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던 사람들을 한 순간에 공포로 몰아 넣는 경천동지의 흔들림을 우리는 지진이라 부른다. 당하는 사람들은 어찌할 수도 없는 속수무책의 자연재해로 하루 아침에 집과 가족을 다 잃을 수도 있다. 지진이 무서운 것은 땅 속부터 흔들어 버리니까 땅이 갈라지고 건물과 산 등이 붕괴되니 그 밑에 깔려서 인명이 손상되고 도시 하나를 송두리째 파괴하기도 한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전쟁으로도 사라졌지만 지진 때문에 사라진 도시도 많다. 작년과 올해 경주와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을 보니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조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지진은 무엇인가?

지진은 단층면에서 발생한 지진파가 지면에 도달하여 지표면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지진에 동반된 지표 현상은 땅의 균열, 산사태, 해안붕괴, 지반의 액상화 등이 있다. 메르칼리 등급에 따르면 지진은 12등급으로 나뉘며, 3단계부터 보통 사람들도 느끼고, 건물이 무너지고 서 있기 힘든 7단계, 마지막 12단계는 모든 것이 파괴된다.

지진의 원인을 보면, 지각 변동으로 지각 내의 왜력이 탄성에너지로 바뀌어 맨틀 내 암석 파열의 한계를 넘어설 때 급격히 에너지가 방출되는 탄성반발설이 있다. 다른 이론은, 단층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인 대륙이동설의 판구조론이다. 지구의 외각층인 암석권은 지각과 맨틀 상부를 포함 약 100㎞의 두께로 연약권 위에서 1년에 수 십㎝의 속도로 움직인다. 이때 판과 판이 서로 충돌하며 경계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어떤 지진은 화석연료나 지하수의 개발, 저수지, 인공적 폭발 등 인간이 원인이 된다. 암석 사이 공간에 물의 양에 따라 암석의 강도가 변해 지진이 발생하며 화산활동으로도 발생한다.

지진의 최초 발생 장소가 진원이며 수백 km까지 미치는 진원의 공간적 넓이가 진원역이다. 지하 50~60km맨틀 최상부 지역이 가장 지진 발생이 많다. 진원 위 지표상의 점이 진앙(진원지)이다. 대규모 지진일수록 진앙도 넓고 피해가 가장 큰 곳이다. 지진은 지각 또는 상부 맨틀의 일정한 부분에 집중적 발생이 많은데 이를 지진소라 한다. 지진이 발생하는 곳은 띠모양으로 분포해서 지진대라 한다. 지진 예지의 소규모 지진을 전진이라 하고 이어 큰 지진인 주진을 본진이라 하며 본진 다음에 오는 작은 지진들을 여진이라 한다. 세계적으로는 환태평양 지진대인 태평양 둘레의 지진대가 유명하다.

세계 지진발생을 보면, 6.0 이상의 지진이 ‘불의 고리’인 태평양의 아시아 지역에서 북미와 남미로 이어지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관측 사상 가장 큰 지진은 1960년 5월 22일 9.5의 칠레 지진이며, 1905년부터 발생한 8.5이상의 대부분이 환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했다. 2011년 3월 11일 해일을 동반한 9.0의 지진으로 2만 4천여 명의 피해와 방사능 누출이 된 동일본 지진 그리고 1976년 7월 중국 탕산의 7.6 지진으로 약 24만 2천여 명이 사망했다. 불의 고리 다음으로 대규모 지진 발생 지역은 인도네시아 주변 인도양과 네팔, 터키 등 유럽에서 중앙아시아를 포함하는 지역 등이다.

유라시아판 내부라 주변 국가보다 발생이 적지만 우리나라도 지진이 발생한다. 89년 6월 백제의 지진 등 7회의 지진은 인명피해가 있었다고 “삼국사기”에 나온다. 779년 경주의 지진은 가옥피해에 백 여 명의 사상자 기록이 있어 우리나라 지진 중 가장 큰 피해였다. 조선시대의 기록은 약 1,630회가 넘는다. 우리나라 지진관측은 1905년 인천에 기계식 지진계를 설치하며 시작됐다. 2010년 말 현재 기상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에서 운영하는 총 177개소의 지진관측소가 설치됐다. 기상청은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서 2.0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발표한다. 1972년 원자력발전소의 내진설계기준 마련 후 고층건물이나 댐 등의 내진설계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5.8의 경주 지진과 2017년 11월 15일 5.4의 포항 지진으로 많은 재산적 피해와 수능연기 등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며 우리나라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란 점을 일깨우고 있다.

인간을 순간적 공포와 전율로 이끄는 ‘지진(earthquake/ quake, tremor, temblor)’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earth’와 ‘quake’가 혼합된 ‘earthquake’는 중세 영어 ‘erthequake/ erd-quake’가 최종 ‘earthquake’로 정착을 했다. ‘earth’는 게르만 조어 ‘erþō(earth, ground, soil)’가 고대 영어 ‘eorþe’가 됐고 중세 영어 ‘erthe’가 된 다음 최종 ‘earth’로 정착했다. ‘quake’는 인도-유럽 공통 기어 ‘gwog-(to shake, swing)’가 게르만 조어 ‘kwakōną(to shake, tremble)’로 유입이 되었다. 이 단어가 고대 영어 ‘cwacian(to quake, tremble)’으로 변형되고 중세 영어 ‘quaken’이 된 다음 ‘quake’로 최종 정착을 하였다. ‘tremor(땅의 흔들림)’는 인도-유럽 공통 기어 ‘trem-(tremble)’이 라틴어 ‘tremor’가 됐다. 이 말이 그대로 고대 프랑스어로 유입되고 앵글로-노르만어 ‘tremour’를 거쳐 최종 ‘tremor’로 정착했다. ‘tremblor(지진)’는 고전 라틴어 ‘tremere’의 현재 능동 부정사 ‘tremō’가 통속 라틴어 ‘tremulāre’의 현재 능동 부정사 ‘tremulō’가 됐고 이 말이 라틴 아메리카 스페인어인 ‘temblor’가 되며 최종 ‘tremblor’로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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