ‘택시운전사’를 ‘청년경찰’이 바짝 뒤쫓을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외형상 ‘청년경찰’은 ‘택시운전사’에 비교가 안 된다. 제작비 45억 원에 주인공은 박서준과 강하늘. ‘택시운전사’는 100억 원에 송강호라는 ‘어마무시’한 배우가 첨병에 나서고, 할리우드의 베테랑 토마스 크레취만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박서준 강하늘’ 조합에 절대 뒤지지 않을 유해진과 류준열이 뒤를 받치는 가운데, 심지어 드라마 ‘초인가족’과 영화 ‘장산범’의 남자 주인공 박혁권이 우정출연하는 수준이다.

스토리의 무게감도 다르다. ‘택시운전사’는 심지어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생소할 고등학생마저 숙연하게 만들 만큼 현대역사의 아픔을 정면에서 조명하며 계몽의 역할을 한다. 한때 왜곡됐고, 그 세력이 또다시 왜곡하려는 비극을 알리는 과정에서 ‘사람은 뭣으로 사는가?’라는 인식론적 철학까지 내던진다.

▲ 영화 <청년경찰> 스틸 이미지

이에 비해 ‘청년경찰’은 코미디와 수사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에 충실한 상업성을 전면에 배치했다. 반전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사람이 귀신이었다’는 이미 익히 알려진 공포영화의 반전의 공식과의 연장선상에서 멀리 달아나진 못한다. 박서준과 강하늘이란, 젊은 여자들에게 인기 높은 남자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운 버디무비의 형식도 새로울 게 없다.

블록버스터나 장르영화라고 하면 시나리오가 의도하는 흥행의 탄착점 설정과 과정이 확실하고, 감독의 상업적 설계가 정확한 데 충실하기 때문에 배우의 역할은 그 의도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에 있기 마련인데 ‘청년경찰’은 그 순서가 바뀐 게 가장 큰 강점이자 개성이다. 마치 노련한 홍콩경찰 리와 그에 반해 어수룩하고 수다만 늘어놓는 LA경찰 카터 역의 청룽과 크리스 터커의 매력에 전적으로 기댄 ‘러시아워’처럼 박서준과 강하늘의 조화와 이를 통한 시너지효과만 믿고 카메라를 들이댄 듯한 느낌이 짙을 정도로 그들에 대한 의지(依支)가 크다.

▲ 영화 <청년경찰> 스틸 이미지

‘청년경찰’은 각자 다른 이유로 경찰대학에 입학한 기준과 희열의 어수룩한 성장기로 시작된다. 정예 경찰 자원을 뽑기 위해 어떻게든 함량미달의 학생들을 탈락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주도하는 학교 측과, 무슨 수를 써서든 살아남아 취업에 성공하고자 고군분투하는 N포세대 탈출희망자들의 안간힘 속에서 기준과 희열은 나름의 주특기를 살려 담당 양 교수(성동일)의 눈도장을 받는 데 성공한다.

그들은 아직 청춘이기에 크리스마스이브에 ‘반쪽’을 찾아 강남의 클럽을 전전하기도 한다. 바로 그날 그들의 눈에 하트가 발생하도록 만든 한 묘령의 여인이 납치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부터 영화는 미스터리 서스펜스로 장르를 갈아탄다. 아직 학생인 둘은 경찰 흉내를 내가며 범인을 쫓다 자신들의 예상과 능력을 뛰어넘는 엄청난 조직임을 알게 된 후 양 교수 등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부터 액션활극으로 또 한 번 변주된다. 그리곤 상업영화의 정석대로 해피엔딩에 다시 청춘물로 회귀하면서 마무리된다.

▲ 영화 <청년경찰> 스틸 이미지

이 뻔한 기승전결은 그런데 왠지 ‘택시운전사’와 닮았다. 다수의 관객들은 믿고 보는 배우 1순위로 송강호를 뽑길 주저하지 않는다. ‘택시운전사’의 댓글 역시 그런 내용 일색이다. 이는 그가 모든 장르에 어울리고, 모든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낼 줄 아는 만능에 가까운 연기력과 배역의 소화력을 지녔기 때문인데 그 중에서도 특유의 코믹한 설정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피아에 대해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요소가 특히 강하게 작용한다.

만섭(송강호)은 아내를 잃고 어린 딸을 사글셋방에서 키우며 어렵게 사는 택시운전기사다. 딸이 주인집 아들과 다투다 얼굴에 상처가 나자 호기롭게 주인집 문을 두들기지만 주인집 사모님이 나와 밀린 월세를 달라고 호통을 치자 모든 용기가 사라진 채 등을 돌리는 게 대표적이다. 또한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다 옆 테이블의 기사들이 독일기자 피터 얘기를 하자 슬그머니 일어나 뒤도 안 돌아보고 국도극장으로 달려가 서툰 영어로 그 손님을 빼앗는 시퀀스 역시 송강호답다.

▲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이미지

광주에 도착한 그는 피터에게서 미리 요금을 받자 저항시민들을 태운 트럭에 탄 피터의 뒤를 좇다 슬그머니 핸들을 돌리는 얍삽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여기까진 기준과 희열의 클럽 탐방기다. 두 사람이 갑자기 영웅심을 발휘해 실종소녀 찾기에 나서듯 핸들을 돌렸던 만섭은 시위 중 부상당한 아들을 찾아 병원에 가겠다며 갈 길을 막는 할머니를 어쩔 수 없이 태우고 병원에 도착한 뒤부터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기준과 희열이 양 교수의 충고를 무시하고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경찰놀이를 하다 목숨을 잃을 뻔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수많은 소녀들을 구하고자 겁 없이 달려드는 시퀀스는 만섭이 진압군의 총탄이 휘날리는 아수라장을 휘저으며 부상자를 구하는가 하면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피터를 광주에서 탈출시키고자 사복조장과 그 일행들의 추격에 맞서 죽음의 레이스를 펼치는 시퀀스와 평행선을 이룬다.

▲ 영화 <청년경찰> 스틸 이미지

이렇게 ‘청년경찰’은 가벼운 듯하지만 의외로 진중한 면모를 갖췄다. 무모하게 실종소녀 수사에 뛰어들었다 결국 지구대에 체포된 후 양 교수의 도움으로 기숙사로 되돌아올 수 있었던 기준과 희열은 현실의 벽에 부닥쳐 고뇌하고 갈등한다. 눈앞에서 한 소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된 것을 목격하고 강남경찰서에 신고하지만 경찰대 출신 선배라는 강력계 형사는 “서장님 지시가 우선”이라며 외면한다.

양 교수 등 다른 경찰들은 “절차가 필요하다”며 최소한 일주일은 걸려야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형식만 앞세운다. 여기서 영화는 공무원, 특히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경찰의 행정우선주의, 형식편의주의 등의 고루하고 고착된 무사안일주의를 심하게 꼬집는다. 그리곤 기준과 희열을 앞세워 프레이리의 의식화를 주창한다.

▲ 영화 <청년경찰> 스틸 이미지

기존 경찰조직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귀납법적 영국의 경험론에 의해 차근차근 계단을 밟기를 추구한다. 이에 비해 혈기왕성하지만 경험이 없고, 정의감은 투철하지만 그걸 완성할 힘이 부족한 기준과 희열은 현실적 사회모순 앞에서 감정 견해 사상 인식 추리 추상 등을 총동원해 ‘현실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민중의 의식화를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그건 바로 피터와 광주 시민의 배려에 의해 홀로 있을 어린 딸을 돌보기 위해 떠밀리다시피 서울로 향하던 만섭이 “손님을 두고 왔어”라고 뇌까리며 갑자기 핸들을 돌림으로써 인격을 완성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뭐니 뭐니 해도 ‘청년경찰’이 대중을 강하게 흡입하는 마력은 박서준과 강하늘이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와 귀여운 행동에 있다. 유행에 철저하게 따르는 신조어를 활용한 다소 거친 구어체는 20대 전후 세대엔 짙은 공감을, 중년층 이상에겐 과하지 않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트렌디한 감성을 각각 전해줄 뿐만 아니라 데칼코마니 같은 그들의 몸짓은 우정이 경쟁에 의해 감금된 시대적 아픔을 겪는 관객들로 하여금 감성과 낭만의 해동을 경험하게 해준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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