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약간은 배가 고프고 무엇인가 달달한 간식을 먹고 싶을 때 생각나는 것이 것이 바로 추로/ 추로스(churro/ churros)이다. 설탕을 듬뿍 뿌린 이 간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배도 어느정도 포만감이 온다.

추로(스)에 대해 세계 음식명 백과를 보자. 추로(스)는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긴 스페인 전통 요리로 포르투갈, 프랑스, 미국, 필리핀 등 세계 각국에서 즐겨 먹는다. 스페인에서는 주로 아침이나 간식으로 먹는다. 추로(스)는 황금색으로 겉은 파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일반적으로 긴 막대 모양이며, 자른 단면은 별 모양이다. 굵게 튀긴 것은 '뽀라(porra)'라고 한다.

추로(스)의 역사를 보면,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그 기원에는 두가지 설이 있다. 첫번째 설은, 포르투갈인들이 중국 명나라 시대(타 자료에는 송나라)에 배워서 전했다는 설이다. 중국으로 항해한 이들이 반죽을 튀겨 먹는 명나라 요티아오(youtiao / Youzagwei)를 먹어보고 본국에 전하면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아침 식사인 요티아오는 반죽을 손으로 늘려 두 겹으로 붙인 다음 가운데 부분을 나무젓가락으로 눌러서 기름에 튀긴다. 명나라 황제는 외국으로 요티아오 제조법이 전수되는 것을 법으로 금해서 포르투갈인들은 귀국해서 반죽을 짜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후 짜낸 단면이 별 모양으로 발전했다. 두번째 설은, 수백 년 전 스페인 산악 지대에서 churra라는 종의 양을 치는 목동들이 만들었다는 설이다. 산에서는 식사 재료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을 고민하다 튀김용 팬과 기름으로 만들 수 있는 추로(스)를 고안했다는 것이다. 이후 만드는 방법이 마을로 전해졌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간식으로 즐기게 되었다. 이 후 스페인의 남미 정복 후 그 곳에 소개되었고, 남미로부터 많은 설탕과 초콜릿이 수입되면서 밋밋한 추로(스)에 단맛이 더해졌다. 스페인 북부는 주로 굵은 추로(스)를 선호하고, 남동부에서는 가늘고 단면이 원형인 추로(스)에 설탕이나 계피가루를 뿌리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을 선호하는데 반죽에 들어간 소금 때문에 약간 맛이 짭짤하다. 스페인 중부의 Extremadura, Castilla, La Mancha 등은 뽀라(porra)를 추로(스)라 부르고, 추로(스)는 ‘추로스 피노스(churros finos, 가는 추로(스))’ 또는 ‘뻬께뇨스(pequeños)’라 부른다. 남미에서는 추로(스)를 더 두껍고 여러 맛의 크림으로 속을 채우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브라질은 초콜릿, 쿠바는 guava 등의 과일, 멕시코는 caramel이나 바닐라, 우루과이는 치즈를 채워 넣은 짭짤한 추로(스)를 선호한다. 모양은 막대 모양 및 나선형, 원형, 말굽 등 다양한데 튀겨서 무게로 잘라 팔기도 한다.

만드는 방법을 보면, 솥에 물과 소금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적정량의 밀가루를 넣고 덩어리 지지 않도록 주걱으로 약한 불에서 젓는다. 밀가루가 충분히 익으면 불을 끈 후에 부드러운 반죽이 될 때까지 계속 젓는다. 맛을 위해 반죽에 버터와 달걀을 넣기도 한다. 완성된 반죽은 츄레라(churrera)나 별 모양 깍지를 끼운 짤주머니에 채워 180~200℃의 기름에 원하는 모양으로 짜 준다. 황금색이 나고 잘 익도록 3~4분간 튀긴 다음 튀김망으로 건져 기름을 뺀다. 뜨거울 때 설탕가루를 뿌려 먹는데 이때 설탕에 계피나 아니스(미나리과의 식물)를 섞어 뿌리기도 한다. 완성된 추로(스)는 초콜릿에 버터, 계피, 설탕, 연유를 섞어서 만든 초콜릿 소스에 찍어서 먹는다. 우리나라는 간식으로 즐기지만 스페인에서는 아침식사에서 많이 먹는다. 특히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용으로 추로(스)를 진한 초콜릿 소스에 찍어 먹는다. 여름보다는 겨울에 막 튀긴 따뜻한 추로(스)를 핫초코(hot chocolate)나 우유를 넣은 커피(café con leche)와 같은 따뜻한 음료 혹은 둘세 데 레체(dulce de leche/ doce de leite, 우유로 만든 사탕)에 찍어 먹는다.

스페인에서는 추로(스)를 가판대나 가게에서 먹을 수 있는데, 추로(스) 전문점을 ‘churrerías’라 한다. 스페인의 유명한 chocolatería(초콜릿 전문점)인 산 히네스(San Ginés)는 수도 마드리드의 중심부 솔(Sol) 광장 인근에 있다. 1890년 게스트하우스로 세워진 건물이지만 1894년 추로(스)를 판매한 이후 추로(스)와 초콜릿를 맛보려는 관광객과 스페인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 맛있는 스페인 간식인 ‘추로(스)(churro/ churros)’는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churro/ churros’의 어원을 보면, 스페인에는 양의 종류 중에 산악지대에 사는 churra sheep이라는 종이 있다. 이 양의 뿔의 모양이 처음 만들어서 널리 퍼지게 된 추로(스) 모양과 비슷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양의 뿔 모양(churra’s horn)과 비슷하기 때문에 양의 이름인 ‘churra’를 붙였고 이 이름에서 최종 ‘churro(s)’가 탄생하여 정착을 했다.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이름인 ‘테헤링고스(tejeringos)’라 부르기도 한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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