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채무자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를 사해행위라고 합니다. 채권자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하여 채무자가 빼돌린 재산을 다시 원상회복시킬 수가 있습니다. 우리 법원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도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765 판결).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하면서 상속재산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된 경우 그 재산분할결과가 채무자의 구체적 상속분에 상당하는 정도에 미달하는 과소한 것인 경우 사해행위에 해당됩니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이렇게 상속재산분할협의의 내용이 구체적 상속분에 상당정도 미달되는 경우 사해행위로 인정되는데,​ 남편 명의의 아파트를 상속재산 협의분할 형식으로 아내가 단독으로 상속한 경우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2016가단339623)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남은 B녀와 결혼해서 네 남매를 두고 살다가 2016년 2월 경 사망하였습니다. ​네 남매는 아버지가 남긴 아파트를 어머니께 드리기로 했고 아파트는 상속재산 협의분할협의 형식으로 B에게 상속됐습니다. 그러자 자녀 중 한 명인 C에게 1,100여만 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던 D는 "C가 자신의 상속분을 어머니에게 넘긴 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1,100여만원 범위 내에서 취소하고, 그 돈을 달라"며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부산지법 민사17단독은 D가 B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소송(2016가단339623)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부부가 어떤 집에서 장기간 살던 중 일방 배우자가 먼저 사망하는 경우 자녀들이 남은 배우자에게 상속재산 협의분할 형식으로 자신의 지분을 이전하는 경우는 매우 흔한 일이고 우리 사회의 도덕관념에 부합하는 관습"이라며 "이러한 방식의 재산이전은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망인의 반려가 되어 서로 헌신한 것에 대한 보상,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므로 이를 사해행위로 인정하거나 악의의 수익자로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부부가 장기간 함께 살던 집을 생존한 배우자가 자기 앞으로 단독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더라도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서민들로서는 이것이 자녀 중 한 명의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인식하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 아파트가 망인의 명의로 취득되기는 했으나 피고 역시 아파트의 취득·유지에 적지 않게 기여한 점, 자녀의 상속지분이 2/11정도로 가액이 크지 않은 점, 피고가 자녀의 빚을 알고 있었다는 뚜렷한 근거도 없는 점 등을 보면 피고가 자녀의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고서 협의분할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는 선의의 수익자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따라서 피고가 악의의 수익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위 사안의 경우 법원은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남은 배우자에게 재산을 남기는 것은 일생동안의 서로의 헌신에 대한 보상, 그 배우자의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 복합적 의미가 있으므로 사망한 남편 명의의 아파트를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아내가 전부 상속받았더라도 이를 자녀의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로 인정하거나, 악의의 수익자로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B가 아파트의 취득, 유지에 기여한 점, 자녀의 상속가액이 크지 않은 점, B가 자녀의 빚을 알고 있었다는 뚜렷한 근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B는 선의의 수익자라고 판단하여, 상속재산분할협의의 내용이 채무자의 구체적 상속분에 상당하는 정도에 미달하는 과소한 경우에는 사해행위가 된다는 지금까지의 법원의 입장과 궤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위 판결은 전국의 대부업체와 금융기관들이 채무자들의 상속 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므로 이와 유사한 사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또한 향후 상급심이 같은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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