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차 핵실험 쇼크 [강동형 칼럼]

강동형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l승인2017.09.13l수정2017.09.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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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핵무장 목소리, 냉철한 현실 인식 필요
우리는 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아니면 잘못된 길로 들어섰는가.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 실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 다시 말해 대화와 제재 병행을 비판 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하다. 여기에 많은 논객들까지 가세해 마치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4강 외교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백화제방식 주장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을 키우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현상은 핵무장 목소리가 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포기하고, 우리도 핵무장을 하거나 미국의 전략무기를 상시 배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른정당도 복지를 포기하더라도 군사력 증강에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새정치를 기치로 내건 국민의당은 어떤가. 전술핵 배치는 물론 대북제재와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하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화와 제재병행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전술핵배치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며 유연한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이러한 논란에 대해 한마디로 아니다고 정리했다.

그럼 한반도 전술핵배치와 자체 핵무기개발은 가능하기는 한 일인가부터 살펴보자. 결론부터 얘기하면 미국의 동의가 없는 한 핵 보유와 전술핵 배치는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대해 조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중국의 확장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으로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중요한 파트너다. 일본은 중국의 패권에 군사적으로 맞서고, 대한민국이 전초기지가 돼주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미국은 두 나라에 핵우산을 제공한다. 이 틀은 변함이 없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의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가 다른 게 있다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다. 우리는 사드에 관한한 이런저런 이유로 배치를 미뤄왔다.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미국은 우리 땅에 사드 배치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미국입장에서는 손도 대지도 않고 코를 푼 격이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은 본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체계(MD)에 우리나라를 끌어 들이려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이 주도하는 MD체계 편입에 응하지 않았다. 미국도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는 방향에서 강요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느닷없는 사드배치 결정으로 20년동안 유지하던 동북아 균형외교가 무너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 않은 과제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미국은 여전히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다. 중국이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역부족이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일 두 나라를 돕고 있지만 결코 용인하지 않는 건 두 나라의 핵 보유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갖는 것에 반대하는 것만큼 우리와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최근 일본과 한국이 핵을 가지려고 하면 허용할 수 있다고 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핵을 갖는 순간 미국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대신 핵우산으로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의 공격을 방어해 주겠다는 전략으로 일본과 우리나라를 동맹국으로 묶어 두는 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따라서 정치권이나 전문가들이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전술핵과 핵무장을 주장하는 것는 상호 모순이다.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한 우리는 핵을 가질 수도 없고 가질 필요도 없다.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우리 스스로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할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핵무기보다도 더한 것을 가져야 하고, 가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한 우리는 북한 핵공격에 핵으로 대응할 수 있는 억지력을 사실상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도와주지 않는 다는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미국의 비협조를 가정해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정치수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지금은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자각하는 일이다. 이미 우리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북한의 핵공격에 핵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 억지력을 갖고 있다.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과 국방 외교담당자들도 이러한 현실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때는 아마도 북한이 핵을 완성한 시점일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위협이 과거와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북한의 핵은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인 까닭이다. 북한이 핵이나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북한은 절멸에 이르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의 피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어떤 형태로든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정부가 시급히 해야할 일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황을 정리하는 일이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의연하게 대처해야한다. 사드 배치처럼 조급한 결정으로 일을 그르치는 일은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야당도 무책임한 말의 성찬으로 혼란을 부추기는 행위를 삼가야한다. 우리사회에 전략핵배치와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한미동맹의 역학구도, 미국의 이익 등에 비추어 실현불가능하다는 것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공멸이냐 공존이냐는 갈림길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공존과 상생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동형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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