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스페인에서 유명한 음식이라고 추천되는 하몬(우리는 하몽이라 지칭한다)을 먹어보면 얇게 썬 돼지 고기가 보기에는 맛있어 보인다. 마치 소고기인 차돌밖이 느낌이랄까? 하지만 맛을 보면 상당히 짜서 혀를 의심하게 만든다. 소금에 염장을 했으니 짠 것은 당연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짜서 많이 먹지는 못하겠다.

하몬(Jamón)은 스페인 전통의 소금에 절여 장기간 건조해서 숙성시킨 돼지의 뒷 다리로 만든 햄(Ham)이다. 비슷한 건조 육류인 살라미 등과 비교하면 기름기가 적다. 하몬은 포루투갈 ‘presunto’와 이탈리아 ‘prosciutto’와 유사한데 하몬이 최대 18개월 더 오래 숙성시킨다. 익히지 않고 얇게 썰어서 먹으며 샐러드나 샌드위치 등과 먹거나 치즈 등과 함께 술안주로 먹는다. 현지에서는 다리를 통째로 판매하거나 조각으로 진공포장해 판매한다.

하몬은 하몬 이베리코(Jamón ibérico)와 하몬 세라노(Jamón Serrano) 두 종류로 나뉜다. 하몬 이베리코(Jamón ibérico)는 재료가 되는 돼지 품종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사육하는 흑돼지인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것이다. 하몬 이베리코는 하몬 중에서도 품질이 좋은데, 특히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Jamon Iberico de Bellota)는 도토리 숲에 방목해 키운 돼지를 사용해 최상급 하몬으로 인정받는다. 살 찌우는 시기(몬타네라)에 도토리나무 숲에 풀어놓으면 돼지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도토리를 주워먹어 살도 찌고 근육량이 올라가 특유의 맛을 가진다. 도토리를 먹여 키운 돼지는 전체 하몽 생산량의 3% 정도로 매우 귀한 대접을 받는다. 벨로타 아래 등급은 하몬 이베리코 데 레세보(Jamón ibérico de recebo)로 도토리와 곡물을 먹여 방목한 돼지이고, 그 아래 등급 하몬 이베리코 데 세보 캄뽀(Jamón ibérico de cebo o campo)는 곡물을 먹이고 방목한 돼지를 사용한 하몬이다. 이베리코 및 이베리코 데 베요타 하몬은 발굽이 검어 구분 할 수 있다. 이베리코 돼지가 아닌 경우 하몬 세라노 혹은 하몬 리제르바 라고 불리는데 산악지대에서 키우는 백돼지로 만든 햄으로서, 스페인에서 만든 가장 햄 중 가장 대중적이며 하몬 이베리코보다 저렴하다. 여기에는 하몬 세라노에는 세라노 보데가(Serrano Bodega), 세라노 레세르바(Serrano Reserva) 등이 있다.

하몬을 만들 때는 적정 온도와 습도에서 뒷다리를 천연 소금으로 덮어 염장을 한다. 이후 창고에 90일 정도 매달아 수분을 제거하는 건조 및 숙성 과정을 거친다. 무게나 품질 등 하몬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숙성 기간이 다르다. 보통 하몬의 제조과정은 15~36개월 정도이다.

돼지 뒤다리를 생으로 먹는 또 다른 방법인 ‘하몬(Jamón)’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Jamón(복수형jamones)’은 햄을 지칭하는 스페인어로 영어에서는 스페인산 염장 햄(Ham)을 가르키며 스페인어가 그대로 정착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몬을 ‘하몽’이라 지칭하는 이유는 1992년 스페인 영화 ‘Jamon Jamon’을 ‘하몽 하몽’으로 잘못 번역해 굳어진 것이다. 모든 스페인어권에서는 ‘하몬’으로 발음한다. 지역적으로 스페인에서 하몬은 아라곤, 카탈루냐, 발렌시아 및 다른 동부의 지역에서는 ‘pernil’, 갈리시아에서는 ‘xamón’, 바스크지역과 바바르에서는 ‘urdaiazpiko’라고도 알려져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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