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취하 후 재소 가능 여부 [박병규 변호사 칼럼]

바람둥이 남편의 약속을 믿고 아내가 이혼소송을 취하했다가 남편이 또 바람 난 경우 재소 가능한가?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l승인2017.09.11l수정2017.09.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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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소가 취하되더라도 원칙적으로 동일한 소송의 제기가 허용되나, 종국판결이 있은 후에 소를 취하한 때에는 재소가 금지됩니다.(민사소송법 제 267조 제2항)

이는 제1심 종국판결 직후에 소를 취하한 경우뿐만 아니라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소를 취하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재소금지의 입법취지는 본안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소 취하를 함으로써 그 판결의 효력을 없애 분쟁해결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원고에 대한 제재입니다.

부정행위를 한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결혼 27년차 주부가 "가정에 최선을 다 하겠다" 는 남편의 말을 믿고 소송을 취하했다가 남편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재소(再訴)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며 이 주부에게 패소판결을 한 사안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갑과 남편 을은 1989년 결혼하였습니다. 갑은 을이 여성들과 부정행위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2012년 11월 을에게 이혼 및 위자료, 상간녀 병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2014년 5월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 을은 갑에게 위자료로 5,000만원, 병은 그 중 1,500만원을 을과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을은 항소심 재판 중 '진정성 있게 가정에 최선을 다하겠다. 화해조건으로 1억 원을 주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각서를 작성해 갑에게 주었습니다. 갑은 이를 믿고 2014년 12월에 소를 취하하였습니다. 그러나 을의 태도는 돌변해 예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러자 갑은 2015년 4월 을을 상대로 다시 이혼 등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을이 다시 제기한 이혼 등 청구소송을 기각하였습니다.

재판부는 "갑이 첫 번째 소송의 항소심에서 소를 취하한 후, 다시 동일한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재소금지의 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은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뒤에 소를 취하한 사람은 같은 소를 제기하지 못 한다.'고 재소금지원칙을 두고 있으며, 가사소송법 제12조는 가사사건 절차에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갑은 소 취하 이후로도 을이 병과 부정한 행위를 하면서 각서 내용을 위반했기 때문에 재소를 허용해야할 사정 변경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이혼 청구를 다시 허용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위 법원의 판단은 바람피운 남편을 상대로 아내가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가정에 최선을 다 하겠다." 는 남편의 말을 믿고 소를 취하하였다가, 남편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다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재소(再訴)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며 아내에게 패소판결을 한 것입니다. 종국판결이 있은 후의 소 취하일지라도 새로운 권리보호이익이 발생한 경우에는 재소가 허용됩니다.

예를 들어 본안판결이 난 다음 피고가 소유권침해를 중지하여 소를 취하하였는데 그 뒤 다시 침해하는 경우, 토지거래허가 전에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제기하여 승소하였다가 취하하였는데 그 뒤 허가받았을 경우 등에는 새로운 권리보호이익이 발생하였으므로 재소가 허용됩니다.

대법원도 종국판결 후 소를 취하하였다가 피고가 그 소 취하의 전제조건인 약정을 위반하여 약정이 해제 또는 실효되는 사정변경이 생겼음을 이유로 다시 동일한 소를 제기하는 것은 재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12. 22. 선고 2000다46399 판결)

사안의 판결이 소 취하 이후의 을의 부정행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갑에 대하여 패소판결을 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갑의 소 취하 이후 을이 병과 부정한 행위를 하여 각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갑의 신소를 재소금지 위반으로 판단한 것이라면, 소 취하의 전제조건인 약정의 위반으로 사정 변경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므로, 남편을 다시 한 번 믿고 용서하려 했던 아내에게 가혹한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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