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보험약관은 보험계약의 공통적인 표준사항을 보험자가 미리 작성하여 놓은 정형적 계약조항입니다. 이는 보험자가 미리 작성하므로 보험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르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이 무시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보통거래약관 및 보험제도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보험약관의 해석은 일반 법률행위와는 달리 개개 계약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2016가합20753)”고 하였습니다.

우리 민법은 “배우자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민법 제810조).” 규정하고 있어 중혼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법률혼의 당사자 일방이 다른 자와 사실혼관계를 맺는 경우는 중혼이라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중혼이라 하여 당연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혼인 취소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16조).

민법 제810조 (중혼의 금지)
배우자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

민법 제816조 (혼인취소의 사유)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1.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09조(제815조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제817조 및 제820조에서 같다) 또는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가 부부운전자 한정운전 특별약관에서 정한 ‘배우자’에 해당함을 이유로 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채권존재확인의 청구를 인용한 한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甲과 乙은 이 사건 보험계약일인 2015년 11월 27일 당시 법률혼 관계에 있었지만, 乙은 1992년 2월 5일 제주도로, 甲은 1994년 5월 14일 청주시로 각 주민등록을 마친 이래 현재까지 같은 주소지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지 않았고, 1990년경 이후로 상대방의 연락처 및 주소지를 알지 못하여 서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1994년 1월 26일, 甲은 1994년 5월 14일 청주시의 같은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한 이래로 현재까지 대부분의 기간을 같은 주소지로 주민등록을 마친 뒤, 甲은 2002년 9월 23일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는 우체국 재해안심만기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그때부터 2010년 7월경까지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납부하여 왔습니다.

그 후 甲은 원고 소유의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사고를 내어 원고는 피고 보험회사에게 보험금을 청구 하였으나, 피고 보험회사는 甲이 체결한 보험계약상의 ‘배우자’에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채권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 일단 성립하는 것”이며, “우리 법제가 일부일처주의를 채택하여 중혼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위반한 때를 혼인 무효의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단지 혼인 취소의 사유로만 규정(민법 제816조)”하고 있으므로 “중혼에 해당하는 혼인이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이고, 이는 중혼적 사실혼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며, 중혼적 사실혼 관계일지라도 법률혼인 전 혼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설시 한 뒤,

이 사안에서 “원고와 甲은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만한 혼인의 실체를 갖춘 사실혼 관계에 있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보험당사자의 지위를 확정하면서 원고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甲이 乙과 단순히 형식상 이혼절차를 밟지 않아 중혼적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실혼 관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획일적인 보험약관의 해석 원칙에 관한 법리에 반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정한 ‘피보험자인 甲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보험금채권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민법은 중혼을 금지하고 있으나 혼인 취소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기에 중혼에 해당하는 혼인이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하게 됩니다.

법원은 “중혼적 사실혼 관계일지라도 법률혼인 전 혼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4161),”고 하여 이 사안에서 甲과 乙이 법률혼 관계에 있으나 1990년경부터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렀다는 점, 원고와 甲은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만한 혼인의 실체를 갖춘 사실혼 관계에 이르렀다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를 법률혼에 준하는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로 인정하였습니다.

보험약관의 해석은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중혼적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혼 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으로, 보험약관의 해석 원칙 및 사실혼 배우자의 권리보호의 필요성에 비추어 위 법원의 판단은 일응 타당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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