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우리가 아플 때 스스로 가거나 가족의 도움으로 병원에 갈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가족이 손을 쓸 수도 없는 위급한 경우 우리는 구급차를 부른다. 그래서 사이렌을 울리며 구급차가 지나가면 도로에서는 모세의 기적처럼 구급차를 위한 길이 만들어진다. 구급차는 교통사고나 화재, 또는 위급한 환자를 빨리 병원으로 옮길 때 쓰는 자동차로 앰뷸런스라 불린다.

구급차는 병원 도착 전의 응급의료체계로서 매우 중요한 중간 과정이다. 후송시간 및 구급차 내의 응급처치가 환자의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구급차에는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여러 의료 기구와 의약품, 산소 호흡기 등이 구비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 소방서, 적십자와 같은 곳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큰 종합 병원에는 고압 산소실을 갖춘 특수 구급차도 있다. 전국 각 소방서에 구급차를 배치하여, 위급한 환자가 생기면 소방서 전화인 119로 연락하면 언제든지 무료로 긴급 수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급차의 역사를 보자. 처음 앰뷸런스는 전쟁터에서 들것이나 바퀴달린 수래 등 환자의 이동수단을 의미하다가 후에 군대와 동행하는 이동병원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앰뷸런스는 1487년 카톨릭 왕국이 그라나다 토후국과 전쟁인 말라가 포위공격 때 응급후송 수단으로 스페인 군대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16세기 후반 앙리 2세 때 군인들과 전선에 나가 부상병을 돌보는 ‘이동야전병원’이 창설되었다. 1597년 아미엥 포위 공격 때도 같은 유형의 병원이 쉴러에 의해 창설되었다. 정식기구로 체계가 잡힌 야전병원은 루이 16세 때 미셀 르 텔리가 주도해 재정립되었다. ‘병사들의 구세주’라는 별명을 가진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의 군의관 도미니크 장 라레 남작은 1797년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해 작은 마차 형태의 이동 구급차인 ‘날으는 앰뷸런스(ambulance volant)’를 도입해 운영했는데 타 군대에도 확산되며 본격적인 구급차 개념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미국 남북전쟁(1861.4~1865.4) 때는 부상병을 후송한 수단을 ‘ambulance wagons’이라 했다. 1854년 크림전쟁 당시 환자 후송마차를 처음으로 ambulance라 지칭했음에도, 1870년 독-불전쟁과 1876년 세르비아-터키간 전쟁 때까지도 야전병원을 ambulance라 했다. 최초의 병원 기반 구급차 운영은 1865년 미국 신시내티의 Commercial Hospital에서 시작되었으며, 1867년에는 영국 런던에서 천연두 환자들을 마차 형태의 이송 수단에 실어 병원으로 이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또한 최초의 동력 기관으로 움직이는 구급차 운영은 1899년 미국 시카고의 Michael Reese Hospital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1938년 경성 소방서에서 동력 구급차를 최초로 운행했다. 1950년대에 전주예수병원에서 구급차를 운영한 기록이 있으며, 1962년 개정 의료법에서 종합병원은 "구급실"과 "구급거"를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82년 3월 서울에 9대의 구급차를 갖춘 소방 구급대가 창설되면서 비로소 119 구급차의 시대가 열렸다. 1994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응급환자이송업"을 허가하였고 이에 따른 사설 구급차도 활동하고 있는데, 주로 병원간 이송을 담당한다. 정부에서는 1991년 7월 1일부터 각 병원의 응급실과 129응급환자정보센터 및 구급차를 조직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응급의료체계를 운영·실시하고 있지만, 구급차의 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투자는 여전히 미진한 상태이다.

목숨이 위급한 환자를 살리는 ‘구급차/ 앰뷸런스(ambulance)’는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ambulance’는 라틴어 ‘ambulō(걷다)‘에서 유래한 ‘ambulare(걷다, 움직이다)’가 ‘ambulant(walking, shifting)’로 변형됐다. 이 단어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서 ‘ambulance’가 되었고 영어권에서 차용하면서 최종 정착을 했다. 스페인어로는 ‘Ambulancia‘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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