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강간으로 첫 기소된 여성, 강간죄 성립 여부 [박병규 변호사 칼럼]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l승인2017.09.21l수정2017.09.21 12:5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형법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강간죄란 ‘폭행 또는 협박’의 수단으로 ‘사람’을 강간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본래 강간죄는 ‘부녀’를 강간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였으나, 2012년 법 개정을 통해 ‘사람’으로 바뀜으로써 남·녀 모두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간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반대의사를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억압하여야 성립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합니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5979 판결 등 참조).

아내가 남편을 강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최초의 여성이, 강간죄 부분에 대해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안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0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갑 부부는 해외에 거주하던 중 관계가 틀어져 이혼 소송을 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입국했습니다. 갑은 유학생을 상대로 한 사기 혐의로 기소돼 영국과 한국에서 각각 1차례씩 처벌 받으면서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갑은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친구의 도움을 받아 남편의 손발을 묶은 뒤 감금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갑은 손발이 묶인 남편에게 "내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이혼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내용의 진술을 강요해 녹음하고, 묶인 남편의 바지를 벗긴 다음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재판부는 "갑이 피해자를 감금하기로 계획한 것은 일차적으로는 피해자가 외도한다는 점을 확인해 사과 받고, 피해자를 설득해 결혼생활을 지속하려는 것"이었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감금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는 등 위해를 가해 강간할 의도로 피해자를 감금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성관계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보면, 이혼을 요구하던 피해자와의 부부생활을 지속하고자 했던 갑이 성관계에 대해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여겼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도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인 남편은 성관계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드러내었고, 아내인 갑 역시 이를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재판부는 남편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본 것입니다.

재판부는 "남편은 성관계를 원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며, "갑이 요구하지도 않았던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해 갑만을 사랑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남편과 갑 사이에 성관계 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남편이 평소 성관계를 하기 전 했던 행동을 취했으며, 남편의 설명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 역시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어 "갑의 남편은 손발이 묶여 있었다고는 해도 도움을 받아 화장실에 가거나 식탁에서 빵을 먹는 등 제한적 활동이 가능한 상태였다"며, "남편이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성관계 후 갑과 갑의 남편이 결혼 생활에 대해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 후 함께 잠이 든 점도 강간죄를 인정할 정도의 강압적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본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강간죄의 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갑과 공범인 갑의 친구에 대하여 감금 치상, 강요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여 갑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대법원은 2013년 5월 처음으로 부부 간 강간죄를 인정하면서도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가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은 "어떤 경우에도 부부 사이의 성생활을 제3자가 자기 기준으로 평가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따라서 국가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위 사안의 경우 성관계에 이르기까지의 정황, 억압의 수단이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강간죄의 수단인 ‘폭행 또는 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간의 일이라 하더라도 피해자를 묶고 오피스텔에 감금하는 행위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혼에 유리한 진술을 하게 한 점 등에 대해서는 감금죄와 강요죄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법원이 부부사이에 일에 대하여 성관계의 점에 대해서만 강압성이 없었다고 본 것일 뿐, 그 외의 행위에 대해서도 폭넓게 용인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  .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미학적 포토갤러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23길 47(당주동, 미도파광화문빌딩 601-23호)  |  대표전화 : 02-734-8802  |  팩스 : 02-6383-0311 ㅣ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03542  |  등록일자 : 2015년 1월 20일 ㅣ제호 : 미디어파인 ㅣ 발행인 : 문수호  |  편집인 : 이창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창석
Copyright © 2017 미디어파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