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잦은 사고로 경영난에 빠진 어느 열차 회사에 새 사장이 부임했습니다. 새 사장은 사고가 어느 칸에서 제일 많이 일어나는지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마지막 칸에서 사고가 제일 많이 일어난다는 보고를 받은 사장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칸을 떼어 버리면 될 것 아닌가?”

우리는 대부분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만 하면 문제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열차의 마지막 칸을 떼어도 또 다시 마지막 칸이 나타나듯이, 잘못된 것을 고쳤다고 해도 고칠 점은 또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생활에서 불만을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이 상대의 잘못이나 고쳐져야 할 점에만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그것만 고치면 문제가 없어질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점을 고치려다 이미 잘되고 있는 것까지 망쳐버리는, 그래서 결혼생활 자체가 불행해지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못된 것을 보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이 상책일까요? 그러면 도대체 언제 어떻게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일까요?  

미국의 명문 프로야구 팀 시카고 컵스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때때로 슬럼프에 빠지곤 하는데, 이럴 때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신이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하거나 수비에서 실수한 장면을 되돌려 보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찾아서 고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잘못에 집중할수록 오히려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때 선수들의 매니저 짐 프레이는 선수들에게 잘못한 점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그만 두고 그 대신 자신이 제일 잘 했을 때의 영상자료를 보도록 권했다고 합니다. 그의 조언에 따라 선수들은 자신이 잘했을 때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축구선수 이동국이나 기성룡도 한 인터뷰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과거 잘 했을 때의 감각을 회상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부 관계에서는 서로 고쳐야 할 것과 문제에 연연하기보다는 각자 잘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더 잘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는 잠깐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누가 잘못을 지적하며 고치라고 잔소리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싶겠습니까?

연애나 결혼 초기에는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라도 잘 보이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런 지적이 이어진다면 당연히 짜증이 날 것이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불쾌감만 커져가지 않겠습니까? 결혼 심리학자 존 고트맨은 부부싸움의 약 70%는 싸워서 해결할 수 없는 것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싸워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차라리 싸우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것입니다. ​가능하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가끔은 그저 참고 견디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상대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 아니면 정말 견딜만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이것을 그리 억울하게 생각할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나와 같이 살고 있는 상대도 틀림없이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장점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의 효과는 상대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 역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 보다는 상대를 칭찬하고 격려할 때 기분이 훨씬 좋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장점에 대한 칭찬과 인정보다는 잘못에 대한 지적부터 하게 되는 데에는 뿌리깊은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더 나은 상태’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리고 결혼을 통해서 자신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과 살고 있는 상대도 더 잘되고 더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상대에게 고칠 점을 지적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하자면, 나를 성가시게 하는 상대의 특성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나와 ‘다른’ 것일 뿐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습니다. 이럴 때 상대의 잘못으로 지적하고 고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과는 달라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런 지적이 싸움이 되지 않으려면, 내가 불편하기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상대를 사랑하고 그것이 상대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합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소위 ‘구제 욕구’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상대를 바꾸고 싶어 하는, 소위 ‘구제 욕구’는 일반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많이 나타납니다.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이나 동화 ‘미녀와 야수’에서처럼 사랑의 힘으로, 바보를 훌륭한 장군으로 또 난폭한 야수를 멋진 왕자로 바꾸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결혼 초에는 남편의 옷도 골라주고, 식성도 바꿔주고, 흡연이나 과음 같은 나쁜 버릇을 고쳐 주려고 합니다. ​그런 것이 상대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책임의 표현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그러나 부인들의 이런 ‘구제 욕구’에는 뜻밖에 자기 중심적이라는 ‘함정’이 있음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함께 잘 살려고 했던 노력이 ‘서로 견디기 어려운 상태’로 빠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감격스럽고 보람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자신은 달라지고 싶은 마음이 없음에도 ‘내가 당신을 바꿔주겠다’라고 하는 생각에는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더 멋있고 완벽해야 해’라는 오지랖 넓은 책임감과 자기중심적인 보상심리가 포함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 대하여 주의를 하지 않으면 개선에 대한 당사자의 협조가 오래 가지 않습니다.

많은 남편들이 처음에는 아내의 노력을 고맙게 받아들이지만, 오래지 않아 과도한 잔소리로 여기고 반발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예전에 자신의 어머니도 결국 두 손 들고 포기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마치 암초가 숨어있는 쪽으로 배의 방향을 잡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이 아주 작은 것으로 보이니까 조금 힘들어도 충분히 치우고 지나갈 수 있을 거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오랜 시간을 허비하고 그래서 힘이 빠져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려워진 다음일 것입니다. 이런 잘못을 피하려면, 처음부터 어려움을 무릎 쓰려는 모험보다는 잘 나아갈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현명한 태도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결혼생활이 잘 되어가지 않는다면, 서로의 잘못을 들추며 다투기 보다는 서로의 장점이나 두 사람이 잘 통하는 점을 통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은 다음과 같이 바꾸어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들 부부의 사이가 나아질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살면, 정말로 부부 사이가 나빠질 것입니다. 따라서 사이 좋은 부부로 살고 싶다면, 사이 좋은 부부들이 사는 것처럼 하고 사세요. 그러면 부부 사이가 좋아집니다.”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부족한 부분도 있고 싸울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잘 맞는 부부다’라고 생각하는 부부와 ‘우리는 잘 맞지도 않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아서 잘 살기가 어렵다’라고 생각하는 부부의 미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기 마련입니다. 흔히 성격이 다르면 같이 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반되는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의 장단점을 잘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혼자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상황들을 잘 처리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전 포스트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승수씨처럼 ‘고지식한 원칙’을 지켜야 할 때도 있지만, 또 희수씨처럼 ‘단순하고 즉흥적인 적응’이 필요한 때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상대의 나와 다른 특성은 고쳐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되어야 하는 것이고 또 내가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례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저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변화를 요구하지 말도록 권했습니다. ​그리고 승수씨에게는 희수씨의 자연스러움과 낙천성을, 희수씨에게는 승수씨의 신중함을 칭찬하고 배우도록 권했습니다. 두 사람은 몇 주간의 훈련과 상담을 통해서 서로에게 처음 느꼈던 사랑과 믿음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성격을 가진 이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상배필’이었던 것입니다.

사이가 좋은 부부라고 언제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서로의 차이점을 받아들이며, 서로를 자극하기보다는 격려하고, 나쁜 것으로 다투기보다는 좋은 일에 감사하다 보니 어느새 사이가 좋아진 것입니다. 너무 단순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사이 좋은 부부로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비결입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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