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에는 총유로 하고,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단의 정관 기타 계약에서 따로 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민법 제275조, 제276조).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에 따르면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한 행위일지라도 정관 기타 계약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정관 기타 계약에서 따로 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행위는 무효입니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6다23312).

종중의 토지매매대금을 종원들에게 분배하기로 하는 합의가 총회의 결의가 없어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2016나23565)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종중은 2013. 12. 경 B회사에게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종중소유 C토지를 매도하였습니다. 이에 D 등 일부종중원들은 반발하여 종중소유토지 매매를 승인한 총회결의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C토지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았습니다.

A종중은 위 가처분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B회사의 협조를 받아 2013. 12. 20. C토지의 매매대금을 종중원 150명에게 균등 배분키로 D 등 일부종중원들과 합의각서를 작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A종중은 종원의 수가 230여명으로 합의각서 작성당시 예상했던 150명을 훨씬 초과한다는 이유로 B회사에 분배금의 지급을 보류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D 등 일부종중원들이 합의각서대로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B회사의 사업장에 가압류조치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B회사는 합의각서대로 분배금을 지급한 후 D 등 일부종중원들에게 정당하게 분배되어야할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A종중에게 양도하였고, A종중은 D 등 일부종중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비법인사단인 종중의 토지에 대한 수용보상금은 종원의 총유에 속하고, 위 수용보상금의 분배는 총유물의 처분에 해당하므로 정관 기타 규약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종중총회의 분배결의가 없으면 종원이 종중에 대하여 직접 분배청구를 할 수 없으나, 종중 토지에 대한 수용보상금을 종원에게 분배하기로 결의하였다면, 그 분배대상자라고 주장하는 종원은 종중에 대하여 직접 분배금의 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32446 판결 등 참조)”며, “살피건대, 원고 종중의 정관 기타 규약에 총유물의 처분에 관하여 달리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 종중은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을 종중총회의 결의에 따라 분배할 수 있을 것인데, 원고 종중의 대표자 B 등이 종중총회의 결의 없이 피고들과 사이에 이 사건 토지 매매대금의 분배에 관하여 합의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효력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어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이 이 사건 합의에 따라 B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이 사건 분배금은 원고 종중에게 지급되어야 할 매매대금이 법률상 원인 없이 피고들에게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B회사로부터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양수한 양수인이자 위 분배금의 진정한 권리자인 원고에게 위 분배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피고들은, 원고 종중의 회칙 제14조 후문 제2호는 임원회의에서 재산의 처분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 종중의 대표자가 임원회의를 개최하고 피고들과 사이에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각서가 유효하다고 주장한다.”며, “살피건대, 원고 종중의 회칙 제14조 후문 제2호에 의하면 ‘종중 재산의 운영과 관리 및 처분에 관한 사항’이 임원회의 및 임시총회의 심의의결사항 중 하나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위 회칙은 기본재산의 취득과 처분을 총회의결사항으로 명시하면서(제12조 제2호) 다만 기본재산의 취득과 처분에 관한 사항 등 총회의결사항 중 일부를 임시총회의 특별결의로 할 수 있도록 하고(제11조 단서), 특히 종중 재산을 취득, 매도, 처분할 경우에는 임시총회 및 총회에서 의결하도록 확인하고 있는 점(규약 제18조 제2항), 종중재산의 소유형태는 총유에 속하고 민법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처분에 대해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다른 대다수의 종중들 역시 종중재산의 처분에는 총회결의를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 종중 규약 제14조 후문 제2호에 기재된 ‘종중 재산의 운영과 관리 및 처분에 관한 사항’은 피고들의 주장과 같이 임원회의 또는 임시총회의 심의의결사항이 아니라 오로지 임시총회의 심의의결사항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만일 이와 달리 원고 종중의 규약 제14조 후문 제2호의 규정을 ‘임원회의는 원고 종중의 재산에 관한 처분을 결의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하는 경우에도 원고 종중의 규약 제15조 제3항에 의하면 임원회의의 결의는 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임원 2/3의 동의가 있어야 유효하게 성립하는데, 을 제3 호증의2 제4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각서가 위와 같은 결의요건을 갖춘 적법한 임원회의 의결을 거쳐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위 판결은 종중은 법인 아닌 사단이라는 점, 법인 아닌 사단의 소유관계는 총유라는 점, 총유물의 관리, 처분은 정관 기타 규약에 따르거나 정관 기타 규약이 없으면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점과 함께 이를 거치지 않은 총유물의 관리, 처분행위는 무효라는 법원의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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