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부결 [강동형 칼럼]

강동형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l승인2017.09.14l수정2017.09.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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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여소야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1일 김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인준안은 찬성 145, 반대 145, 기권 1표, 무효 2표로 출석의원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인준안 부결이후 정치권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먼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며 헌정질서를 정략적으로 악용한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완주 대변인은 국민의당을 향해 <적폐연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환호성을 올리며 <상식이 이긴 것>이라고 자평했다. 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오늘의 결과를 깊이 새겨야 한다>고 거들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논평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반응은 의외였다.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러 번 말했듯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은 결정권을 가진 정당>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박지원 전 대표는 한술 더 떠 김 후보자의 낙마를 교각살우에 비유했다. 다른 후보자를 낙마시키지 않아 김 후보자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전략적 투표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김이수 재판관을 박지원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시절 추천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에서 자기부정도 유분수라며 박 전 대표를 겨녕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 사진=연합뉴스 tv 화면 캡처

민주당 지도부 역시 인준안 부결에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김 후보자의 부결이 상식과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무얼 했는지 반성해야한다. 과거 같으면 지도부 전원사퇴를 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건 논평이나 책임공방 보다는 안철수 대표의 최근행보와 인준안 부결에 대한 반응이다. 안 대표는 대선에 낙마한 뒤 활발한 행보를 보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칩거에 들어갔다. 이후 제보조작사건으로 한동안 두문불출하는 등 정치생명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와 대표가 돼 당원으로부터 신임을 받은 것을 놓고 국민들이 면제부를 준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런데 그가 대표가 된뒤 첫 작품이 지역주의 정치의 부활이라는 점이 놀랍다. 내년도 SOC 예산에 호남고속철 조기완공을 위해 3000억원을 신청했는데 정부가 95%를 깎고 154억원만 주겠다고 한다며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도 내년 호남 SOC예산이 21.3% 줄었고,영남은 신청하지도 않은 SOC 예산 3053억원을 편성했다며 호남 홀대지,호남 특혜인가라고 거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호남인사 중용도 국민의당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자화자찬까지 하고 있다. 정당지지율이 바닥권인 국민의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을 살리려는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지역감정을 건드리면서까지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은 우리 정치를 퇴보시키는 적페가 아닐 수 없다. 내년도 SOC 사업예산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줄어든 규모만 보면 영남이 호남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고, 특히 호남고속철 예산은 내년에 이월되는 예산을 합치면 1000억이 넘는 등 사업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 정부 여당의 설명이다.

▲ 사진=연합뉴스 tv 화면 캡처

아울러 김이수 재판관에 대한 인준안 부결에 대한 안 대표의 평가는 귀를 의심케 한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드를 지니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그에게 과연 정치란, 국가란 무엇일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그 힘을 바르게 사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엉뚱한 곳에 사용한 뒤 힘자랑을 하는 것은 치기다. 유치함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협치를 외면해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며 여당을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물론 여당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장 인준안은 떼어주고 나눠 갖는 정략의 대상이 아니다. 결격사유가 있다면 부결시킬 권리가 있지만 정략을 앞세워 부결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적폐고, 오만이다.

양윤녕 국민의당 전사무부총장은 김이수 헌재 재판관 부결소식을 듣고 페이스북에 소회를 올렸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유한국당은 박수를 치면서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고, 국민의당은 여하튼 모양새가 자유한국당과 야당공조로 존재감을 보여 주었다. 앞으로도 국민의당은 민주3기 정부와의 개혁연대가 아닌 나라 망친 보수세력과 야당공조로 존재감을 찾을 것이다. 나는 국민의당 당원으로서 하루종일 고민했다. 2014년 패권정치 없애고 호남정치 복원하자고 새정치 민주연합에서 맨 먼저 뛰쳐 나와 지금까지 왔다. 그런데 지금 적폐 청산하고 개혁하라는 호남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국민의당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당원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 사진=연합뉴스 tv 화면 캡처

안철수 대표는 양 전 사무부총장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이런 일을 하려고 당 대표로 복귀했는지, 이런 정치를 하려고 정치권에 뛰어들었는지 묻고 싶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잘못된 선택으로 뜻을 펴지 못하고 퇴장하는 뒷모습을 많이 봐 왔다. 정치인으로서 꿈을 꾸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 꿈이 몽상이나 망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안철수 대표는 스트롱맨이 아니다. 그의 본성은 부드러움에 있다. 아무리 스트롱맨이 되고 싶어도 안 대표는 안된다. 안 대표에게 강한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양보하고 또 양보하는 미덕, 일시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바른 길을 찾아가는 상생의 모습이 그의 본성이며 정체성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국민들은 사랑한다. 그가 양보하고 또 양보하고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바보소리를 들었다면 그의 위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사람이 눈앞의 이익을 쫓으면 옹졸해 진다고 한다. 지금 안 대표의 모습이 그렇다.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이 있다. 군자의 이미지가 정형화되면 그건 군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안 대표의 행보를 보면서 앞서 실패한 수많은 정치인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다. 망가지기는 쉬우나 회복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명분없는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국회인준 부결은 언젠가는 안 대표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안 대표가 더 망가지지 않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스스로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길 진심으로 권한다.

강동형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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