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권현 선생님의 입학전형 길라잡이] 앞으로 다가올 대한민국 입시 근간을 바꿀 고교학점제는 2019년 시범학교를 시작으로 2022년 모든 일반 고등학교에 정착 될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고교학점제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내실화를 다질 수 있는 제도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지금 현 대한민국 입시의 근간을 이루는 고등학교에서 과연 고교학점제를 얼마나 내실 있게 받아들이고 운영할지가 미지수이다. 오늘 권현선생님의 입학사정관제 갈라콘서트 104번째 기고는 앞으로 바뀔 대입 방향과 학생부종합전형의 근간이 될 고교학점제에 대해 살펴보겠다.

▲ 권현 입학사정관 아카데미 권현대표

1.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 고교학점제는 필수 그러나 현실적 상황은 미비

2008년 시작된 입학사정관제를 계승한 현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큰 난제는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를 길러낼 만큼의 입시현장의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단지 대학 입학 처 홈페이지에 있는 인재상 만으로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로 뽑힐 수 없는 지금의 학종 입시 현실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진로 방향을 계획하고 거기에 맞는 (실제 자신의 전공역량을 입학사정관들에게 보여 주고 입증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해 나갈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방법이다. 학생 스스로가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대학처럼 이러 저리 찾아다니며 일정한 학점을 이수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또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학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학종 대비 방법이다.

2. 그러나 이런 현실적인 상황들을 정말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 되야 하는 고교학점제의 현실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문제는 능력 있는 교원 자원의 확보이다. 대학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큰 핵심은 학생 자신의 전공역량에 대한 확충인데 이것이 현 고등교육에서 확충이 안 되기 때문에 컨설팅이라는 근본 없는 입시 컨설팅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고 이러한 과정이 대한민국의 학생부종합전형 정착에 많은 난제들을 만들어 왔다. 고교학점제의 요지는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더 많이 만들고 거기에 맞는 선생님들을 더욱 확충하여 학생들의 교육권을 폭 넓게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작 중요한 ‘선생’이 빠져있다.

3. 석, 박사 정도의 전문 인력들이 내려와 고교현장에 투입 돼야 현실적으로 가능한 고교학점제

요즘은 예전과 달리 석사는 거의 학사정도로 대중화된 현실이다. 문제는 고교학점제가 대중화 될 경우 국,영,수 과목을 넘어선 비교과 과목,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과목들이 세팅되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를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수업 과목은 경영학 또는 경영학에 관련된, 유사한 과목들이 개설되어져야 하고 의대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의대진학과 관련된 혹은 실제 의대진학 프로젝트들을 해결 할 수 있는 과목으로 몰릴 것인데 이런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하면 각 분야에 맞는 전문가 혹은 적어도 관련 분야 석사 정도는 취득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영입이 필수인데 가르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전문분야의 인력을 학생들이 원하는 적재적소의 위치에 배치 한다는 게 사실상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부분이다.

4. 자칫 잘못하면 단과 반으로 전략되어 버릴 수 있는 고교학점제

능력 있는 교육 인력은 적고 수요는 많으니 고교학점제 초기 모습은 일부 학원의 단과반 혹은 대학의 학점운영 과정처럼 인기 있는 또는 유능한 선생에게 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모습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지도교사가 한 사람, 한 사람 자세히 또 구체적으로 지도를 할 수 있냐는 문제이다. 또한 고등학교의 고교학점제가 대학처럼 운영되기 위해서는 현 대학의 시간강사급 선생님들이 대거 고등교육 현장으로 내려와야 그나마 빠른 시간 안에 교사인력을 확충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대학에서 수업을 하고 강의를 하는 선생님들이 과연 고등학교 입시현장으로 내려 올 수 있는가 하는 난제이다.

5. 고교학점제로 인한 대학의 반응

고교학점제가 정착되면 대학 수업은 좀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 되어 질 수 밖에 없다. 고교학점제가 본래 취지대로 진행 될 시 이미 고등학교 수준에서 학생들은 본인이 원하는 전공분야에 대한 전공역량들을 대학이 원하는 적정선 이상으로 갖추고 대학에 입학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고교학점제가 본래 취지대로 잘 시행되었을 때의 이야기이고 지금의 학종처럼 근본적인 대책 없이 외형만 갖추어 진행된다면 학생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대학에서도 분명 고교학점제 초기,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고교학점제가 미국이나 여타 교육선진국들처럼 제대로 시행되려면 교육의 다양성의 본질로부터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문학 시간도 지금처럼 문학책 한권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대문학, 고전문학을 넘어 다양한 장르문학, 영상문학, 추리문학 등 학생들 스스로가 자유롭게 본인의 희망 여부에 따라 선택 할 수 있는 교육의 다양성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커리큘럼이 필수이다. 그러나 막상 대학의 현실은 이런 취지하고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문예창작을 전공 한다고 할 때 아직도 거의 대부분의 문예창작 커리큘럼은 정통 문예창작 다시 말해 시,소설,희곡 등을 중심으로 개설되어 있고 장르문학과 독립문학에 대해서는 맛보기 한 두 강좌만이 개설 되어 있을 뿐이다. 또한 대학의 국문학과도 크게 커리큘럼을 국어학과 국문학으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국문학의 경우 거의 대부분 주류문학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다양성 교육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6. 취지대로 잘만 정착된다면 현 입시교육과 대학교육 패러다임 모두를 변화 시켜 나갈 수 있는 고교학점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전형 준비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점이 부재한 현실에서 고교학점제는 대한민국 입시교육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이다. 그간 10년간 내가 학생부종합전형 입시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 교육프로그램을 전국의 고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가르치고 전수하러 다니면서 학생부종합전형 교육의 문제는 개인 혼자만의 힘으로는 많은 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올바르게 정착되고 정말 그 취지대로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본인의 미래를 스스로 알아서 준비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거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제도의 근간에 서 있는 교육자원의 확충과 학생들의 인식변화에는 아직도 근본적인 접근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그 취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능력을 겸비한 전문가들의 영입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찾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과정의 결과물들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학생능력의 개발이 중요하다.

7. 고교학점제 또 하나의 난제, 학생들 개인의 자기주도화 능력

앞으로 20~30년이 흐른 뒤 우리나라에 정말 고교학점제가 본질에 맞게 정착되면 대한민국도 미국처럼 고등학교의 수업 자체가 국,영,수 주입식 교과중심의 교육에서 더 학생에게 맞는 학생중심의 교육으로 변화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대학에서도 굳이 지금처럼 학생들의 성장과정과 잠재능력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결과(자료)로 판단할 필요가 없어진다. 미국처럼 미래 한국대학은 수시 입학 때 학생들의 에세이와 (압축된) 생활기록부 한, 두 장 정도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결국 졸업의 유예로서 학생들의 진정성과 능력을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고교학점제와 학생부종합전형은 갈 길이 멀다. 그 중 또 하나의 문제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능력과 구체적인 실천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8.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 양쪽 모두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하는 고교학점제

교육은 서비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의 고교학점제는 그 서비스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 모두의 심각한 개선이 필요한 제도이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다가 올 무한경쟁 시대의 극심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런 변화를 필수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정착되면 이제 더 이상 근본 없는 컨설팅도 또 학생부종합전형 정착을 방해하는 요인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과 노력이다. 부디 초기 시범 대상이 되는 학생들의 노력과 희생만을 강요하고 사라지는 제도가 아니라 많은 시행착오와 개선과정을 거쳐 정말 학생들을 위한 제도로 대한민국 입시교육과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제도로 성장해 나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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