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일반적으로 약혼은 특별한 형식을 거칠 필요 없이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으면 성립하게 됩니다. 이러한 합의에는 명시적인 합의뿐만 아니라 묵시적 합의로도 가능합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무961).

한편 약혼 해제에 있어서 당사자 일방은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 및 정신상 고통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06제1, 2항).

위 조항에 비추어 보면 약혼의 성립을 쉽사리 인정할 경우 혼인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침해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약혼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합니다.

약혼의 상대방이 부정행위 뒤 결별을 통보하여 약혼을 부당하게 파기했다고 위자료를 청구한 사안에서 약혼의 명시적 내지 묵시적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위자료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원고 甲은 피고 乙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사이였으나, 피고 乙은 피고 丙과 성관계를 갖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하였습니다. 결국 피고 乙은 2015년 6월말 일방적으로 원고 甲에게 결별통보를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 甲은 피고 乙이 2014년 5월경 원고 甲 에게 결혼을 약속하였고 피고 乙의 아버지가 2015년 3월 중순경 원고에게 2015년 10월경 결혼식을 올리자고 주장하였고, 원고 甲은 피고 乙이 2014년 5월경부터 2014년 8월말까지 약 4개월 동안 원고, 원고의 부모, 원고의 큰 누나와 함께 원고의 본가에서 기거를 하였고 원고 甲과 피고 乙 및 양가부모들이 2015년 3월 경 상견례를 가졌으며 피고 乙의 아버지가 원고를 불러 식사자리를 가진 사실을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원고 甲은 2014년 6월경 경남 진해에서 개최된 피고 乙의 남동생의 해병대 소위 임관식에 동행하고, 2014년 추석과 2015년 설에 피고 乙의 부모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으며 조모 생신 잔치에도 참석하여 피고 乙의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였으며 원고 누나의 집들이 때에도 피고 乙과 동행하는 사실을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원고 甲은 2014년 5월경부터 약혼 사실을 근거로 약혼을 부당하게 파기한 피고들에게 위자료 청구를 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 甲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약혼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그 밖에 원고 甲과 피고 乙사이에 약혼식을 거행하거나 약혼 예물을 교환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며 원고 甲과 피고 乙 사이에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명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원고는 A공연기획사의 대표였고, 피고 乙은 무명배우로서 A공연기획사의 전속배우로서 활동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 乙은 원고의 요청에 의한 부산공연을 위해 위 기간 동안 원고의 본가에 기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결혼식의 날짜를 정하거나 결혼식장을 예약하거나 예약하려는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며 원고가 주장한 사정들은 “약혼자로서가 아닌 친밀한 이성친구로서도 할 수 있는 일들로서 원고와 피고가 이성교제에 더하여 공연기획사 대표와 전속배우로서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사정까지 고려하여 보면, 약혼을 인정할 만한 결정적 징표는 될 수 없다.”고 보아 “원고 甲과 피고 乙사이의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약혼이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구하는 원고 甲의 피고들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약혼은 특별한 형식을 거칠 필요 없이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으면 성립합니다. 다만, 약혼 해제, 즉 파혼 시에 당사자 일방은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재산상 손해 및 정신상 고통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806조), 법원은 “약혼의 성립을 쉽사리 인정할 경우 혼인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침해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당사자 사이에 약혼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함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사안에서 법원은 “약혼식이나 약혼 예물을 교환할 사정을 인정할 수 없다하여 명시적 약혼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원고가 주장한 사정들은 이성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불과하여 약혼의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약혼의 합의가 있었음을 주장·입증하지 못하는 한 약혼은 무효로 보아 원고의 위자료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변론주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약혼 합의의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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