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양탱의 인간생활 관찰기]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100달러의 주인공이기도 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겹게 이 말을 들었던 나는 어떤 과제도 그 날 안에 못 끝내면 오늘 일을 내일로 미뤘다는 사실에 항상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하지만 때로는, 오늘 할 수 있는 일도 내일로 미루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그 일이 중요할 때는 더욱 그렇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이자 라드바우드대학교의 무의식연구소 소장인 압 데익스테르후이스(Ap Dijksterhuis)는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는 실험참여자들에게 ‘아파트를 함께 사용할 룸메이트를 구하고 있다’라고 상상하도록 하게 한 후, 3명의 룸메이트 후보에 대한 긍정적 자질(깔끔하다, 배려심이 있다 등)과 부정적 자질(잘 어지른다 등)에 대한 총 36개의 정보를 제시했다. 개별정보는 컴퓨터 화면에 2초간 무작위 순서로 제시되었으며 후보 A는 긍정적인 자질 8개와 부정적인 자질 4개, 후보 B는 긍정적인 자질 6개와 부정적인 자질 6개, 후보 C는 긍정적인 자질 4개와 부정적인 자질 8개로 구성되었다. 즉, A, B, C 순으로 좋은 룸메이트 후보였으며 참가자들은 누가 좋고 나쁜지 구분하면 되는 실험이었다.

연구는 세 명의 룸메이트 후보에 대한 36개의 정보를 모두 제시받은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눈 후 후보를 평가하도록 시행되었다. 첫 번째 그룹은 즉시 판단 조건 그룹으로, 정보제시가 끝나자마자 바로 평가가 이루어졌다. 두 번째 그룹은 의식적 판단 그룹으로, 정보제시가 끝난 후 4분 동안 정보를 토대로 고민할 시간을 주었다. 마지막 그룹인 무의식적 판단 그룹은 정보제시가 끝난 후, 그들이 본 룸메이트 후보들에 대한 자질을 잊게 하고자 4분 동안 다른 과제를 수행하게 한 후 측정하였다.

그 결과 즉시 판단 그룹보다는 의식적 판단 그룹이 후보 평가를 더 정확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허겁지겁 판단하는 것보다는 주어진 토대로 고민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무의식적 판단 그룹이 의식적 판단 그룹보다 룸메이트 A가 룸메이트 C보다 더 좋은 후보라고 정확하게 판단하였다. 주어진 복잡한 정보를 의식적으로 열심히 고민하는 것보다 무의식적으로 복잡한 정보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 더 좋은 효과를 만든 것이다. 연구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내일로 결정을 미루는 것도 문제해결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무의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의식적으로 할 과제에 대해 관여하고 고민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무의식적 사고도 문제해결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데익스테르후이스는 우리가 마음속에 특정한 지적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무의식적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단순히 미룬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고민이 이뤄지고 난 뒤에야 한 발 뒤로 물러나도 된다는 뜻이다.

확실히,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오늘 끝낼 수 있는 일은 오늘 끝내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시간을 더 탄력적으로 쓸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중요한 일이라면 비록 오늘 끝낼 수 있는 일‘도’ 내일로 미뤄 보자. 우리가 잠시 그 문제를 잊고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에 우리의 무의식이 문제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준비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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