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살아 가면서 부부 또는 가족 관계에서 불편을 겪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불편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기로 결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 이유는 아직 부부가족치료에 대한 인식이 낮고 그 효과에 대한 불신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상담을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다가 포기하고 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아무튼 이런 고민 끝에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은 전문가에게 자신을 힘들게 했던 상대의 잘못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황에 대해서 전문가가 잘 알아야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고, 어느 면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잘못한 사람으로 지목을 받은 이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잘못을 선선히 인정하기 보다는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항변하기 위해서, 거꾸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게 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오가다 보면 나중에는 상담을 받으러 왔는지 싸우러 왔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도리어 기분만 상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일반인이나 경험이 부족한 상담가는 두 사람 모두의 잘못을 지적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것으로 화해를 시키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애초에 상담실을 찾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처럼 상대의 잘못에만 주목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실수를 줄이려는 노력으로는 본인이나 상대 모두 만족을 얻고 행복해지기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문제라고 해서 그 해결 방법도 반드시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얽힌 실타래를 풀려고 하다가 더 얽히게 만든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문제해결 시도는 상황을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미국 프로야구팀 시카고 컵스에서 코치를 하던 짐 프레이는 슬럼프에 빠진 타자들에게 자신들이 잘못한 장면이 아니라 오히려 잘한 경기의 비디오를 보도록 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축구선수 황선홍이나 이동국도 자신이 골 넣은 장면을 되돌려 보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칠 점을 찾으려 하기보다 잘했던 것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다 주었을 뿐 아니라 몸의 감각까지 더 빠르게 회복시켜주었기 때문이다.

부부나 가족들이 뜻하지 않게 겪게 되는 문제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어느 전문가도 부부와 가족이 겪는 문제를 대신 풀어줄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심각해 보이는 경우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가 덜 심각하거나 또는 잠시나마 문제에서 벗어났던 적이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그들의 ‘좋았던 때’를 찾아내서 그 때와 같은 상호작용을 현 상황에서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부부와 가족이 의외로 쉽게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운동 선수들에게 코치의 간단한 한마디가 커다란 영향을 주듯이, ​부부와 가족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서 전문가의 적절한 조언은 상상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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