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법정단순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자기의 고유재산과 혼합하거나 상속재산을 처분한 후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면 상속채권자와 후순위 상속인이 손해를 입을 염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상속인이 당연히 단순승인이 된 것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는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신속히 확정하여 상속에 관한 이해관계인, 즉, 상속채권자 또는 후순위 상속인, 상속인의 채권자 등 상호간의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법정단순승인의 사유로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1026조(법정단순승인)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1.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2. 상속인이 제​1019조제1항의 기간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3.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

대법원은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대하여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긴 이후에는 더 이상 단순승인으로 간주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 규정은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생기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다63586 판결)."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상속포기 신고 후 가정법원의 수리심판이 있기 전에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경우,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의한 법정단순승인으로 인정한 사례(2013다73520)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피고 甲은 망인의 처로서, 망인이 2011. 12. 27. 사망한 후 2012. 1. 26. 상속포기 신고를 하였습니다.

​甲은 가정법원의 상속포기 수리 심판일 이전인 2012. 1. 30. 망인이 생전에 소유하던 화물차량들을 지입하였던 회사로 하여금 폐차시키거나 매도하게 하여 대금을 수령하였습니다.​​

이에 망인의 채권자들은 피고 甲이 화물차량들을 폐차 또는 매도하여 대금을 수령한 행위는 처분행위로 인정할 수 있어 단순승인에 해당한다며 대여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심 법원은 피고 甲이 상속재산을 처분한 시점이 상속포기 신고를 한 이후라는 사정으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법정단순승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상속의 한정승인이나 포기는 상속인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신고를 하여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 심판은 당사자가 이를 고지받음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며,

​이어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시의 존재를 명확히 하여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가 획일적으로 처리되도록 함으로써, 상속재산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공동상속인이나 차순위 상속인, 상속채권자, 상속재산의 처분 상대방 등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고 기본적인 법리를 설시한 뒤,​​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였다면, 이는 상속 포기의 효력 발생 전에 처분행위를 한 것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여, ​“민법 제1026조 제1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상속 포기의 의사표시만으로는 상속 포기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의 심판을 받아 이를 당사자가 고지 받음으로써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상속 포기의 효력 발생 시점은 가정법원의 심판을 고지 받는 시점이므로, 가정법원의 수리심판이 있기 전에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경우에는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속 포기의 효력 발생 시점을 상속 포기의 신고가 아닌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된 시점으로 본 법원의 판단은 민법상의 법정단순승인이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신속히 확정하여 상속에 관한 이해관계인 상호간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목적에 입각한 판결로서,

특히, 법정단순승인을 인정할 수 있는 시기를 가정법원의 심판 고지 시점이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앞으로 있을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의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