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원영빈의 리딩이야기] "영어를 배우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며, 재미있고, 시간을 단축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영어책 읽기이다"

다행히도 요즘은 영어책 읽기의 중요성과 장점에 대해 아는 부모들이 많아져서 영어책 읽기가 '중요하다'거나 '좋다'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서 영어책 읽기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영어책 읽기에 대해 몇 가지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의 하나가 영어책 읽기의 시간과 양을 무시하고 영어책 읽기만 하면 금방 다 되는 것처럼 ​​영어책을 얼마 읽지도 않은 아이에게 높은 수준의 영어실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겨우 1년 정도 책을 읽은 아이에게 실력보다 높은 단계의 책을 읽고 해석을 시켜본다거나, 북 리포트를 쓰게 한다거나, 그 책의 내용을 영어로 이야기해 보라하고, 추론 능력을 내세워 에세이나 토론 등의 능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바로 영어책 읽기를 그만두게 하고 그 전의 암기식 학습 방법으로 되돌아 가게 하니 정말 안타깝다. 아마도 우리에게 익숙한 '빡센' '암기식' 영어가 아닌 그저 편안하게 책만 읽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한계를 느껴, 영어책 읽기를 그만두게 하는 자기합리화 정도일 것 같다.

하지만 영어책 읽기를 그만 두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한가지 일이 더 있다. 반드시 같은 수준의 국어책을 읽고 내용을 물어본다거나 토론을 하게 한다거나 독후감을 쓰게 해보라.  아마도 십중팔구, 대부분의 아이들은 국어 책을 읽고도 어른들이 원하는 기대만큼 하지 못할 것이다. 평균적으로 초등 3~4학년 아이들이 또래 수준의 국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면 A4 한 장 정도를 채울 수 있을까? 문법적으로 어순이 바르고 띄어쓰기와 받침이 다 맞을까? 그 책의 내용을 조리 있게 전달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도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말 환경에서 10여 년을 자란 아이들도 책을 읽고 이제 겨우 한 두 페이지 분량의 독후감을 쓰거나 내용을 말할 정도인데, 이상하게도 영어책 읽기를 하면 1~2년 안에 반드시 그런 능력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작은 문법적 오류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가 지금까지 영어 공부를 책 읽기로 하지 않고 학습으로 한 방법들이 틀렸다고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어른들이 요구하는 능력들이 가능한 아이들도 있다. 영어권에서 오랜 시간 거주하였거나, 영어 혹은 언어에 감각이 있다든가 또는 어렸을 때부터 국어책을 꾸준히 읽은 친구들의 경우는 1년에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제 막 영어책 읽기를 시작한 친구들 (2년 이하)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들이다. 도리어 어른들의 강제적인 요구는 이제 막 영어책 읽기의 재미를 붙여가는 아이들에게 자칫하면 책 읽기의 재미마저 놓쳐버릴 수 있다.

이처럼 영어책 읽기 교육의 방향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 초등 영어책 읽기의 목적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초등, 혹은 처음 영어책 읽기의 목적은 바로 "충분한 노출, 다시 말하면 언어 입력 (Language input)"에 있어야 한다. 그림과 함께 있는 기호가 특정 문자와 소리로 인식이 되고 어떤 의미의 단어라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충분히 채우고 넘치게 노출 혹은 인풋을 해야 비로소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언어 노출 총량 불변의 법칙'이다.

언어 노출 총량이 충분히 채워지면 어른들이 원하는 발화​(language output, 發話)가 가능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기다림이 없이 무조건 '발화'를 하라고 하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말아야 할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심지어는 영어를 생각하면 토가 나올 것 같다는 아이들이 종종 생겨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교육평론가 이범은 미국이나 영국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는 이유를 태어났을 때부터의 영어의 계속적인 노출로 인한 습득, 체득에 가까운 것이라 하였다.

영어를 포함한 모든 언어는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언어 입력 시간과 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그것을 강압적으로 하면 효과가 없고 쉽고 재미있게 해야 오래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책 읽기이다. 책 읽기로 아이들의 뇌에 문자와 그에 맞는 소리로 가득 채워주어라. '언어 노출 총량' 이 채워지면 그때 비로서 어른들이 바라는 글을 이해하여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활동들이 가능해진다.

그 동안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언어 입력에 대한 고마움을 우리는 그냥 거저 얻어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게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언어 입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아이들에게 학습으로 결과물 만을 내라고 몰아쳤으니 아이들이 힘들었을 수밖에 없었다.

어른이 되려면 성장기가 있어야 되는 것처럼 언어의 발달도 자연스러운 언어 습득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강제적이냐 아니면 스스로 즐겁게 하느냐의 효과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 원영빈 키즈엔리딩 대표 - (저서) '공부방의 여왕'

[원영빈 키즈엔리딩 대표] 
숙대학원졸 해외스쿨캠프 제작&기획 
영어리딩 전문가 활동
영어 리딩 전문가 양성 프로젝트
현) 키즈엔리딩 대표

저서 : '공부방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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