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무기는 무엇인가! [송민근 칼럼]

송민근 청춘칼럼니스트l승인2017.10.26l수정2017.10.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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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송민근의 물구나무] 21세기는 인류가 걸어온 발걸음의 가장 큰 보폭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7세기에 경제학자들이 뿌려놓은 씨앗이 자본주의라는 꽃으로 피어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과학 기술의 진보와 국가체제의 발전, 그에 의한 각종 복지 인프라 구축으로 인해 인류의 삶은 혁신적인 질의 상승을 이루게 된 것 같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세기말 예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람들의 의식과 삶의 행복은 더 극대화되었다. 어린 시절, 피아노나 웅변 등의 각종 학원을 다녀보지 않은 20대가 있을까? 그 중에서도 특히 태권도는 국가대표 스포츠라는 인식을 등에 업고 마치 정규 교육과정이 된 것처럼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도장에 등록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체육 사교육의 생태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90년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네에 있는 교회숫자만큼이나 많았던 태권도장들이 2000년대 중반이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신 그 자리를 다른 종목의 스포츠 도장이 채우기 시작했다. 주짓수나 킥복싱, 삼보... 정말 다양한 무술들이 본격적으로 위상을 쌓아올리고 있었고 공통적으로 이들의 특징은 ‘실전성’이라는 것을 표어로 삼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갑자기 일어난 것인가? 아니다. 시대의 필요에 의해 스포츠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잠깐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일본의 두 가지 무도에 대해 알아보겠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유도와 검도이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법한 이 무도들은 큰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두 종목 전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수련생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일본의 무도라는 것이다.

수 많은 국가들에 있는 하늘의 별들만큼이나 많은 종목들 중, 특별히 두 종목이 빛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분명한 원인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도(道)’의 개념을 강조한 운동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전 국가적 개혁을 실시하였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며 제국주의 후발주자인 일본을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강대국의 대열에 합류시키게 된다. 그 당시 ‘근대화’의 바람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일본 내에서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바람은 당시, 기술 위주로만 존재하던 일본의 유술, 검술 등의 모습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즉 무술의 근대화도 시작된 것이었다. 단순히 신체적 활동, 전투기술의 개념에 가까웠던 무술에 정신적 측면의 중요성을 도입하며 신체와 정신 모두를 수련하는 무도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무도의 개념은 신선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 배가 부르게 될 수 있은 뒤, 교육과 정신적, 신체적 발달, 여가에 대한 것들은 사람들이 고민할 수 있는 다음 단계의 것이였다. 자연스럽게, 신체의 단련과 정신적 수련을 모두 포함한 유도와 검도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마치 시꺼먼 시골의 밤에 켜진 전구에 몰려드는 많은 곤충들처럼 이 두 등불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이러한 흐름은 20세기 말, 21세기가 되어 다시 바뀌게 된다. 극진회관에서 독립한 정도회관의 이시이 가즈요시는 이종격투기(다른 종목간의 격투)의 개념을 K-1이라는 입식타격대회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리게 되었다. ‘어떤 무술이 가장 강한가!’라는 것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방식의 경기는 금세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입식타격인 K-1의 뒤를 이어 종합적 성격의 PRIDE도 급부상하게 되었다. 이 두 대회의 차이는 K-1의 경우는 서서 타격을 하지만 상대가 넘어졌을 경우는 다시 일어서서 시작을 하는데 PRIDE는 가장 최소한의 룰만 남겨둔 채, 여러 상황에서도 계속 진행된다. 즉, 타격기뿐만 아니라 꺾고 조르는 관절기도 모두 허용이 된 것이다. 여기다 9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UFC까지 국제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게 되니 사람들의 관심사는 기존의 정신적 수양, 스포츠의 교육적 기능에서 ‘실전성’으로 바뀌게 된다.

이 말을 조금 더 개념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근대화 되기전 무‘술’이 근대화가 이루어지며 무‘도’의 개념으로 변화했고 최근에는 다시 실전성을 위한 무‘술’로 가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인기를 누리는 종목은 주짓수(브라질 유술로서 일본의 유술가가 브라질에 전파하며 생겨난 무술), 킥복싱, 삼보(러시아의 종합무술로 유도와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며 대표적으로 우리가 아는 효도르의 베이스 무술인 러시안 삼보)등이 있다. 

여기까지는 필자의 생각이라기보다는 현재 흐름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대한민국이 가진 우리의 가능성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잘 아는 태권도가 있다. 태권도 역시 '도‘의 의미를 가진 운동이며 스포츠로서 올림픽 종목인 만큼 대단하지만, 지금 말하고자 하는 흐름과는 큰 연관은 없는 것 같다.(물론, 이것은 그 종목의 기술적, 체계적 특징에 따른 상성이나 우위에 기인한 것이며 절대 개개인의 역량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 좌) 풍속화의 한 장면. 두 장정이 씨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중) 풍속화의 한 장면. 취하고 있는 자세등을 보았을 때 태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우) 현대에 태껸을 전수하게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조선의 태껸꾼 송덕기 옹(사진 제일 우측)과 기술을 배우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의 제자. 사진으로 알 수 있듯 태껸에는 발차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술적인 요소가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가 가진 무기는 바로 ’태껸‘이다. 사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무술은 아니지만 태껸이야말로 실전성을 강조하는 시대적인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태껸에 대한 책 2권을 읽고 느낀 것은 실전성을 가진 무술이라는 것이다. 여기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째, 태껸은 보법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보법이란 즉 몸의 이동을 뜻하며 이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많은 실전적인 무술들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흡사 춤을 추는 듯한 몸짓은 조금 웃기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앞,뒤 혹은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을 계속해서 그려나가는 보법은 굉장히 특별한 것이다.

또한 태껸은 ‘도’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무‘술’이다. 혹시 태권도 등의 종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 일정하게 정해진 틀에 따라 혼자서 수련하는 방식으로 ‘도’의 개념을 가진 무술은 대부분 이러한 형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예로 태권도에서 배우는 태극 6장이다.)은 태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즉 복싱이 잽, 훅 등의 기술위주로 구성되어있고 이러한 기술의 조합에 연관해 연구, 발전하는 것처럼 태껸 역시 기술 위주의 구성이다. 이것의 이유는 아마 태껸이 구한말 자취를 감추었다가 80년대 중후반부터 그 때의 모습 그대로 부활했기 때문일 것이다.

태껸은 일련의 보호장비가 없이 진행된다. 헤드기어, 몸통 보호대 등을 착용하지 않은채 수련하는 것이다. 보호구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방어동작과 피하기 위한 보법이 더욱 발달한 것이라 생각된다. 아울러 태껸의 기술의 구성은 타격을 위한 발차기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상대를 넘어뜨리기 위한 기술들도 있다. 간단히 말해, 태권도와 씨름의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특징은 위의 삼보와 같은 종합무술의 그것과 유사성이 있다.

사실, 조선 시대에는 태껸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특정한 무술의 이름이 아니라 지금의 ‘싸움’이라는 개념과 비슷하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즉, 우리의 조상들이 길거리에서 모여 한량들이 펼치는 규칙이 있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태껸을 대중화시키고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존의 룰을 개량하여 전국의 대학생, 일반인 동아리들이 참가하는 ‘태껸배틀’이라는 경기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대중적으로 큰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백의 시간이 있었던 무술이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꾸준히 발전해온 다른 무술들에 비해 실전적이지 못하다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고 많은 연구와 보완의 과정을 거친다면 분명 엄청난 발전을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크! 에크!’ 소리가 국제적인 격투대회 무대에서 울려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그저 재밌다고 생각했던 태껸의 동작이 국제적으로 우리의 위상을 드높여주는 ‘각시탈’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진심으로 태껸이 무술계의 흐름에 맞춰 성장하여 세계적인 종목이 되길 기원한다.

송민근 청춘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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