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YG 결별 혹은 독립의 이유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7.12.27l수정2017.12.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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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싸이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독자적인 회사를 설립한다고 한 매체가 밝혔다. 이 내용에 따르면 싸이는 자신을 ‘간판’으로 한 회사를 세우기 위해 대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싸이는 양현석과의 인연으로 2010년 YG와 5년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그 뒤에도 신의로 계약금 없이 3년 재계약을 맺었고, 내년에 전속 기간이 만료되면 홀로 선다는 것.

연예 스타와 연예 기획사의 관계는 프로야구 선수와 구단과의 관계와 비슷하기도 하고 아예 다르기도 하다. LG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박용택이라면 YG는 빅뱅이다. 이승엽은 중간에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걸 제외하면 삼성라이온즈에서 시작하고 은퇴했다.

이에 비해 LG는 팬들이 나름대로 영원한 구단의 얼굴이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을 많이 내보냈다.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김현수는 두산베어스가 아닌 LG를 선택했다. 연예인 역시 마찬가지. 더구나 연예 기획사의 코스닥 시장 상장이 일상화된 이 시대엔 한 기획사에 오래 머물기보다는 이해타산에 따라 이적하거나 아예 자신이 대주주나 대표가 돼 회사를 설립하는 게 다반사다.

2001년 데뷔한 싸이는 YG와 전속계약을 맺을 당시 이미 스타였다. YG는 2009년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확장했고, 이듬해 싸이를 끌어들인 뒤 그다음 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 상장이 아닌 직접 상장을 했다. 싸이는 2012년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외형만 놓고 보면 싸이와 YG는 서로 도와 ‘윈-윈’했다. 싸이는 YG를 만나 한국 가수로서는 최초로 미국 시장을 점령하고 세계적인 스타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YG는 싸이 등 정상급 스타들을 영입함으로써 순조롭게 코스닥 시장에 직상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반드시 그런 불가분의 관계도 아닌 듯하다. 싸이는 데뷔 이래 거의 모든 레퍼토리를 직접 작사 작곡 편곡해왔다. ‘강남스타일’은 4집 때부터 파트너십을 맺은 언타이틀 출신의 유건형과 공동으로 작곡했다. YG에는 원타임 출신의 테디를 비롯해 실력파 프로듀서들이 즐비하지만 싸이가 추구하는 음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시중에는 싸이를 월드스타로 만들어준 조력자 3인방이란 말이 떠돈다. 첫째는 당연히 유건형이다. 그는 고교생 때 댄스 듀오 언타이틀로 데뷔해 직접 만든 ‘책임져’ ‘날개’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날개’의 가사에서 보듯 자유를 추구하는 감성이 싸이와 일맥상통한다.

다음은 저스틴 비버의 제작자인 스쿠터 브라운이다. 미국 프로모션 분야를 계약한 싸이를 ‘SNL’ ‘투데이쇼’ ‘엘런 드제너러스 쇼’ 등에 출연시켰다. 마지막은 당연히 양현석이다.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편집했다. 소속사의 수장으로서 물심양면으로 많은 지원을 했을 것이고, 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 sbs 방송화면 캡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는 빅뱅의 대성과 승리가 등장한다. 싸이가 YG 소속이 아니었다면 이들이 출연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 동영상에는 그들뿐만 아니라 현아 노홍철 유재석 등 다른 스타도 참여했다. 특히 싸이와 유재석이 댄스 배틀을 벌이는 장면과 노홍철이 엘리베이터에서 찍은 신 등이 유명하다.

뭣보다 기하급수적인 접속자 수를 기록한 배경은 싸이의 ‘말춤’과 전체적인 B급 정서, 그리고 곡 자체의 우수성과 중독성 등에 있다. 물론 편집도 공헌했지만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란 의미다.

싸이의 국내에서의 성공과 월드스타로의 도약의 근간은 그의 뛰어난 음악성과 더불어 키치 문화, B급 정서, 앙가주망 정신 등을 아우르는 자유분방함에 있다. 키치는 찢어진 청바지고, B급 정서는 그런 바지를 두 벌 이상 겹쳐 입는 것이며, 앙가주망 정신은 대담하게 그걸 자동차 한 대 값에 팔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대변될 수 있다.

싸이의 가사에는 사랑타령과 전통과 가족도 존재하지만 대체적인 정서는 사르트르가 주장한 ‘눈길을 돌리는 주관으로서의 나의 구체적인 존재방식’인 앙가주망이다. 그래서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이가 진정한 챔피언’이란 게 바로 ‘싸이 정신’이다.

이에 비교해 YG를 대표하는 빅뱅은 ‘이 밤이 다 가기 전에 난 널 내 품 안에 원해’(‘에라 모르겠다’), ‘하룻밤을 사랑하고 해 뜨면 싫증’(‘루저’) 등으로 말초적인 소비에 집중하거나 세상에 회의적이며, ‘엿 같아 열받게 네 생각에 돌아버릴 것 같아’(‘거짓말’) 등으로 싸이와는 다른 색깔이다. 리메이크(‘붉은 노을’)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상만사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긴 하다. 싸이의 경우 기획사 입장에서는 ‘공들여 월드스타로 만들어놨더니 이제 욕심을 내 1인 기획사를, 혹은 자신이 사장 노릇을 하려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싸이는 YG 이전에도 스타였지만 YG에서 월드스타가 된 건 맞다. 하지만 오로지 YG의 도움으로 월드스타가 됐다고 보는 데엔 무리가 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편집 하나로 월드스타가 됐다고 보긴 힘들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방시혁은 거론될지언정 뮤직비디오 편집 얘긴 없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자신이 추구하는 자유정신에 더욱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독립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의 음악에 타인의 간섭을 반영한 건 아닐지라도 YG에 대한 소속감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그에 따른 구속감이 전혀 없지 않았을 것이란 유추도 가능하다. 게다가 내년이면 만 41살이 되는 나이도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는 지금까지 벌 만큼 벌었고, 향후 받을 저작권료만으로도 충분히 풍요로운 노후가 보장돼있다. 그렇다면 더 늙기 전에 제멋대로 한껏 즐기자는 ‘싸이 정신’에 입각한 음악도 해보고 싶을 것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후배 뮤지션을 키워보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런 근거라면 자신의 회사에서 하는 게 책임감의 논리에 맞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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