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부부 간에 생길 수 있는 성적 불만을 예방하고 부부가 함께 성적으로 만족할 수 있기 위해서는 ‘성적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성적 대화란 성적인 의미를 가지는 모든 것들, 즉 성에 관계되는 각자의 욕구와 기호, 신체적인 성감대 및 성적 환상 등에 관한 모든 대화를 말합니다.
통상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성적 모험심’이 강한 편이어서 적극적으로 성적 공상을 즐깁니다. 그래서 부인과도 여러 가지 성적 시도를 해보고자 합니다. 더러는 부인이 호응해줄 것 같지 않아서 또 단순한 호기심으로 다른 파트너와의 성적 모험을 갖기를 꿈꾸기도 합니다.
적잖은 여성들이 자기 남편이 포르노 영상을 보면서 자위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곤 합니다. 물론 결혼한 사람으로써 부인이 아닌 다른 대상을 성적 만족 수단으로 삼는 것을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없다면, 부인에게 성적 불만이 없는 남성도 그럴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여성들의 대부분은 그런 ‘이상한’ 상상을 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편입니다.
사실 사회의 성적 개방에 따라 여성도 다양한 성적 환상을 가지곤 하지만, 그 행위 자체보다는 낭만적인 느낌을 더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일부 여성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기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 남성이 성적 행동을 시작하면 실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몇 번 이어지면 이 남자가 자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성 행위만을 목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경계하게 됩니다.
이런 여성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은 여성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자신에 대한 거절로 잘못 해석하여 화를 내거나 집요한 요구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잘못을 저지르곤 합니다. 이런 차이는 반드시 남녀의 성별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각 개인의 특성과 주변의 상황에 따라 다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다른 성격적 특성과 마찬가지로 성에 대한 개인적 취향 역시 좀처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이런 차이점들을 잘못 이해하면 공연히 부부의 불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성적 태도의 차이가 불화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했듯이 서로의 느낌과 입장을 솔직하게 주고 받는 성적 대화가 중요합니다. 이는 평소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특성과 처지를 잘 알아야 부부 불화를 예방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성 자체는 본능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부부 관계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도 부부간의 성적 대화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성적 대화를 통하여 부부가 각자의 성적 환상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협력할 수 있다면 훨씬 풍부한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때, 자신의 성적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상대가 불편해 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겪을 수 있는 위험이나 수치심에 대한 배려 없이 갑자기 새로운 성 체위를 요구한다면, 그 상대는 불쾌감을 넘어 공연한 의심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했다고 해서 상대가 그대로 응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로서는 당연히 싫어할 수도 있으며, 그것이 자신을 거절하는 것은 아니라는 마음자세가 필요합니다.
좋아하는 것뿐 아니라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관계가 좋은 부부 관계인 것입니다. 성적 모험을 즐기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대체로 안정된 관계의 확인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는 편입니다. 때문에 자기 남편이 다양한 성적 경험을 원한다는 점을 알게 되면 대단히 혼란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자신은 남편의 요구를 모두 채워줄 자신이 없는데, 자신이 거절하면 자신을 성적으로 부족하게 여긴 남편이 다른 여자를 찾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욕구를 다 충족시킬 수 있는 여성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상식적인 남성이라면 자신의 성적 환상을 다 실현하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에 부부관계에 대해서 자신감을 잃을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남편의 성적 환상을 거부감 없이 들어주고, 남편이 잘못 알고 있는 점이나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