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문학 작품이나 가요 등에서 많이 이용하는 소재가 바로 항구이다. 항구하면 무언가 낭만적인 것이 떠오르다 보니 Poco의 “sea of heartbreak”,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 수 많은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항구를 보자.

항만/ 항구에는 천연항 항만(harbour)과 인공항 항구(port)가 있는데, 전자는 외부가 갑, 섬, 암초 등 천연 지형으로 성립됐고, 후자는 방파제, 안벽, 야적장 등 인공 구조를 한 것이다. 그래서 항만은 선박이 안전하게 출입 및 정박할 수 있는 자연적으로 보호된 넓은 수역을 말하고, 항구는 인공적으로 수륙연결 기능을 갖추고 승객과 화물 하역 등 제반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항만은 인간이 바다로 진출하며 발달했는데, 고대 페니키아는 B.C. 13세기경 시돈과 티레에 인공항을 건설했다. 고대 유명 항만은 팔 섬의 알렉산드리아, 아테네의 피레에프, 로마의 오스티나, 그리스의 로도스 항 등으로 대부분 자연항에 부분적으로 인공물을 설치했다. 고대 항만은 대부분 하구에 입지해 토사가 쌓여 기능이 마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항만 규모는 지역 간 인적, 물적교류가 적고 배도 작아서 자연항으로 항만기능이 충분했기에 12세기 중엽까지 크게 확대되지 않았다. 그러나 18세기 산업혁명 후 지역 간 교역량 증가와 증기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이 등장하며 인공 항만시설의 필요성으로 규모가 커졌다.

우리나라는 인천 능허대가 백제가 개척한 대중국 항로였고, 신라는 왜구와 중국 해적을 막기 위해 완도에 청해진, 844년 강화에 혈구진 등을 설치했다. 고려는 태조 왕건이 송나라와의 무역을 장려했다. 그래서 예성항에는 송, 일본, 아라비아 등의 상인들이 출입했고, 부산포, 염포 등에도 왜인들이 출입했다. 조선시대 전기에 춘천의 소양창 등 5개의 강창과 나주의 영산 등 해창을 두었고, 후기에는 군산의 군산창, 창원의 마산창 등을 신설했다. 조선 후기 주요 항만인 마산, 강경, 인천의 성창포와, 하항이었던 영산포, 목계 등에서 항만시설이 확인된다. 항만도시는 개항을 계기로 출현했다. 일제강점기의 항만개발은 14개 개항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마산, 진해, 여수 등 38개 지정항과 250여 개의 소규모 항만의 개발도 이루어졌다. 오늘날 주요 항만 도시들은 19세기 말~20세기 초 개항된 부산(1876년), 인천(1883년), 목포(1897년), 군산/ 마산(1899년) 등이다.

항구는 사용목적과 입지에 따라 나뉘는데, 상항은 상선의 화물과 승객을 위한 수륙교통의 연계점이다. 어항은 어선들을 위한 항구고, 공업항은 임해공업지대의 항구로 화물선이 공장까지 접안하여 직접 하역 및 선적한다. 군사 목적으로 군에서 관리하는 것이 군항이고, 대피항은 선박들이 태풍 등 기상이변으로 대피할 때 이용한다. 항만은 위치에 따라 연안항, 하구항/ 하항과 호항 등이 있는데, 대형 선박이 출입하는 곳은 연안항과 하구항이다.

배가 쉬어가는 곳. 항만/ 항구(harbor/ harbour, port, haven)’는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harbor/ harbour’은 게르만 조어 ‘harjabergō(army shelter, refuge)’가 고대 영어 ‘here(군대)’와 ‘beorg(요새)’가 결합한 ‘herebeorg(대피소, 숙소, 숙박)’로 유입이 되었다. 이 단어가 중세 영어 ‘herber/ herberwe’를 거쳐서 ‘harbor/ harbour’로 최종 정착을 했다. 대피 및 일정기간 체류했다 가는 의미가 항구로 발전했다.

‘port’는 인도-유럽 공통 기어 ‘pértus(crossing)’가 라틴어 ‘portus(port, harbour)/ porta(passage, gate)’가 됐다. 이 말이 고대 프랑스어 ‘port’로 변형되고 그대로 고대 영어 ‘port’로 유입되어서 최종 정착을 하였다. 

‘haven’은 ‘habą(sea)에서 유래한 게르만 조어 ‘habnō/ habanō’가 고대 영어 ‘hæfen(harbour, port)’으로 변형되었다. 이 말이 중세 영어 ‘haven/ havene’를 거쳐서 최종 정착을 하였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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