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간이 연주하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김광훈 칼럼]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l승인2017.10.12l수정2017.10.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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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어째서 명 바이올린 협주곡은 D 장조가 많은 걸까? 답은 바이올린의 ‘물리적 한계’에서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낮은 음을 솔(G)음으로 하고 4개의 줄이 각각 5도 간격으로 조현된 바이올린의 물리적 특성(혹은 한계) 하에서는 비단 작곡 뿐 아니라 연주의 화려함과 용이함의 측면에서도 샵(#)이 두 개 붙어 있는, D 장조가 가장 이상적인 조성이다. 때문에 이 조성 하에서 수많은 명 협주곡들이 탄생 하였는데, 차이콥스키나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등도 모두 D 장조의 협주곡들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 명연주 비교에 소개할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역시 D 장조를 바탕으로 하는 협주곡이다.

어떤 연주자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마치 너무 많은 음식 재료를 사용하여 맛이 이상해진 음식을 대하는 느낌이라 말하는가 하면, 또 어떤 연주자는 이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은 마치 태산 같은 준령을 넘는 느낌으로 연주를 마치고 나서 느껴지는 성취감은, 다른 협주곡들 연주와는 궤를 달리한다고 말한다. 어찌 되었건 브람스가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부려놓은 퍼즐과 다양한 테마들을 오롯이 드러내는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며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데에는 다들 이견이 없으리라 믿는다.

이 곡은 한 번 연주하고 나면, 몸무게가 몇 킬로그램은 빠질 정도로 힘든 협주곡이라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물리적으로 ‘힘든’ 협주곡이다. 여타 대부분의 협주곡들에서 오케스트라는 솔리스트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도와주는 역할에 그치지만, 이 곡에서 오케스트라는 솔리스트와 철저한 대결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솔리스트는 오케스트라와 물리적. 정신적으로 대등한 상태를 견지해야 하며 심지어 그 속에서 정반합(正反合)의 상승작용마저 일구어 내야 하니 보통의 협주곡과는 분명 다른 어려움과 매력이 상존한다.

▲ 레오니드 코간(유튜브 화면 캡처)

누구?
레오니드 코간(우크라이나어: Leonid Borisovich Kogan, 1924년 11월 24일 ~ 1982년 11월 17일). 우크라이나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어떤 음반?
1959년 키릴 콘드라신(Kiril Kondrashin)이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녹음.

코간은 이미 1955년에 샤를 브룩(Charles Bruck)이 지휘하는 파리 콘서바토리 오케스트라(Paris Conservatoire Orchestra)와 동곡의 녹음을 한 차례 남긴 바 있다.

왜?
우크라이나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Dnepropetrovsk)에서 사진가의 아들로 태어난 코간은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에 재능을 보여 그의 부모는 모스크바로 이주했다. 1936년 모스크바를 방문한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 자끄 티보는 코간의 연주를 듣고 장차 대성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1941년 코간은 모스크바 필하모니 교향악단과의 협연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해 성공을 거두었다. 1943년부터 5년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공부했고 1947년에는 프라하 세계 청년 음악제에서 준우승, 1951년에는 브뤼셀에서 열린 퀸엘리자베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파가니니의 협주곡을 연주해 우승했다(당시 심사위원장은 자끄 티보였다). 1952년부터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교편을 잡았고 이탈리아 시에나의 Academia Chigiana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코간은 1982년 아들 파벨과 연주 여행을 하던 도중 기차 안에서 심장 발작으로 사망했다.

▲ 레오니드 코간(유튜브 화면 캡처)

레오니드 코간은 분명 야사 하이페츠나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마치 하이페츠와 오이스트라흐를 2:1로 섞어놓은 듯한 비율의 ‘다소’ 차가운 연주를 펼치는 -그의 외모만큼이나- 코간은, 기술적 완벽함을 바탕으로 브람스 협주곡 특유의 구조를 조망한 연주를 들려준다. 하지만 단순히 코간을 ‘차갑고 서늘한 테크니션’이라 부른다면, 지네트 느뵈를 그저 ‘열정과 불꽃의 연주자’라고 특화시키는 것만큼이나 부당한 이야기다. 코간을 단순히 차갑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좋은 반증으로 본 협주곡의 녹음을 꼽을 수 있겠다. 코간 역시 다양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녹음을 남긴 바 있지만 이 녹음에서 들려주는 서정성과 아름다움은 다른 음반들의 그것을 훨씬 상회한다. 특히 본 곡의 초연 후 사라사테가 ‘독주자가 무대 위에 가만히 서 있고 오보에가 솔로를 연주하는 것은 전혀 바이올린 협주곡 답지 않으며 내 취향도 아니다.’ 라 일갈한 바 있는 2악장에서, 오케스트라와 섬세하게 어우러지는 코간의 바이올린은 글자 그대로 군계일학(群鷄一鶴), 정적과 동경의 끝을 보여준다. 러시아에서 활동하다 미국에 처음 데뷔했을 때 코간은 브람스의 본 곡을 연주했다고 하는데, 당시 미국 음악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고, 아직까지도 코간의 연주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대표적인 명연으로 꼽히고 있다.

키릴 콘드라신과 필하모니아의 멋진 서포트가 돋보이는 이 음반은 한동안 구매가 불가능했었던 녹음 중 하나인데, 십 수 년 전 재발매가 이루어져 다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오이스트라흐와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대척점(對蹠點)에 있었던, 하지만 최고일 수밖에 없는 코간의 브람스는 연주자라면 반드시 들어보기를 권하는 최고의 연주 중 하나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김광훈 교수]
독일 뮌헨 국립 음대 디플롬(Diplom) 졸업
독일 마인츠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졸업
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단원
가천대학교 음악대학 겸임 교수
전주 시립 교향악단 객원 악장
월간 스트링 & 보우 및 스트라드 음악 평론가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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