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우리는 ‘나도 모르게’ 라거나 ‘무의식적으로’ 라는 말을 쓸 때가 있는데, 이 ‘무의식’이라는 용어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프로이트다. 그는 모든 인간의 정신 세계에는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으며, 일상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영역에 있는 대부분은 우리가 현실에서는 실행하거나 인정하기 어려워 억압한 성적 충동이나 공격성들이라고 하였다. 프로이트는 소위 ‘계몽시대’에 무의식의 존재를 주장하여 우리들 인간이 생각만큼 반드시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존재가 아님을 깨우쳐 주었다.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서 좀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해준 사람은 칼 융이다. 융은 프로이트에 비하면 무의식을 훨씬 큰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융이 설명하는 무의식은 여러 ‘콤플렉스’로 구성된다. 흔히 콤플렉스를 열등감 정도로 잘못 알고 있는데, 필자가 본지에서 소개했던 ‘페르조나’나 ‘그림자’도 일종의 콤플렉스이며, 콤플렉스의 또 다른 예로는 각 사람의 성격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 융은 우리가 이처럼 잘 모르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의식화’할 것을 권한다. 그렇지 못하면 잘못된 결정과 처신으로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평생을 학문 연구에 바치던 학자가 뒤늦게 사업이나 정치에 뛰어들었다가 불명예스러운 결말을 겪거나, 빈민 구제에 힘쓰던 사회사업가나 성직자가 횡령이나 성 추문과 같은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들을 보곤 한다. 또 평소에 얌전하고 소극적으로 보이던 젊은이가 갑자기 끔찍한 사고를 저질러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들 모두 자신의 성격에 내재되어 있는 ‘부정적인’ 측면을 전혀 살피지 않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힘에 사로잡힌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잘 인식하여 오히려 성공의 계기로 만든 경우들도 많다. 병약하던 사람이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여 그 반대 경우보다 더 튼튼한 몸을 갖게 되듯이, 어려서는 가난하여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이 나중에 거액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예들은 자주 볼 수 있다. 또 자녀를 교통사고로 잃거나 가정폭력처럼 불행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불행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 시작한 활동이 커다란 사회적 공헌으로 이어지곤 한다.

한편, 본디 우리의 정신 즉 콤플렉스는 하나의 ‘전체’이기 때문에,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그 내면에는 내향적인 특성이 숨겨져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남성의 내면에는 여성적인 특성이, 또 여성의 내면에는 남성적인 특성이 숨겨져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까지는 자신의 외면적인 발달에 충실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 과제를 이룬 성인기 이후에는 자신에게 감추어진 내면적인 특성을 인식하고 잘 활용하여 전인격적인 균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여 외향적인 성격만 발달시킨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거나 잠시라도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할 수 있다. 또 평생 ‘남자다움’만 자랑하던 사람은 노후에 그 가족들로부터 배척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리적인 균형을 이룬 사람은 젊더라도 ‘지혜롭다’는 말을 듣게 되고, 나이가 들어서는 원숙한 인격자로 타인의 존경을 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성격 즉 콤플렉스는 ‘양날의 검’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무의식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자신의 성격에서 균형을 잘 이루도록 힘써야 하겠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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