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성평등 보이스] 심청이가 아버지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몸을 던진 댓가는 공양미 300석. 300석은 약 600가마(80kg 기준)이고, 20kg에 5만원으로 계산하면 요즘 가치로 약 1억 2000만원 정도 한다. 이 정도 돈을 줄 테니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면 응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의 한 의학자는 사람의 몸속에 있는 호르몬 단백질 등을 제약회사 판매단가 기준으로 환산하니 약 600만 달러(약 70억원) 정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수백조원을 쏟아 부어도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지위, 성별, 재산, 외모, 학벌 등에 관계없이 생명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말해준다. 자존타존(自尊他尊) 여존남존(女尊男尊) 즉, 나도 남도 존귀하게 여기고, 여성도 남성도 존귀하게 여겨야 한다. 직업귀천 의식, 남존여비 악습은 사라져야 한다.

▲ 유엔여성 2016 세계 여성의날 주제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세계인권선언 제1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 헌법 제10조, 11조)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이 평범한 진리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지 못할 때가 많다. 지위가 높은 사람은 귀하고, 지위가 낮거나 잘못된 행위를 하는 사람은 천한 것으로 여기기가 쉽다. 남성은 우월하고 여성은 열등한 존재라는 젠더박스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생각에 그칠 때가 잦다.

나도 남도 한결같이 존귀하다는 생각을 갖고 실천에 옮긴다면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해소될 것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아동학대를 당했거나 부모 간 폭력을 목격하며 자란 등의 이유로 자신이 소중한 줄 몰라서 몸을 함부로 놀리거나, 나만 소중하고 다른 사람은 소중한 줄 몰라서 남을 함부로 대해서 차별과 폭력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내성적인 아이는 피해자가, 외향적인 아이는 가해자가 되기 쉽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 3배나 많다. 환경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자존감 저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생명의전화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에게 자신을 껴안아 다독거리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야 000, 너는 매우 존귀한 존재란다.”라는 말을 해보라고 할 때가 있다. 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대부분 중간에 울음을 터뜨리며 말을 맺지 못한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자주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 여우와 두루미 책 표지(북초이스)

존중과 배려도 내가 아니라 입장을 바꿔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로 황금률이라는 격언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다른 사람을 대접하라는 말이다. 내가 치킨을 대접받고 싶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원하는 것을 묻지도 않은 채 치킨을 대접하라는 것으로 이 말을 엉뚱하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황혼이혼과 닭고기, 사자와 호랑이 부부의 사랑 이야기, 여우와 두루미의 우화 등이 그런 사례다. 그래서 아예 알기 쉽게 백금률이라는 말도 나왔다.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를 대하라!

우리 모두가 매일 자신을 껴안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이렇게 속삭이면 좋겠다. “000, 너는 매우 소중한 존재란다.” 그리고 이렇게 외치면 좋겠다. “나도 남도 존귀하다. 여성도 남성도 존귀하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