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서 신호등이 바뀌는 이유 [양현준 칼럼]

양현준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17.09.08l수정2017.09.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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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양탱의 인간생활 관찰기] 여느 날과 달리 번쩍 눈이 뜨인 아침. 당신은 졸린 눈을 비비며 적막하고 조용한 아침이 주는 위화감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황급히 머리맡에 두었던 휴대폰을 켜본다. 울렸어야 했던 알람 대신, 휴대전화 액정 위에 쓰여진 숫자 4개가 당신의 잠을 깨워주는 동시에 출근이 늦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황급히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선 당신. 마음은 급한데 무심한 신호등은 당신 앞에서 정지신호로 바뀐다. 당신이 타야 할 버스도 지나가 버린다. 평소에는 짧았던 시간이 갑자기 길어지고, 이런 상황 때문에 짜증 난 상태로 회사로 향한다.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계속 꼬이는 일이 발생한다는 머피의 법칙. 모두 한 번 이상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은 바쁠 때만 당신을 괴롭힐까? 왜 당신 앞에서 신호등이 정지신호로 바뀌어버릴까?

첫째, 인간의 선택적 기억과 관련이 있다. 인간은 아무런 문제 없이 하루를 보내거나 좋았던 일상의 기억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잊어버린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거나 결과가 좋지 않았던 기억은 더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일이 가끔이지만 꾸준히 일어나니 더욱더 기억에 남는 것이다.

둘째, 수학적 확률과 관련이 있다. 신호등의 보행자 신호는 정지 신호보다 짧다. 버스나 지하철 또한 승차시간보다 대기시간이 더 길다. 당신이 원래 타던 시간보다 늦었을 경우 버스를 바로 탈 확률보다 눈앞에서 놓치거나 기다릴 확률이 더 높은 것이다.

이런 머피의 법칙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가 하나 있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로버트 매튜는 식탁 위에 놓은 잼 바른 토스트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잼 바른 부분과 바르지 않은 부분이 떨어질 확률을 조사했다. 매튜는 토스트를 무려 9821번 식탁 위에서 떨어뜨렸는데, 잼 바른쪽이 바닥으로 떨어질 확률이 62.1%로 우연에 의한 확률인 50%보다 크게 나온 것이다. 매튜는 잼 바른 토스트를 잡아당기는 중력과 빵의 크기, 빵이 떨어졌을 때 빵의 회전운동과 식탁의 높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합적인 요인들의 영향으로 확률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째, 인간의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당신이 지각을 했다면 그 순간부터 당신의 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외부의 압력을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한다. 이를 벗어나 원상태로 돌아가려는 반작용을 스트레스라고 한다.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 뇌는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제보다 조금 더운 날씨, 시간이 오래 지난 것 같은데 바뀌지 않는 신호등, 오늘따라 많아 보이는 정류장의 사람들까지.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여기던 일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뇌가 외부의 자극에 민감해진다. 당신의 꼬인 하루는 이렇게 계속해서 꼬여가는 것이다.

사실 ‘머피의 법칙’은 자신의 기구한 팔자가 아니라 그냥 평소에도 있을 법한 일을 나쁘게 받아들인 것에서 시작한다.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도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다. 그러니 다음에는 당신의 알람이 꺼져 지각하게 됐을 땐 이렇게 생각해보자.

당신은 늦게 일어나 지각을 했지만, 수면시간이 늘어나 상쾌한 아침을 맞게 되었으며, 눈앞에서 신호등 신호가 바뀐 바람에 발이 묶인 당신은 이 시간 동안 신호등 앞 토스트 가게에서 오랜만에 아침을 챙겨 먹었다. 눈앞에서 버스를 놓친 바람에 평소에는 잘 보지 않던 아침 하늘을 볼 수 있었고, 산들바람이 당신에게 허락된 이 조금의 여유를 함께 맞아주고 있었다고.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같은 상황을 다른 방향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사고방식을 재해석해 보는 것을 ‘리프레이밍(reframing)’ 이라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침으로써 당신은 당신을 괴롭히고 긴장시키던 스트레스의 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다.

물론 당신이 상사에게 혼날 것이라는 상황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카피도 있듯이, 바꿀 수 없는 상황은 그저 운명에 맡겨놓고 지금을 즐기는 것은 어떤가? 혹시 아는가? 당신의 지각이 예측 못 한 사건이었던 것처럼, 예상과는 다르게 팀장이 출장을 가 꾸중도, 야근도 없이 행복한 칼퇴근으로 하루를 마칠 수 있을지.

양현준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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