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필자는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몸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직업 정신과 사명감이 투철하여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뒷모습은 날씬한데 배만 볼록 나온 아저씨는 내장비만임이 확실하니 마른 비만 판정을 내린다. 허리선이 보일 정도니 온몸을 휘감는 피하지방은 거의 없을 거야. 하지만 만져지지 않는 복강 지방이 굉장하군.

필자가 비만 지표로 삼고 있는 팔뚝 안쪽을 만져보고 싶지만 그럴 순 없으니 속으로만 생각한다. 팔뚝에 힘을 주게 한 후 피하지방을 잡아보면 필자는 체지방율을 정확히 잡아낸다. 그리하여 붙은 별명이 인간 인바디(체지방분석기)이다. 이번엔 앳된 얼굴의 아가씨가 버스에서 내린다. 날씬하다는 자부감이 얼굴에 가득한데 왠지 기운이 없다. 절식이나 금식을 하며 주로 야간에 운동하는 아주 잘못된 방법을 실천하는 다이어터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정을 내린다. 체중이 줄어도 몸매가 살아나질 않으니 본인 스스로 실망 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이 다이어트 포기로 이어지면 단시간에 요요란 악당을 만나게 될 것이다. 체중감량에 성공함과 동시에 살이 잘 찔 수밖에 없는 몸을 만들어 나가는 여성이란 결론을 내린다.

이번엔 전철에서 필자의 앞에 서 있는 젊은이다. 배꼽 위에 간신히 채운 와이셔츠 단추가 터져 필자의 눈으로 날아올 기세다. 고기 안주와 술을 즐기고 해장으로 짜장면을 먹는 호기로운 청년이다. 피하와 내장지방의 배분이 균일하게 이루어져 있다. 동물성 중성지방과 정제 탄수화물을 동시에 즐기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배 둘레 살 최상위 계층에 등극함은 정설이다. 젊은 친구이다 보니 체내로 유입되는 에너지를 잡아먹는 근육량도 상당하지만, 하룻밤에 5,000k㎈ 이상을 먹어대므로 저 연세(?)에 저런 체형이 나왔을 것이다. 나이는 필자의 절반이요, 체중은 족히 필자의 두 배다.

저런 친구가 헬스클럽에 가면 첫날부터 모든 운동기구를 섭렵하려 할 것이다. 제대로 된 헬스 트레이너라면 저 친구에게 운동을 시킬 게 아니라 따라다니며 그의 운동을 말려야 한다. 체력을 키워주기 위해 축구를 시켜보면 마음은 급하고 다리는 안 따라주니 풀밭에서 앞으로 넘어지기 일쑤다. 상체를 곧추 세우고 다리가 앞서야 하는데 팔, 다리가 분리된 듯 몸통이 앞서기 때문이다. 필자는 속으로 걱정을 한다. 우선 체중을 줄여 관절의 부담을 덜어야 할 텐데….

무릎의 연골이 망가져 이른 나이에 퇴행성이라도 오면 운동은 할 수가 없다. 운동은 정신력만으로 하는게 아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여전히 필자를 붙들고 하소연이다. 나 역시 인간인지라 짜증이 난다. 칼국수를 비롯한 면류와 떡으로 살아가는 탄수화물 중독자다. 평소 친분이 있는 편이라 양해를 구하지 않고 뱃살을 움켜잡아본다. 손아귀에 푹신하게 잡히는 피하지방의 양이 상당하다. 체지방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니 몸 어디에도 열량소모율이 높은 골격근을 만져보기 힘들다. 한 말씩 뽑아 냉동실에 넣어 둔 떡을 아침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 두유와 같이 마신다고 한다. 빵과 떡을 즐기면 기초대사량도 빵과 떡이 된다. 면과 하얀 밥을 즐기면 면박을 당하거나 의사의 밥이 되는 세상이다.

당신이 먹어 온 음식이 지금 당신의 모습이다.

특히 그 삶의 흔적이 당신의 피하와 복부에 고스란히 잉여에너지로 저장되어 있다. 잘못된 생활의 고리를 놓지 못하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최근의 고지혈증 판정으로 기분이 좋지 않은 이 여성은 떡은 우리의 전통식품이고 두유는 콩으로 만든 건데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나를 흘린다. 낮 강연에 이어 또다시 일장연설을 늘어놓을 기운이 없어 오늘은 그냥 물러난다며 집으로 향한다. 낮에 전철에서 만난 젊은이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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