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샤이니 종현(향년 27살)이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측근과 경찰은 우울증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기업 SM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슈퍼스타 샤이니의 멤버인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왜 그랬는지 납득하기도 난해할 것이다.

종현과 동갑인 27살의 서민 ‘김철수’가 있다고 치자. 대학과 군대를 거쳐 운 좋게 막 취업을 했다. 별로 큰 희망은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사회생활을 통해 웬만큼 돈을 모아 서울 강북에 작은 아파트라도 하나 장만하고 결혼해 가정을 꾸려 오순도순 사는 게 꿈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 중이다.

철수에 비해 종현은 매우 풍족한 편이었다. 철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모았고, 철수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높은 지명도에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애인 사귀는 건 '식은 죽 먹기'고, 돈 때문에 결혼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단순한 차원의 비교로 볼 때 철수에 비해 종현은 무척 행복해야 마땅하다. 더 많이 누리고, 더 많이 즐기기 위해 더 악착같이 사는 게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종현은 철수에 비해 불행했다. 그 원인은 우울증이었고, 우울증의 뿌리는 뭣인지 평범한 사람은 쉽사리 알기 어렵겠지만 증세 자체는 27살까지 사는 게 버거웠을 만큼 심각했다.

그의 사망에 대해 일부 외신은 우리나라 연예기획사의 도에 지나친 ‘관리’에 대해 지적한다. 종현은 2005년 SM에 의해 발굴돼 2008년 샤이니에 합류했고 2015년 솔로로 데뷔했다. 하지만 과연 살인적인 스케줄이나 혹은 소속사의 압박 같은 간섭 등이 그를 옭아맸을까?

미국이 본격적으로 제국주의의 야욕을 드러낸 1970년대 초반을 풍미한 정상급 뮤지션 중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재니스 조플린 등이 공교롭게도 27살에 약물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평소에 ‘27살 징크스’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다 27살에 약물중독으로 사망했다. 조플린 등 일부는 사실상 자살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그들은 기획사의 ‘거미줄 관리’를 받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그 시대의 자유의 상징이었고 방황의 아이콘이었다. 나라에 따라 마약에 대한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마약을 법으로 금지하는 건 동일하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뮤지션들이 마약 혹은 약물에 손을 댄다. 그런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그들의 심리상태가 이해는 된다는 게 일부 연예관계자들의 평가다.

▲ 영화 <라라랜드> 스틸 이미지

예술가 등의 창작자들은 항상 압박을 견뎌내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미아는 연인 세바스찬이 속한 밴드가 유명해져 그를 자주 볼 수 없게 되자 “언제쯤 한가해지냐"라고 투정을 부리지만 세바스찬은 “이번 투어가 끝나면 녹음해야 하고, 녹음 끝나면 또 투어를 해야 한다"라고 답한다. 뮤지션의 경우 한 장의 앨범을 내기 위해 곡을 쓰고 녹음을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인다. 앨범이 나오고 나면 공연과 방송출연 등으로 여전히 바쁘다.

앨범작업에 참여하는 아이돌그룹은 신곡에 대한 활동이 끝나고 나면 쉬는 게 아니라 따로 방송이나 영화 CF 행사 등으로 계속 움직여야 하고, 공식 활동 뒤에는 집에서 자는 게 아니라 작업실에서 곡을 쓰거나 구상을 해야 한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다음엔 어떤 음악을 할지, 어떤 스타일을 채택할지 등을 고민하고 가사와 곡도 써야 한다.

이때 쉽게 가사와 곡 등이 술술 나온다면 괜찮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뮤지션은 거미가 아니므로 마음먹는다고 그대로 거미줄이 쑥쑥 나오는 게 아니다. 마음도 중요하다. 머릿속에 구상이 돼야 곡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승만이 정권을 쥔 이래 주입식교육이 일관돼왔다. ‘다른 생각’을 철저하게 차단한 채 국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대로만 강압적인 교육을 하는 선생들 밑에서 오로지 달달 외우는 것에 익숙해있다. “선생님, 그건 왜 배워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건 현답이 아니라 몽둥이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벌어지는 광경은 보기 드물다. 마르크스도 공산주의자라며 배척한 채 철학을 논했던 나라다.

종현은 아이돌그룹 멤버치곤 남다르게 음악의 창작에 대해 고뇌한 뮤지션이다. 그에게 힘들었던 건 소속사의 시스템이 아니라 우리나라 연예계의, 사회의, 국가의 시스템이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SM은 K팝열풍의 선두주자고 우리나라 연예계의 중심이다. SM의 시스템이 옳건 그르건 한류열풍을 이끈 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게 안 했다면 경쟁에서 뒤졌을 것이고 오늘날의 샤이니는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오래된 연예계의 잘못된 관행을 잇는 시스템이다. ‘기획사-연예인-방송사-영화사-대기업-정부-팬 집단’ 등으로 이어진 커넥션이 건강하고 건전하며 정의로우면서 투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플린 등은 반전운동 등 반정부투쟁으로도 유명하다. 그들은 매카시즘 광풍과 제국주의 등 기성세대의 기득권유지의 만행과 조작에 저항해 자유와 민주를 위해 무대에 올랐다.

지난 두 정권의 ‘블랙리스트’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기득권의 입맛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동은 철저하게 금지하는 스스로 ‘재갈’을 문 연예인만 요구한다. 뮤지션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이념과 철학을 설파하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 그냥 만날 사랑타령이나 하거나 ‘위 아래’라고 야릇한 가사와 행동을 표현해야 먹고산다. 대중은 오랫동안 그런 선동에 익숙해져있다.

한 스타의 인격과 고뇌와 고민과 방황을 아무 잣대로 들이댈 수는 없겠지만 종현이 우울증이 심해 27살마저 버거웠다면 그는 그 누구보다 외로웠을 것이다. 대형기획사의 슈퍼스타도 그렇게 고독하다면 평범한 사람 중에 최소한 그만큼 외롭고 괴로운 사람은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그의 선택은 일부 연예인이나 기획사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문제일 것이다.

현재 한국의 방송은 온통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일색이다. 미디어가 앞장서고 국가가 뒤에서 부채질해 청소년들을 죄다 ‘아이-Doll’(우상이 아닌 인형)로 만들자고 작정한 듯하다. 종현은 15살 때 연습생이 됐다. 아무리 기획사가 다양한 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평범한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이 생략되면 정서적으로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K팝이 이토록 커질 수 있었던 건 이른바 ‘연습생 시스템’이라는 조기교육이 근거다. 하지만 앞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연예인들에서 보듯 ‘다 큰 어른’도 자살을 한다. 하물며 아직 부모형제 등 가족의 품에서 따뜻한 가족애를 통한 가정교육과, 올바른 학교에서 교육과 정서와 인격형성 등을 함양해야 할 청소년들이 죄다 ‘아이-Doll’을 추구하는 게 그래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연예스타라고 마냥 행복한 건 아닌 게 확실하다. ‘풍요 속의 빈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농담만은 아닌 게 맞다. 기독교는 자살을 죄악으로 여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과연 종현은 생전에 언제 행복했을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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