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류충렬의 파르마콘] 작금의 화두는 ‘제4차 산업혁명’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언급된 이후,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산업시대를 의미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음에 비추어 그 개념과 범위는 명확하지 못하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언급되고 있는 내용을 정리해 보면, ① ICT, 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산업결합, ② AI, 빅데이터 등 미래예측 분야의 산업결합, ③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신기술과 기존 산업의 융·복합화, ④ 신기술과 인터넷 가상공간을 활용한 국제경쟁력 있는 글로벌 마켓팅 등을 포함하거나 지칭하는 산업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기술의 신규산업화, 융·복합화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준비에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기술개발 R&D, 산업화 지원, 제도정비 등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항은 관련 규제의 정비일지 모른다. 기술, 융·복합화를 통한 산업화를 허용하고 촉진하는 법적(규제)정비 없이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규제정비, 예로 농업용 드론(초경량비행장치, 무인멀티콥터)의 산업화를 들어 보자. 농업분야에서 드론의 활용은 어떤 분야 못지않게 무궁무진(無窮無盡)하다. 지상에서 농기계를 이용하면 하루가 소요되는 일거리도 채 몇 시간 걸리지 않게 된다. 방제, 파종, 영농상태 확인 등 다양한 쓰임새에도 불구하고, 드론의 농업분야 산업화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규제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먼저 드론의 획일적이고 엄격한 조정면허 규제를 살펴보자. 현재 드론은 소유자가 자신의 영농에 활용할 경우에는 가능하나, 이웃 영농활동을 지원하려면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면허가 필요하게 된다. 농업용 드론은 2천만원이 넘는 구입가격으로 자신의 영농에만 활용하기에는 비경제적이다. 따라서 여러 마을단위의 영농에 드론을 활용하여야 가능하게 되나 그러기 위해서는 면허규제의 벽을 먼저 넘어야 한다. 문제는 현행 면허규제가 농민에게 필요한 정도에 비추어 너무 어렵다는 데 있다. 현재의 면허는 고가의 교육비(300만원 이상), 상당기간의 합숙교육(12일)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드론의 영농활용은 일반 드론과 달리 개활지인 농지에서 낮은 높이로 사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사용기술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현행 면허규제로 농민에게 면허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만약 획일적인 면허규제가 아니라 농업용 조작에 적합한 수준의 다소 완화된 면허제도가 별도로 마련된다면 드론의 영농활용은 지금과 다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면허규제 이외에 농업용 드론산업화에는 비행제한, 보험(공제)가입, 기체 등록 및 사용신고 등 더 많은 규제들이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의 문제는 낮은 높이서 사용되고 일부 카메라장치도 불필요한 농업용 드론의 특성이 고려되지 못한데 있다. 현재 농업에 활용하는 드론도 높이 날아가는 일반 드론과 동일하게 비행제한·금지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농민에게 비교적 저렴한 농기계 보험과 별도로 고가의 드론보험(공제가입)에 의무적으로 가입하여야 한다. 또한 농업용은 기체등록 및 사용신고에서 일반 드론과 같이 여러 기관의 승인절차를 동일하게 거쳐야 하고, 농업관련 기관의 절차를 추가하여 규제받아야 한다. 이처럼 일반 드론과 동일하거나 더 불리한 규제로는 농업용 드론산업화의 성장은 어렵게 된다.

농업용 드론 산업화를 위해서는 농업용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정비가 먼저 필요하다. 농업용 드론의 정의·기준을 마련하여 특수농기계로 농업기계화 관련 법령으로 규제하거나, 기존의 여러 규제법령에서 규제하더라도 고도의 기술수준을 요구하는 일반 드론과 차별화되는 규제를 먼저 정비해 주어야 한다. 적합한 규제를 정비하고서야 농업용 드론산업의 성장이 시작될 것이고, 선진국과 경쟁도 가능하게 된다.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현) 국립공주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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