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윤종신이라는 ‘브랜드 뉴’의 의미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7.10.05l수정2017.10.0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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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얼마 전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 익숙하지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쟁쟁한 아이돌스타들을 제치고 윤종신(48)의 ‘좋니’가 정상을 차지한 것. 지난 6월 22일 발표된 이 곡은 가온차트 34주차에서 디지털 종합, 스트리밍 종합, BGM, 노래방 차트 등에서 정상을 찍었다. K팝이 세계 대중음악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대한민국 아이돌스타가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올라설 정도로 월드스타의 주류로 떠오른 이 디지털시대에 윤종신이란 아날로그 ‘늙다리’ 가수는 어떤 의미일까?

다수의 시청자가 개그맨 혹은 예능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윤종신이란 연예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윤종신은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이효리에게 구박을 당하고, MBC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에게 무시를 당하면서까지 예능에 출연할까?

윤종신은 1990년 015B의 ‘텅 빈 거리에서’를 부르는 객원싱어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솔로로 전향해 오늘까지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몇 안 되는 싱어송라이터다. 냉정하게 봤을 때 그는 결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한국 가요계, 아니 연예계에서 몇 안 되는 보석인 이유는 많다.

▲ jtbc <팬텀싱어2> 캡처 화면

첫째, 그는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다. 스스로 곡을 만들어 부르고, 다른 가수에게 곡을 주기도 한다. 성시경의 ‘거리에서’ ‘넌 감동이었어’ 이수영의 ‘덩그러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둘째,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로서 숱한 후배들의 음악에 이정표 역할을 해줬다.

셋째, 음악인뿐만 아니라 방송인으로서 한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데뷔한 이래 음악이든 라디오 진행이든 예능이든 쉬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이란 제목으로 매달 신곡을 발표하는 다작의 창의력을 자랑한다. 요즘 아이돌그룹 같은 경우 정규앨범(평균 신곡 10곡 수록)을 1년에 1장 발표하기도 어렵지만 그는 매년 꼬박꼬박 십여 곡을 만든다.

넷째, ‘사장님’ 겸 ‘대표 프로듀서’로서 푹신한 의자에 파묻혀 폼만 잡아도 먹고살기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예능에 나와 오두방정을 떨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준다. 1990년대 그가 말솜씨가 뛰어나고, 대중친화력이 강하다는 건 라디오 DJ를 통해 입증됐지만 이렇게 사람들을 잘 웃길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의 싱어송라이터가 예능에서 웃긴다는 건 김건모 외엔 허락되지 않는 터부였다.

▲ 윤종신 SNS.

그렇다면 왜 윤종신이란 브랜드는 세월이 흘려도 여전히 ‘브랜드 뉴’가 될 수 있었을까? 그가 당시 지적인 밴드의 대명사격이었던 015B의 도움을 받아 쉽게 가요계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015B의 록과 그의 발라드는 지향점이 좀 달랐다. 그의 다양한 히트곡 레퍼터리를 보면 아주 쉽다.

015B의 음악은 장호일의 친동생인 정석원이 거의 도맡아 창조했다. 1989년 신해철의 무한궤도의 멤버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이내 이듬해 마치 토토나 스틸리 댄처럼 자신과 형을 주축으로 한 프로젝트그룹 015B를 결성하곤 어반록에 가까운 스타일로 기존의 한국 록밴드와는 좀 다른 차원의 음악을 펼쳤다.

이에 비교해 가장 윤종신다운 2집(1992)의 ‘너의 결혼식’과 3집(1993)의 ‘오래전 그날’은 015B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장르다. 4분의4박자에 느린 템포, 슬픈 분위기지만 메이저 코드, 전형적인 발라드의 구성, 피아노와 스트링을 강조한 편곡, 그리고 이별의 주제 등이다. ‘좋니’와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이런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이 지루했던지 5집(1996)의 ‘환생’에서 8분의6박자의 리듬에 로커빌리 스타일의 록발라드를 시도하더니 6집(1996)의 ‘내 사랑 못난이’에선 아예 빠른 템포의 16비트를 베이스로 하고 일렉트로닉 감성까지 더한 록을 섭렵하는 식성을 보인다.

▲ jtbc <팬텀싱어2> 캡처 화면

8집(2000)의 ‘애니’에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듯했던 그는 21세기의 감성에 맞춰 9집(2001)에서 재미있는 가사에 폭스트로트 리듬의 슈가팝 ‘팥빙수’를, 10집(2005)에서 클래지콰이와 협업한 퓨전색채의 록 ‘오늘의 날씨’를, 11집(2008)에서 MC몽의 랩을 도입한 소프트록 ‘동네 한 바퀴’를, 12집(2010)에서 8분의6박자 리듬에 블루스적인 색채를 입힌 발라드 ‘이별의 온도’를 발표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드라마 예능 영화 등에 배우 혹은 예능인으로 출연하는가 하면 영화음악에도 손을 대고 방송 MC도 맡으면서 청소년들에게 예능인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었다. 그러나 ‘월간 윤종신’을 통해 신곡발표를 그 누구보다 활발히 펼치며 자신의 뮤지션이란 정체성을 굳건하게 지켜왔고, 그 결과로 ‘좋니’란 가장 윤종신다운 발라드가 요즘 청소년들에게도 통하게 된 것이다.

윤종신의 작가로서의 강점 중에 가사를 빼곤 얘기가 안 된다. 그의 가사의 소재는 주로 과거의 이별에 대한 추억이다. ‘좋니’는 ‘우리 그 마무리가 고작 이별뿐인 건데/ 우린 참 어려웠어/ 잘 지낸다고 전해 들었어 가끔/ 벌써 참 좋은 사람 만나 잘 지내고 있어’라는 가사다. ‘너의 결혼식’의 ‘세상 그 누구보다 난 널 알잖아/ 순결한 너의 비밀 너의 꿈을/ 나를 보지 마 지금 네 모습에 우는 날/ 난 지키고 있을게 촛불의 약속/ 괜찮아 너는 잠시 잊어도 돼/ 널 맡긴 거야 이 세상은 잠시뿐인걸’과 아주 유사하다.

▲ 윤종신 SNS.

그의 이별의 발라드는 대부분 이렇게 유치하고 지질한 남자의 못난 면모를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적나라하게 그린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갖는 천박한 감정이지만 남자라서 드러내거나 남에게 고백할 수 없는 내용을 윤종신은 마치 남의 일기장을 들여다본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한다.

‘좋니’가 노래방에서 애창곡 선두를 달릴 수 있는 비결이다. 방송에서 허술한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만날 당하며 웃음을 선사하는 그의 노래를 예능과 다르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이다. 그 이유는 아무리 세상이 첨단의 디지털시대로 변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본성은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정의 표현방식이 달라진다고 애정행위 자체에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사랑이란 감정 자체는 불변이다. 거기에 대한 가치관이 저마다 달라졌을 따름이다.

윤종신이 만드는 음악의 멜로디 가사 편곡 등은 그런 인간 본연의 연애와 이별이란 행위를 통해 형성되는 감정의 출렁임이 만든 감수성과 생활패턴 등에 최적화돼있다. 게다가 그는 절대 잘난 체하는 법이 없다. 가수건 예능인이건 곡 납품자(작곡가)건 가리지 않고 정열적으로 또 겸손하게 일하는 자세가 윤종신이란 ‘브랜드 뉴’를 계속 만드는 것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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