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고 장자연 사건을 검찰이 재조사할 것을 고려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최근 낸시랭과 왕진진(본명 정준주)이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엶에 따라 재조명되고 있다. 냉정히 얘기하자면 대중의 관심은 장자연 사건의 진실보다는 왕진진의 정체와 낸시랭의 행보에 더 쏠린 듯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낸시랭은 연예인이 아니다. 팝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프로필은 화장품 브랜드 랭샵 대표로 돼있다. 주목할 만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고 이에 힘입어 TV에 자주 출연함으로써 ‘연예인급’이 됐다. 그녀는 왕진진과의 결혼 발표 후 논란이 일자 지난 4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글을 남겼다. 그녀는 미국인이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께 미국 시민권자로서 호소하며. 한국은 인권도 없는 나라인가 보다.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희망하며 무엇을 의미에 두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너무나 혼탁하게 일그러진 사회 질서에 너무나도 큰 충격과 실망을 느꼈다"라는 글을 남겼다. 또 한 인터넷 매체의 화보 촬영을 하며 가진 인터뷰를 통해 ‘올해 한국을 떠나겠다’고 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엔 연예인 외에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출연한다. 비록 본업이 따로 있더라도 방송 출연을 통해 유명해졌다면 ‘연예인급’이다. 즉 ‘준 공인’이다. 낸시랭이 왕진진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기자회견을 가졌고 많은 매체가 참석했으며 그 기사들에 대해 많은 대중이 관심을 가진 것부터 그녀가 그런 신분이란 증거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그녀가 트럼프에게 호소한 대로 ‘한국에서 사는 것도, 희망을 찾는 것도 의미 없으니’ ‘하루라도 빨리 한국을 떠나는 게’ 답이다. 이건 방송 관계자 및 언론이 똑바로 응시해야 한다. 스티브 유(유승준)는 최근에도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내뱉었다. 자신의 거짓말과 잘못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왜 한국이 자신의 입국을 거부하는지에 대한 편향된 인권탄압만 거듭 외치고 있는 그다.

한국이 반드시 한국 연예인만 좋아하란 법도 도덕도 없다. 단, 한국을 비난하고 업신여기는 외국 연예인을 숭배하는 건 국민 정서상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건 확실하다. 방송사는 시청률을 통해 돈을 번다. 특히 보도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 광고수입을 높이기 위해 대중적 관심이 높은 사람을 출연시키는 건 생산 활동의 일환이니 뭐라 할 수 없다. 다만 방송사란 정체성과 대중에 대한 영향력, 그리고 시청자를 어렵고 귀하게 여기는 존중의 마음만큼은 잃지 않아야 사회와 국가가 건강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낸시랭이 시청률에 엄청난 공헌을 했다고 보기 쉽지 않다. 대단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바도, 그런 감동의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위안이나 메시지를 준 적도 없다. 단지 ‘누드를 좋아한다’는 등의 자극적인 발언이나 고양이 인형 등 묘한 상상력을 야기하는 언행으로 관심을 끌었을 따름이다.

▲ 낸시랭 SNS.

왕진진이 ‘준연예인’의 남편이기에 관심을 끌 만한 인물인 것은 맞지만 향후 그에게 관심을 가질 이는 시청자가 아니라 수사당국이고, 잠정적 사기 및 성범죄 피해다. 이미 그는 고 장자연의 유서를 조작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한 한 매체에 의해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 전과자인 것도 확인됐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는지가 왜 그렇게 궁금한지”라고 기자들에게 반문했지만 공익광고에서 보듯 그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국가에서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이유는 잠정적 재범자이기 때문에 감시하기 위함인 동시에 또 이를 보고 잠정적 피해자들이 사전에 충분히 유의하라는 의미다.

그는 온통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호적은 1980년생이지만 사실 1971년생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1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야 하는데 21세기에 그런 일은 거의 없다. 게다가 그는 장자연과 10대 때 자주 만나 친해졌다고 하지만 전남 강진에 있는 그와 전북 정읍에 사는 1980년생의 9살 어린 장자연과의 합일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초등학생이거나 아직 그전의 장자연이 강진이나 광주까지 가서 그를 알 이유도, 고등학생 나이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가 정읍까지 무슨 일로 가서 부모 품에 있을 장자연과 인연을 맺었는지 내용을 찾기 어렵다. 그는 한국인과 홍콩 사람의 혼혈이라고도 하고, 파라다이스 전낙원 회장의 6번째 부인의 아들이라고도 했다. 둘 다 신빙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더불어 그가 자칭 문화기업 위한컬렉션 회장이라고 하지만 한 매체의 확인 결과 명함에 기록된 주소는 공사 중인 사우나였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과거가 뭐 그리 중요하냐. 현재가 중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반성을 근거로 한 희망을 불태운다면 손뼉 칠 일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아직 거짓말을 일삼는다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고, 따라서 언제든지 재범할 여지가 존재한다는 증거다.

그는 마카오 혹은 홍콩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했지만 가본 적도 없다. 강진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어머니는 현재 장흥에 살고 있다. 1999년 강도 상해 성폭행 등의 특수강도강간죄로 4년을 복역하고 2003년 출소하자마자 특수강도 강간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교도관을 폭행해 1년 이상의 추가형량을 살고 2013년 출소했다. 장자연 데뷔 이후 거의 교도소에 있었다.

대한민국은 엄연한 독립 자치국가다. 대한민국헌법에 의거해 질서와 치안과 국방이 유지되고 국민의 삶이 진행된다. 대한민국에 살려면 이 법을 따라야 하고 대한민국에서 돈을 벌면 대한민국에 세금을 내야 하며 인권에 대한 호소는 대한민국 법에 해야 한다. 트럼프에게 읍소하는 낸시랭은 남편과 미국에 가면 된다.

낸시랭은 한국을 떠나려는 이유에 대해 “10년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부자가 못 돼서”라고 덧붙였다. 지금이라도 당장 길거리로 나가 또래 혹은 연상의 아무나 무작위로 붙잡고 ‘10년 이상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됐냐’라고 물어보길 권한다. 스티브유처럼 떠나면 된다. 방송사 및 정부 당국 관계자는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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