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자연 재해는 많이 있다. 그 중에서 산사태나 눈사태는 그것에 깔려도 살아날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지만 화산 용암에 깔린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킷 하링턴, 캐리 앤 모스, 에밀리 브라우닝 주연의 ‘폼페이 최후의 날’ 피어스 브로스넌, 린다 해밀턴 주연의 ‘Dante's Peak’, 토미 리 존스 주연의 ‘Volcano’ 등 화산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폭발 장면이 장관이면서도 소름이 끼친다. 영화 속이니 주인공들이 대피도 하고 대처하겠지만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처럼 순식간에 닥치면 조용히 자연의 처분을 받아드릴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구경 중에 불구경이 가장 재미있다는 말이 있다. 내가 피해자가 아닐 때 이야기인데 화산도 마찬가지이다. 화산이 분출하는 장면은 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대장관이다. 연기부터 뿜어 나오다가 불길과 함께 대폭발이 일어날 때의 장면을 상상해보라. 정말 좋은 구경거리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보자. 화산은 마그마 등의 물질이 표면으로 분출하여 만들어진 지형이다. 화산활동은 지진활동과 함께 가장 파괴적인 자연현상이며 지구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화산은 폭발시 용암과 화산재 분출로 단 시간에 많은 인명 피해와 기근, 질병 등이 발생하지만 여러 혜택을 주기도 한다. 화산작용은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 제공, 신농토 형성과 화산의 막대한 에너지가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이 된다.

고대 그리스 로마 사람들은 화산을 신의 조화라 생각했다. 16~17세기의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화산은 지구가 흘리는 눈물의 샘’이라 믿었다. 한반도는 활화산이 없으나 중생대 백악기 중엽 약 1억 년 전~ 고제3기(8700만 년∼5800만년 전)에 화산활동이 있었다. 그 뒤 장기간 침식과 지각변동으로 화산체의 모양은 거의 소실되거나 화산체 하부 또는 내부의 흔적만이 경상분지, 옥천대 등에 남아있다.

지구상 화산활동은 35억 년 전부터 있었다고 밝혀졌다. 현재는 호상열도, 해안의 중앙해령, 대륙의 연변부 등지에서 발생한다. 현재 지구상에 800여 개 활화산이 알려졌고, 이들은 지진대와 지리적으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화산은 보통 판의 경계부분에서 발생하는데, 쿠릴 열도에서 마리아나 제도를 거쳐 뉴질랜드에 이르는 서태평양의 호상열도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이 아메리카 대륙까지 둥그렇게 연결된 지역을 ‘불의 고리’라 해서 언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다. 두 판이 갈라지는 곳에서도 화산활동이 일어나는데, 해저의 중앙해령과 그 연장선 상의 아이슬란드가 대표적이다. 대륙지각에서는 동아프리카 지구대, 리오그란데 열곡, 아이펠 화산 등이 예이다. 발산경계의 화산활동은 덜 파괴적이고 점성이 낮은 마그마가 분출되는데 반하여 수렴경계의 화산활동은 폭발적이며 분출되는 마그마는 점성이 높다. 화산이 형성되는 또 다른 원인은 맨틀플룸으로 이에 의해 생기는 화산들을 열점이라고 부르며 하와이가 대표적이다.

화산의 활동 여부에 따라 현재도 활동 중인 활화산, 역사에 활동 기록이 있지만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휴화산, 역사에 활동한 기록이 없는 화산을 사화산으로 분류한다.

오늘날 화산의 폭발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폭발 전의 여러 현상들로부터 커다란 재해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약한 지진활동과 미세하게 지속되는 화산재와 화산가스의 분출상태, 화산 위의 만년설의 변화 등으로 그 가능성을 점친다.

특정한 화산지형의 외형은 여러 지역적 상황과 용암, 응회암, 응결응회암의 상대적인 풍부도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다시 지표면에 도달하는 마그마의 조성으로 결정된다. 용암은 점성이 작을수록 분출구나 열극에서 원거리까지 빠르게 흐르며, 급경사의 화산원추구는 드물다.  용암의 점성이 크면 근원지의 근처에서 냉각 및 고화되어 분석구를 형성한다. 점성이 큰 용암은 분출구를 막아 증가된 압력으로 격렬한 폭발과 열운이 생기게 된다. 예로는 1980년대초 미국 워싱턴 주 남서부의 세인트헬렌스 화산폭발 및 79년의 베수비오 화산폭발이 있다. 폭발 분출의 결과 생긴 둥근 함몰지가 칼데라이다. 칼데라(caldera)구조는 폭발, 함몰과 침식작용에 의하여 화구가 확대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칼데라에 의한 화산지방에서는 지름이 최대 수십㎞ 이상의 큰 원형 화산성요지를 이룬다. 백두산의 천지가 칼데라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다.

화산 발생 때 나오는 분출물에는 화산가스, 화산쇄설물, 용암 등이 있다. 화산가스의 대부분은 수증기며, 그 밖에 황화수소, 수소, 일산화탄소, 붕소, 황, 이산화황, 질소 등이다. 마그마가 지표로 흘러나온 용암은 분출 당시 1,000∼1,200℃이고, 600∼700℃ 정도로 식으면 굳어서 암석이 된다. 화산쇄설물은 화산 폭발력으로 화구 주변의 암석이나 이미 굳어진 용암 자체가 부서져서 여러 파편물 상태로 뿜어져 나온 것이다. 그 크기, 형태, 구조에 따라 화산암괴, 화산력, 화산재로 분류된다.

지구가 살아있다는 강렬한 증거인 ‘화산(volcano)’은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volcano’는 이탈리아 Aeolian Islands(메시나주 에올리에 제도)의 화산섬 이름인 ‘Vulcano’에서 왔다. ‘Vulcano’은 로마 신화의 불과 대장장이 신의 이름 ‘Vulcan’에서 유래하였다. 화산을 연구하는 학문을 volcanology라 하는데 때로는 vulcanology로 철자된다. 자세히 보면 ‘Vulcan’에서 유래한 라틴어 ‘Vulcanus’가 프랑스어 ‘volcan’으로 유입이 됐다. 다시 이 말이 이탈리아어 ‘vulcano’가 되고 최종 ‘volcano’로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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