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net <프로젝트 S : 악마의 재능기부>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신정환이 지난 14일 Mnet ‘프로젝트S: 악마의 재능기부’를 통해 7년 만에 방송에 복귀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의 컴백 방식과 시기는 적절했을까? 왜 다수의 시청자는 그를 외면할까?

신정환의 복귀 소식은 미리 알려졌다. 코엔스타즈라는 메이저 연예기획사가 적극적으로 주도해 그의 컴백을 권유했고, 서로 뜻이 맞아 케이블TV를 통해 되돌아오는 것으로 일방적인 선언을 한 상황. 하지만 당시에도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결국 신정환은 물론 제작진의 대중에 대한 대응전략이 무성의했거나 빈약했다.

먼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엔 ‘7년 만에 대중 앞에 나타난 신정환 그리고 그의 짝꿍 탁재훈. 새롭게 부활한 컨츄리 꼬꼬의 초심 소환 프로젝트! 화려한 입담으로 2000년대 예능계를 평정했던 그들이 다시 대중 앞에 서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간다! 과연 그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설 것인가?’라고 소개돼있다.

▲ Mnet <프로젝트 S : 악마의 재능기부> 화면 캡처

기획의도는 신정환과 탁재훈의 화려한 옛 명성에 힘입어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는 아집만 두드러질 뿐 정확하게 어떤 포맷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 어떻게 재미를 주든지, 아니면 어떤 메시지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제작의 디테일과 방향이 애매모호하다. 그냥 두 사람의 이름값과 예능감만 믿고 간다는 뚝심만 돋보인다.

첫 방송에서 두 사람은 가리지 않고 대중을 찾아가 어려워하는 태도 아래 무료로 행사를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반응은 데면데면한 차원을 넘어서 ‘뜬금없이 왜 이러나, 어이없다’는 식의 황당한 색깔이 압도적이었다. 신정환의 복귀에 대한 억지 타당성 부여 프로젝트에 자신들이 들러리를 서 불쾌하다는 뉘앙스마저 풍겼다.

물론 신정환이 다시 방송활동을 하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다. 아무리 전과자고, 도덕적 불감증이 입증된 사람일지라도 생존권을 보장하고, 행복추구권 역시 인정해야 한다. 신정환이 제일 잘하는 건 시청자를 웃기는 일이다. 당연히 그가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재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예능일 터.

▲ Mnet <프로젝트 S : 악마의 재능기부> 화면 캡처

하지만 그게 나이트클럽이나 장거리(저잣거리) 간이무대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광대놀음으로 개런티를 받건, 그걸로 관중을 끌어모아 약을 팔아 이득을 챙기건, 세금만 내면, 의료 등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남녀노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TV라면 좀 얘기가 달라진다. 중소기업도 아니고 Mnet은 케이블TV업계의 공룡 CJ 소속이다. 대기업으로서의 이면수습(체면치레)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수 없다.

예능왕국을 꿈꾸는 코엔스타즈의 야욕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이 회사엔 널리 알려진 예능인만 신정환을 포함해 14명이다. 그 중에 장동민 유상무 김상혁이 포함된 게 눈에 띈다. 과거의 논란이야 어쨌건 리페어와 리빌딩이 가능하다고 무한한 자신감에 넘치는 듯하다. 기업들이야 그렇다 치고 정작 대중과의 스킨쉽이 중요한 신정환에게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건 다수의 누리꾼이 댓글로 지적하는 결정적인 팩트다.

신정환은 필리핀 원정도박 전에도 도박사건으로 벌금을 낸 바 있다. 이때도 사건초기엔 궁색한 거짓말을 했다 금세 진실이 드러나자 어쩔 수 없이 도박을 인정하는 볼썽사나운 모양새를 보였다. 필리핀 때는 더했다. 2010년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그는 갑자기 모든 방송을 펑크낸 채 일체의 연락을 끊었다가 여론이 들끓자 세부에서 뎅기열에 걸렸다며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게 연출임이 드러나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조작이라는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셈.

▲ 신정환 SNS

뿐만 아니다. 그는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계속 외국을 겉도는 비겁한 모습을 보였고, 반성의 기미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귀국 후 달려드는 언론을 향해 분노를 드러내면서 ‘연예인 다시는 안 할 테니 괴롭히지 말라’는 내용의 격앙된 목청을 높였고, 이는 싱가포르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며 나름대로 안정을 찾아갈 때도 취재진에게 계속됐다.

그런 그가 대중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진정성이 담긴 뉘우침을 근거로 한 사과도 없이, 컴백의 타당성도 인정받지 못한 채, 대중을 별로 어렵게 보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되돌아왔으니 다수가 콧구멍에서 분노를 뿜어내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 연출자 조욱형 PD는 한 매체에 “신정환 씨에게 이 방송이 절실한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을 느끼고 더욱 신중하게 작업 중이다. 많은 시청자들께서 방송을 보시고 판단해주셨으면 한다”라고 시청자의 반응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나름대로 케이블TV에서 중요한 채널의 간판을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신정환 하나만을 위한 방송이라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신정환보다 더 절실한 수천만 명을 그냥 광고수입의 근거로만 보는 건 아닐는지 의심을 살 여지가 있는 발상이다.

▲ Mnet <프로젝트 S : 악마의 재능기부> 화면 캡처

시청률로 광고수입을 올리는 TV는 연예인 개개인에게 회생의 기회를 주거나, 변명의 장을 마련해주자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그건 코엔스타즈 홈페이지나 신정환 SNS로 충분하다. 적어도 Mnet이라면 음악과 관련된 내용이거나, 음악인을 활용한 오락을 추구하는 게 최선의 정체성의 마지노선이다. 다수의 시청자가 싫다는 데도 불구하고 강행군을 하는 건 뭔가 ‘큰 것 한 방’을 감추고 있다는 희망이거나 아니면 시청자의 수준을 낮게 잡은 근시안적 측량법이 의심된다.

신정환이 성황 중이라던 아이스크림 가게를 떠나 복귀한 배경은 “아이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어서”다. 과연 이게 이치에 맞기나 한 논리일까? 그는 지난달 30일 득남을 했다. 그 아이가 한글을 배우고 인터넷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글들을 읽을 수 있는 날은 빨라야 향후 4~5년 뒤다. 만약 신정환이 연예계에 되돌아오지 않고 아이스크림만 열심히 팔았다면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이면 신정환이란 이름 석 자는 어느덧 대중의 뇌리에서 거의 사라질 것이다.

그의 동급생들은 아예 신정환이란 이름도 모르고,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없으며, 행여 타의에 의해 알게 되더라도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정환의 아들은 땀 흘리며 아이스크림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집에선 엄마와 자신에게 훌륭한 가장노릇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존경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 Mnet <프로젝트 S : 악마의 재능기부> 화면 캡처

하지만 이미 복귀했으니 아들이 한글을 깨우치고 TV 예능프로그램을 즐길 나이가 됐을 때 아버지에 대한 ‘악플’을 보게 될 게 명약관화한 일. 그러면 화가 날 것이고, 왜 그러는지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당연히 예전의 자료를 찾아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버지가 얼마나 파렴치한 행동을 했는지 깨닫게 돼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청난 충격을 맛보게 될 것이다. 신정환 정도 세상만사 경험하고 나이가 쌓인 아버지라면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법도 세상이 변하면 수정되기 마련이다. 관습과 정서와 문화와 국민성이 정하는 도덕의 기준은 정치 문화 사회 과학적 변화와 변혁에 따라 유동성을 발휘하기 마련. 농업이 유일한 노동이던 시절 농한기엔 도박이 어느 정도 용인됐었다. 상가에서 도박이 빠지면 돼지머리 없는 고사였다.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도 흡연이 허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 Mnet <프로젝트 S : 악마의 재능기부> 화면 캡처

그러나 지금은 호랑이가 사람과 맞담배 피우던 시절이 아니라 21세기다. 연예인은 광대가 아니라 모든 청소년들의 판타지이자 장래희망이고, 우상이며 교과서다. 외환관리법을 위반하고,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며, 그게 아니라고 쇼를 꾸민 사람이 버젓이 TV에서 웃고 까부는 걸 보며 자란 청소년이 어른이 돼 그렇게 배운 인식과 정립한 의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진다면?

도덕과 반성이란 당사자를 제외한 다수가 판단한 존재구성틀이 피투(던져짐)됨으로써 비로소 기투(스스로 현존재를 창조)로 이어질 수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언론계의 ‘큰손’ 이강희(백윤식)는 나빠진 여론을 걱정하는 재벌그룹 회장에서 “대중은 다 개 돼지”라며 그냥 “지들 맘대로 짖게 놔두면 스스로 지쳐 입을 다문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제목에서의 ‘재능기부’는 수혜자가 고마워할 때 그 의미가 빛을 발하는 것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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