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혼인의 합의가 있고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는 동거, 부양, 협조, 정조의무(민법제826조), 상속권(민법 제1003조) 등이 인정됩니다. 이에 비해 사실상 부부공동생활을 하고 있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되지 않는 관계를 사실혼관계라 하는데, 이러한 사실혼에 대해 우리 법원은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실혼관계가 성립하면 부부간의 동거, 부양, 협조, 정조의무는 인정되나 부부간의 상속권은 혼인신고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사실혼관계에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한 사실혼 중에서 법률상 배우자 있는 자가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맺은 경우를 중혼적 사실혼이라 합니다. 중혼적 사실혼에 대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1996. 9. 20. 선고 96므530 판결)

중혼적 사실혼인 상태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던 남편이 사망한 경우 사실혼의 아내가 노점상운영권을 승계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2016르10054)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甲은 1977년 혼인신고를 한 부인과 두 자녀가 있었지만 2005년 경 부터 乙과 인 천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며 함께 살았습니다. 甲은 2013년 시행된 ‘노점상 실명제 운영규정’에 따라 구청에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노점상을 운영하다 2014년 7월 사망했습니다. ‘노점상 실명제 운영규정’은 허가를 받은 본인이 사망하면 그 직계가족 1인이 노점상에 관한 권리를 승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乙은 이에 따라 구청에 권리승계 신청을 했으나 혼인관계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승계가 유보되자 혼인관계 존재 확인소송을 냈고, 이에 1심 법원은 사실혼 관계를 부정하며 乙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심 법원은 “甲이 생전에 8년간 이용한 약국의 주소지가 乙의 주민등록상 주소 지와 가까운 거리에 있고, 乙의 손녀 돌잔치에 참석한 점이나 다른 부부와 동반 여행을 한 사진이 남아있는 점, 乙이 甲이 사망할 때까지 병원 등에서 망인을 간병하고 치료비와 요양비 등을 부담한 점, 甲이 乙과 동거한 이후 법률상 배우자 와 함께 생활한 적이 없고 자녀들과도 교류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생활한 사실혼 관계가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뒤,

“비록 甲이 법률상 배우자가 있어 중혼적 사실혼관계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망 인이 법률상 배우자와 장기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乙과 망인 사이의 사실혼 관계에 대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 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아울러 乙은 노점상에 관한 권리를 승계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 사실혼 관계에 있던 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일부일처제하의 우리 법제에서 중혼적 사실혼을 보호하고 있지 않으나,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었는데도 형식상의 절차미비 등으로 법률혼이 남아있는 예외적인 경우”라던가(2007. 2. 22. 선고 2006두18584판결), “법률혼인 전 혼인의 배우자가 사망함으로써 전 혼인이 해소됨과 동시에 통상적인 사실혼이 된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2010. 9. 30. 선고 2010두9631판결) 보호받아야 할 사실혼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위 법원의 판단은 법률상 배우자와 장기간 별거하면서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던 경우 중혼적 사실혼이라 하더라도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기존 법원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면서, 허가를 받은 본인이 사망하면 그 직계가족 1인이 노점상에 관한 권리를 승계 받을 수 있도록 한 ‘노점상 실명제 운영규정’의 취지를 살린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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