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어릴적 읽은 이솝우화를 보면 바람과 해가 나그네의 옷을 누가 빨리 벗기느냐를 놓고 내기를 한다. 결과는 해가 이겼다. 바람은 아무리 세게 불어도 옷을 벗기기는커녕 오히려 나그네는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적당한 바람은 계절을 떠나서 우리를 상쾌하게 한다. 하지만 일정 속도 이상 부는 강풍/ 폭풍은 집과 나무와 사람들을 못살게 군다. 여름철 폭풍우 바람과 겨울철 치떨리게 부는 강풍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우리말 1000가지”에서는 폭풍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폭풍은 보통의 소나기와 폭설부터 뇌우, 강풍, 토네이도, 열대저기압, 먼지 보라와 같은 바람과 관련된 요란까지 다양한 대기요란을 가리킬 때 널리 쓰이는 용어다. 기상학 전문용어로 폭풍은 강한 저기압 중심과 풍속이 103~117㎞/h 범위에 이르는 강한 바람, 많은 강수와 때로 번개와 천둥을 동반하는 저기압에 한정된다. 원래 다같이 강한 바람을 나타내는 말이었으나, 기상용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있다. 질풍(疾風)은 초속 6~10m의 바람으로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흰 물결이 이는 바람이다. 강풍(强風)은 초속 13.9~17.1m의 바람으로 나무 전체가 흔들리고 바람을 거슬러 걷기가 힘들다. 폭풍(暴風)은 초속 10m 이상의 바람이나, 보통 폭풍 경보가 발효될 때의 폭풍은 초속 21m 이상의 바람이 3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이다. 태풍(颱風)은 북태평양 남서부에서 발생하여 한국 등 아시아 동부를 강타하는 폭풍우를 동반한 맹렬한 열대성 저기압이다. 시속 30~40km 정도의 바람이지만 1천 km에 달하는 거대한 저기압을 형성하기 때문에 그 위력은 어떤 바람보다도 크. 태풍이 불면 나무가 뿌리째 뽑히거나 해일이 일어나고 가옥이 파괴되는 등 엄청난 재난이 발생한다. 바람의 위력은 태풍 〉 폭풍 〉 강풍 〉 질풍의 순이 된다.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폭풍/ 강풍(storm/ gale/ blast/ tempest)’는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storm(폭풍)’은 인도-유럽 공통기어 ‘(s)twer-/ (s)tur-(회전하다, 소용돌이, 빨리 돌기)’가 게르만 조어 ‘sturmaz(폭풍)’로 유입됐다. 이 말이 고대 영어 ‘storm(폭풍, 폭풍우, 소동, 공격)’으로 변형되고 중세 영어 ‘storm’으로 유지되며 최종 정착을 했다.

‘gale(강풍)’은 북 게르만어가 어원이라 추측하는데 중세 영어 ‘gale(a wind, breeze )’이 최종정착을 했다. 이 단어는 고대 노르웨이어인 ‘gala(to sing)’에서 유래한 덴마크어 ‘gal(furious, mad)’과 아이스란드어 ‘gola(a bleeze)과 관련이 있다.

‘blast(돌풍)’는 게르만 조어 ‘blēstaz/ blstuz(blowing, blast)’가 고대 영어 ‘blǣst(blowing, blast)’로 유입이 됐고 중세 영어 ‘blast’를 거쳐서 최종 장착을 했다.

‘tempest(사나운 비바람, 폭풍우)’는 ‘tempus(time, weather)’에서 유래한 라틴어 ‘tempestas(storm)가 고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서 ‘tempeste’가 되면서 최종 ‘tempest’로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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