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성평등 보이스] “뚝! 사내대장부가 아무 때나 울면 안 되지. 남자는 평생 딱 세 번만 우는 거야. 태어날 때,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외에는 우는 거 아니다.”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란 남성들이 많다. 눈물은 아플 때, 슬플 때, 힘들 때 흘리라고 있는 것이다. 매우 기뻐도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고 싶어도 억지로 참는 남성들이 많다. 찌질하거나 나약해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사내대장부 콤플렉스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면서 감정표현을 억제하면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을 앓는 남성들도 많다.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도 어깨를 짓누른다. 힘들어도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나약한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돼 참는다. 술과 담배로 달래려니 건강은 더 나빠진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폭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내 감정 표현마저 억누르다보니 남의 감정에 공감하기마저 어렵다. 성역할 고정관념의 피해를 남성들도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우는 남자              ▲출처=국민건강보험공단

정상 체중인 중고생 가운데 여학생의 50.7%가 자신을 뚱뚱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2016년 성 인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실제 비만 비율은 여학생이 6.6%로 남학생의 절반이지만 자신이 비만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남학생의 30.7%보다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여학생 53.3%는 체중조절 경험이 있고, 18.8%는 부적절한 방법으로 무리하게 체중 감량을 시도했다. 무작정 단식, 의사 처방 없이 다이어트 약 복용, 설사약이나 이뇨제 복용, 먹은 음식 토하기 등등. 그러다가 쓰러지기도 한다. 체중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이나 한꺼번에 많이 먹고 토하는 폭식증 등 섭식장애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요즘 여학생 교복은 대부분 지나치게 작아서 숨 쉬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 2015년 한 교복 업체가 코르셋처럼 지나친 날씬함을 내세운 광고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끝에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 출처=서울시

여성은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외모지상주의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질병을 얻기도 하고, 성형 여부를 고민하게 만든다. 성형수술 전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이 방영됐을 정도다. 성형수술 권하는 사회로 치닫고 있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ISAPS)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성형수술 건수는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다.

▲여성민우회 액션 포스트잇

착한 여자 콤플렉스도 여성들을 괴롭힌다. 착한 여자는 무리하거나 부당한 요구에도 거절하지 않고 무조건 응해야 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된 탓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남녀 모두 젠더박스에 갇히면 행복하지 않다. 과감하게 벗어나면 좋겠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고, 힘들면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자. 남성답지 못하거나 나약한 게 아니라 사람다운 모습이다. 남성이 우는 모습을 보고 “사내자식이, 쯧쯧.” 같은 말은 하지 말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이와 함께 남자든 여자든 외모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 좋겠다. 예뻐야 한다거나 날씬해야 한다는 등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말은 하지 말자. 또 남자든 여자든 부당하거나 내키지 않는 요구는 당당하게 거절하자. 만일 사내대장부 콤플렉스나 외모지상주의를 자극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시하자. 상황에 따라 말로 또는 생각으로 “너나 잘 하세요!”라고 대응할 수도 있겠다. 여성과 남성이 모두 불필요한 콤플렉스를 떨쳐버리고 행복을 한껏 누리면 좋겠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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