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공인중개사는 계약 중개 시 신의성실의 의무, 비밀유지 의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 의무 등의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 하지 못해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현관문에 적힌 호수와 부동산 등기부 등에 기입된 호수가 서로 다른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바람에 임차인이 임차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경우, 공인중개사도 일정부분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갑은 2011년 3월 B씨의 중개로 송파구 방이동의 한 다세대주택 303호를 보증금 9,500만원에 2년간 임차했습니다. 공인중개사 을은 현관문에 표시된대로 '303호'라고 임대차계약을 중개했고, 갑은 이를 바탕으로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303호로 받았지만 실제 건축물대장과 부동산등기부의 장부상 표시는 '302호'였습니다. 2013년 3월 임대차계약을 갱신한 갑은 같은 해 10월 부동산등기부상 '303호(현관문 표시로는 '302'호)'인 맞은편 세대의 공매절차가 진행되면서 부동산의 현황과 장부상 표시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관문 표시대로 303호로 확정일자를 받아두었던 갑은 부동산등기부상 303호에 대한 채권신고를 해 보증금 9,500만원을 회수하려 했지만 실거주자가 아니란 이유로 거절당했고, 이후 이 303호는 다른 사람에게 낙찰되었습니다.

갑은 자신이 살았던 부동산등기부상 302호의 실거주자임을 내세워 보증금을 돌려받으려고 했지만, 이미 그곳에는 채권최고액 65억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중개업자 을이 임대차계약 당시에 조회했던 부동산등기부는 303호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갑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힌 갑은 을과 공인중개협회를 상대로 각각 9,5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을과 협회는 각각 3,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을은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건축물대장과 부동산등기부 상의 표시(302호)와 현관 등에 부착된 현황상 표시(303호)가 다름에도 이를 간과한 채 임대차계약서상 임대차 목적물의 표시를 '303호'로 기재해 중개업자의 확인·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어 "이 때문에 갑은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303호로 하게 됐고, 그로 인해 부동산 및 공부상 '303호' 어느 쪽에도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우선변제권을 갖추지 못했다"며, "을과 협회는 갑이 돌려받지 못한 임대차보증금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갑도 계약 당사자로서 임차목적물의 현황을 스스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점, 부동산의 현황과 공부상 표시가 뒤바뀌는 일이 흔한 예는 아닌 점 등을 고려해 을과 협회의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법원은 공인중개사가 이 사건 계약 체결 시, 현관문의 호수와 등기부 등에 기재된 호수를 확인하지 않으면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되어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일정부분은 중개인의 책임으로 되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중개인의 책임은 40%로, 임차인의 책임이 60%인 것으로 판단한 만큼, 임대차 계약 체결 시에는 임차인 역시 등기부 등에 기재된 호수와 자신이 계약한 방의 호수가 실제로 일치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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