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조경남 교수의 사람을 살리는 약초] 어린 시절 밥상에 오르던 것은 푸성귀뿐이었다. 섬유질이 많은 푸성귀 덕으로 변비라는 말을 모르고 살았지만 어쩌다 한번 먹는 고기의 맛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고기는 입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배를 든든하게 해서 고기를 먹으면 힘이 생기는 것만 같았다. 물론 이런 느낌은 소화가 더디게 되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단백질과 지방이 위장에 머무는 시간은 대략 4~5시간 정도이다. 2시간 정도 머무는 탄수화물에 비하면 오래 머무는 것이라서 고기를 먹으면 배가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든든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소화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고기를 자주 먹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한 번씩 먹는다면 소화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고기를 먹은 뒤에 소화가 되지 않을 때 복용하는 약초가 있는데, 바로 산사나무의 열매(줄여서 산사라고 한다)이다. 산사는 지방을 분해시키는 효능이 좋아서 고기가 소화되는 것을 돕는다. 그래서 산사는 예로부터 소화제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전문가들은 보약을 지을 때 소화제로 첨가한다.

산사는 식생활에도 영향을 주는 약초이다. 중국 사람들이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것에 비하여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산사를 즐겨 먹는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북경 사람들은 탕후루(糖葫蘆)를 자주 먹는다. 또한 식후에 산사로 만든 차를 복용하는 것은 중국인들의 오랜 풍습이다.

지방질을 분해하는 산사의 효능은 음식을 요리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삼계탕을 요리할 때 산사를 넣으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맛이 아주 좋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이러한 효능을 그의 저서 『물류상감지』에 다음과 같이 남겼다. “살이 질긴 늙은 닭을 삶을 때 산사 몇 개를 넣으면 살이 잘 무른다.” 삼계탕 뿐 아니라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요리할 때도 산사를 활용하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그 고기를 먹었을 때 소화불량이 생기지 않는다.

지방을 분해하는 효능이 뛰어난 산사는 현대인에게 매우 중요한 약초이다. 영양과잉과 운동부족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 고지혈증 뿐 아니라 고혈압과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질병이 증가하면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목적으로 산사를 복용할 것을 추천한다. 이러한 질환이 있을 때 산사를 복용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점차 낮아지면서 혈압도 내려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연은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내준다. 특히 병이 들어 고통을 당하는 인간을 위해 곳곳에 약이 되는 풀과 나무를 자라게 하였다. 그리고 자연은 그가 선물한 약초를 인간이 지혜롭게 활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조경남 교수]
삼육대학교 사회교육원 약초학 교수

저서 : 만병의 근원을 다스리는 자연치유, 조경남 원장의 한방자연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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