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승환의 행복한 교육]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Nature)가 ‘한국이 왜 세계 최대 R&D 투자국인가?’ 라는 역설적인 제목의 글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노벨상을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만 결실이 없는 과학계의 문제점에 대해 일침을 가했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네이처는 한국이 2014년 이후 기준으로 GDP대비 R&D투자를 약 4.29%까지 비중을 확대하였고, OECD 평균 이하였던 1999년의 2.07% 대비 약 2배 이상인 세계 최고수준의 R&D투자를 하고 있지만, 보수적이고 토론이 없는 실험실 문화, 노벨상 콤플렉스, 단기적 성과를 위한 정부의 정책 등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무엇보다도 기초 과학에 대한 정부와 학계의 근시안적인 정책이 노벨상 수상과는 거리를 두게 되는 뉘앙스가 읽혀져 다소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2000년도에 김대중 전대통령이 받았던 노벨평화상을 제외하고는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인문과학 분야를 포함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학문적 업적의 노벨상 수상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세계적으로도 얼마 안되는 인구의 유대인들이 노벨상 수상자의 약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많은 시사점을 안겨 줍니다. 노벨상이 창의적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오랜 업적의 결과물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필자는 최근 이스라엘의 주요 교육 기관을 방문했던 현직 교사와 창의적 교육에 대한 많은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이스라엘의 교육 사례를 벤치마킹 하며 좀 더 미래지향적인 해법이 어디에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스라엘의 교육 과정과 교사의 강의식 수업 형태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고, 교사 연수, 교육 기자재 등 하드웨어 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훨씬 앞서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면에서 깊이 들어가 보면 이스라엘 교육의 강점은 크게 2가지 핵심적 요소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스라엘의 모든 교육 과정은 학생들이 정해진 답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장려하는 시스템이 가정에서부터 모든 학교에까지 제대로 바람직하게 상호작용 된다는 것.

둘째, 기존의 주장이나 이론을 비판없이 수용하지 않고 의문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반박이 당연하다는 것. 이로써 새로운 주장이나 이론을 독려하는 것이 일반화 되고 어떤 아이디어라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생활이 습관화 되고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스라엘 정규 교육기관의 체계화된 방법은 아니지만, 유대인 전통학교인 예시바(Yeshiva) 대학교가 활용하는 ‘하브루타(Havruta)’ 교육법도 학생들의 창의성을 일깨우는데 많은 일조가 된다고 합니다. ‘하브루타’는 2명이 짝을 지어 질문하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경청하고 사고하며 함께 상호작용을 통해 공부하는 매우 특이한 방법입니다. 책으로 소개되고 우리나라 교육방송(EBS)에서 다큐로도 방송이 되었습니다. ‘하브루타’는 “왜”라는 물음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한 좋은 방법임에 틀림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일상화된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인 석학들과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어림짐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결국, 창의적 아이디어는 함축적인 한마디인 “왜(Why)”로 출발하여 “어떻게(How)”로 표현되는 가장 기본적인 토론의 장에서 나오게 됩니다.

노벨상 시즌이 시작되는 매년 시월이 되면 우리 언론들은 전년도와 거의 똑같은 기획 기사를 쏟아냅니다. ‘노벨상이 얼마나 권위 있는 상인지’, ‘우리나라의 수상 후보자는 누구인지’, ‘왜 우리는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지’ 그리고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우리나라가 OECD 가입 20년이 넘었으니 아마 20년동안 이렇게 반복해 왔다고 보면 거의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세계가 놀랄 만한 이론을 발견하고도 수 십년후에 그 이론이 검증되어 노벨상을 받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을 보면 앞으로 우리의 학문적 업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노벨상은 일생의 업적에 대해서 받는 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유로 우리나라도 노벨상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가장 기초적인 인간의 호기심의 영역을 끌어내는 교육 시스템의 진일보가 필요합니다.

이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런데 “왜” 우리 교육은 아직도 이 모양일까요?  

▲ 김승환 박사

[김승환 박사]
한양대 공대 기계공학사
충남대 대학원 법학석사 / 법학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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