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임희정 변호사 칼럼] 회사가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와 그를 도운 동료 직원에게 불리한 인사조치를 했다면 손해 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박 모(39·여)씨는 A회사에 근무하면서 소속 팀장 B씨로부터 1여 년간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렸다. 스트레스가 누적돼 응급실 진료와 심리상담을 받기도 했다. 박씨는 고민 끝에 회사에 성희롱 사실을 밝혔으나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이에 팀원들에게도 공개적으로 성희롱 사실을 밝히고 직장 내 성희롱 상담실에 B팀장을 신고했다. 2013년 6월에는 B팀장과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의무가 있는 회사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였다.

회사는 이에 인사발령으로 대응했다. 1심 재판이 진행되던 2013년 7월 회사는 박씨의 소송을 도운 동료 C를 사소한 근무시간 위반을 빌미로 정직 1주일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같은 해 9월에는 소송에 필요한 증언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동료직원을 협박했다는 이유로 박씨에게 견책처분을 내렸다. 10월에는 박씨를 기존 전문 업무에서 빼 비전문 업무에 배치했고, 12월에는 박씨의 직무를 정지하고 대기 발령했다.

박씨는 회사의 이 같은 보복성 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재판 중인 법원에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에서는 회사가 성희롱 피해자에게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는지, 피해자에 대한 인사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성희롱 가해자인 직장 상사 B에 대해서만 1000만원의 배상책임만을 인정했다.

2심은 회사의 사용자 책임과 비전문 업무배치로 부당 발령한 책임을 인정해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동료 C에 대한 정직처분과 피해자 박 씨에 대한 견책처분, 대기발령 처분은 정당한 인사조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씨와 동료 C에 대한 회사의 인사조치가 모두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불리한 인사조치가 성희롱 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해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등을 고려해 불법성을 따져야 한다"며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인사조치가 성희롱과 관련이 없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회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명경(아이사랑변호사닷컴)의 임희정(38·사법연수원 42기) 변호사는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법적인 책임을 차치하고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거나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다. 또한 개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 조직 구성원 사이의 불화를 야기하고 근로의욕을 저하시켜 근로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상당한 경제적, 사회적 폐해를 가져온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성희롱 관련 피해근로자 등이 폭넓게 권리구제를 받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법무법인 명경 임희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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