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영훈의 예술로 보는 세상]

문화의 다양성과 사회의 요구
문화의 다양성, 이념과 사고의 다양성, 생물학적 다양성 등 현대사회는 많은 분야에서 다양성을 쟁점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 패션계의 경우 트럼프 집권으로 인한 반여성, 반이민자, 반성소수자 등의 정책에 반발한 페미니즘과 다양성이 최고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사회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불과 얼마 전부터 이어진 사드배치 반발에 의한 중국 관광객의 대폭 감소가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지자, 관광객과 상품의 다양화 및 확대가 쟁점이 되었다. 또한 이미 다문화 가정의 증가로 인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과 수용이 이슈가 된지 오래다. 이는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 온 우리민족에게 쉽지 않은 일로 풀어야 할 큰 숙제이기도 하다.

다양성이라는 것은 일단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수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기에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각 개인, 사회, 민족, 국가는 본인 스스로를 위해 생활하고 존재하므로, 나와 다름을 자칫 나에게 오는 피해로 생각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사유로 다양성을 놓고 먼저 자원과 자원의 교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단, 이 글이 논문이 아닌 관계로 간단한 의견 게재만 하고자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우수하고 뛰어난 자원은 바로 인적 자원이다. 우리사회만 해도 출산율 저하로 인한 사회구조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다문화 가정 확산과 그로인한 사회 구성원의 변화이다. 이는 우리사회에 이미 자리 잡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긍정적 인식변화와 수용에 대한 요구를 수반하기도 하는데, 다문화 가정을 세계화 속에서 이미 발생한 인적자원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이미 국가와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하고, 그러한 자원의 교류가 바로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에 인적, 물적 교류뿐만 아니라 각국의 문화, 관광 또한 자원의 하나로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이슬람 문화권을 대상으로 음식문화 분야에서 다루어졌던 ‘할랄(Halal)’에서도 잘 나타난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락 된 것’ 이라는 뜻인데, 율법이 강한 이슬람 사회에서 이슬람 교도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통용된다. 따라서 이슬람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관광계에서 한 동안 할랄의 개발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필자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서 공연에 대해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룹 Taal
앞서 다양성과 할랄에 대해 언급한 것은 공연기획자 입장에서 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공연자원이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와 연계하여 기회가 된다면 특산품과 트로트에 의존한 획일화된 우리나라 지역 축제에 관해서 다루어 보고 싶기도 하다. 같은 맥락으로 월드뮤직 그룹 ‘Taal(딸)’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그룹 ‘Taal(대표 그나성)’은 파키스탄 신비주의 이슬람 문화인 수피즘(Sufism)에서 비롯한 파키스탄 전통음악 까왈리(Qawwali)와 우리나라 서도소리를 한국적 정서로 조합하여, 재창조 하고 있는 월드뮤직 그룹이다. Taal(딸)은 파키스탄 지역에서 ‘리듬’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룹 Taal의 멤버는 한국전통타악기 주자인 그나성을 대표로 인도전통타악기 타블라(Tabla) 주자 구성모, 그리고 하르모니움(Harmonium) 연주자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하르모니움 주자는 작곡가 양승환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각자의 음악 생활로 인해 객원 체제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16일 국립국악원 연희풍류극장에서 연주된 ‘우면산 별밤축제’ 공연에서는 창단 멤버였던 양승환이 하르모니움, 아쟁과 장구에 윤서경(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부수석), 자유 춤에 이하경(국립국악원 무용단 단원)이 함께 참여하며 Taal의 음악적 영역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사실 Taal의 공연을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통타악주자이자 퍼커션 연주자로 제법 인정받던, 그나성이 서도소리 유지숙 명창에게 서도소리를 사사하기 시작하고, 그와 맞물려 다년간의 자유음악여행 경험과 내공으로 서도소리와 파키스탄 노래를 접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계속 그의 음악을 곁에서 지켜봐 왔다. 이는 필자가 기획자 입장에서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이전으로, 우리정서와 이슬람권 음악의 공감대 형성 여부와 타장르 음악과의 작업과 같은 주체성 상실, 혹은 한쪽에 치우친 공감하기 힘든 음악작업 등을 이유로 우려스러운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Taal의 음악은 달랐다. 물론 초기에는 상기한 우려가 조금 드러나기도 했지만 몇 년의 시행착오와 재정비를 통한 이번 Taal의 공연은 필자의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첫째, 그들의 주 레퍼토리인 ‘Allah Hoo’는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공감하기 위한 가사의 개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무속음악이 그렇듯 ‘Allah’라는 종교적 색채를 걷어내고, 대중들에게 큰 반응과 호응을 받아내고 있었다.

둘째, ‘축원’에서는 파키스탄 악기와 리듬에 우리특유의 무속신앙에서 나온 ‘비나리’를 잘 녹여내었다. 우리음악 ‘비나리’가 지닌 장점은 우리의 정서와 이야기를 ‘비나리’가 갖고 있는 장단과 틀에 유동적으로 쉽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원형 그대로에 개사를 하거나, 그 자체로 오케스트라에 타악 협연의 형태로 연초, 연말, 기념행사에 자주 연주된다. 그러나 Taal의 비나리 ‘축원’은 따블라와 하르모니움을 통해 완벽하게 까왈리에 녹여, 한국과 파키스탄의 전통음악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만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냈다.

셋째, 그나성이 추구했던 것이 한국 서도소리와 파키스탄 까왈리의 완벽한 융화라는 것이 굳이 설명 없이도 대중들에게 전달되며 최고의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한 부분은 서도소리 배치기, 술비타령, 사랑가의 서도소리 버전인 난봉가 등을 통해서 유감없이 나타난다.

이 밖에도 필자가 그들의 음악이 더욱 완성도 있게 느껴졌던 부분은 이제는 젊은 아쟁주자의 선두라는 명칭이 어색한 명인 윤서경의 투입이다. 그의 아쟁과 양승환의 하르모니움은 태생부터 함께였던 듯 완벽하게 어울렸다. 물론 그들의 연주력과 호흡이 이끌어 낸 것이기도 하지만, 아쟁과 하르모니움 자체 음색의 조화에도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공연이었다. 그리고 윤서경이어서 할 수 있었던 장구와 구성모의 따블라 조합 역시 최고였다.

문화의 다양성은 경제적 관점에서도 매우 절실하다. 중국 관광객 일변도에 의한 경제적 타격과 새로운 시장개발의 필요성, 그리고 음식문화의 이슬람권 시장을 겨냥한 ‘할랄’에 대한 논의 및 답보상태. 이러한 때에 그나성을 대표로 한 ‘Taal(딸)’의 음악적 시도와 연구가 만개한다면, 오히려 전통음악을 선두로 문화의 다양성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것이 필자가 ‘Taal(딸)’의 음악에 더욱 기대가 큰 이유이다. 그들의 음악이 더욱 발전하고 좋은 성과가 함께하기를 기대해 본다.

▲ 김영훈 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 문화예술학 박사

[김영훈 PD]
추계예술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
공연기획자, 문화예술학 박사
전)네오(NE5) 크리에이티브 대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기획담당
현)세종문화회관 예술단공연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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