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에서 女男 공동가장제로 [김주혁 칼럼]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l승인2017.10.16l수정2017.10.1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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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성평등 보이스] “어디 아침부터 남자가 인상을 써!” “갖은 남자 짓 다 하고 있네.” “남자가 그런 거 묻는 거 아니야. 여자가 내려오라면 바로 내려와야지.”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집안이 패가망신한다는 얘기가 있어.” “집안에 남자를 잘 들여야 한다더니.” “여자가 하는 일에 토를 너무 달아.” “그깟 돈이야 내가 벌면 되지.” “남자가 조신하게 살림 좀 해야지,”

개그우먼 김숙이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유행시킨 가모장(家母長)적 발언이다. 가부장(家父長)제를 패러디한 것이다. 남성들이 이런 말을 듣는다면 몹시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그때마다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시당하기 때문이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 JTBC <최고의 사랑> 화면 캡처

가부장제란 가부장이 가족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가족 형태, 또는 그런 지배 형태(표준국어대사전), 가장인 남성이 강력한 가장권을 가지고 가족구성원을 통솔하는 가족형태, 또는 가족구성원에 대한 가장의 지배를 뒷받침해 주는 사회체계를 일컫는 말(한국민족문화대백과)이다. 한 마디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억압체계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조선 전기까지는 결혼과 재산상속, 제사 등에서 남녀 차별이 거의 없었다. 조선 후기에 유교 성리학이 뿌리 내리면서 남성 중심적 가족제도인 가부장제가 강화됐다. 남존여비(男尊女卑), 남아선호 등의 악습이 바로 그것이다. 아들을 낳지 못 하거나, 질투하거나 등 7가지 이유로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7거지악(七去之惡)도 있었다. 여성은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하면 남편을,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게 3종지도(三從之道)다. 현대에는 호주(戶主)제로 이어졌다가 폐지됐다. 결혼식장에서 아버지가 신부와 함께 입장해 신랑에게 인계하는 모습도 그 잔재다. 여성들은 교육과 사회활동에서 소외된 채 집안일만 하는 ‘집사람’이고 남성은 바깥사람이었다. 배우자와 사별하면 남성과 달리 여성은 재혼을 할 수가 없었다. 여성들에게는 정조와 열녀(烈女)가 강조됐다. 이렇게 남성이 가족들을 마음대로 지배하다 보니 성 차별은 당연했고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 영화 <열녀문> 캡처 화면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대학 입학 비율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고, 남성 외벌이보다 맞벌이 가구가 많아진 지 오래다. 여성들도 배울 만큼 배우고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게 된 것이다. 경제적으로 무력했을 때는 나이가 들면 갈 곳이 시집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결혼 여부를 선택하게 됐다. 양성평등 시대다. 남아선호와 7거지악 등 악습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가부장제적 인식과 관행이 바뀌는 속도는 아직도 매우 더디다. 맞벌이를 해도, 심지어 아내의 수입이 더 많아도 남성은 가장이란 이유로 집안일과 아이돌봄을 여성에게 떠넘기기 일쑤다. 기업 구조조정 때 여성이 우선순위에 배치되는 경우도 있다. 채용 과정에서 점수 조작으로 여성을 탈락시키거나, 결혼 출산을 이유로 여성들에게만 퇴사를 강요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가부장제와 성 차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내 폭력도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물론 남성이 무시당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 소설 <82년생 김지영>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가부장제도 가모장제도 아닌, 여성과 남성이 공동 가장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매사를 협의해서 결정하는 양성평등제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하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갈등관리심의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myhappyhom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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