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3호는 '수급인(원사업자)이 하도급대금의 2회분 이상을 하수급인(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지 않아 하수급인이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요청한 때에는 도급인(발주자)이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은 제1항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수급인(원사업자)에 대한 도급인(발주자)의 채무와 하수급인(수급사업자)에 대한 수급인의 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봅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

​① 발주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수급사업자가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수행을 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그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 [개정 2014.5.28] [[시행일 2014.11.29]]

​1. 원사업자의 지급정지·파산,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사유가 있거나 사업에 관한 허가·인가·면허·등록 등이 취소되어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로서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

​2.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 간에 합의한 때

​3. 원사업자가 제13조제1항 또는 제3항에 따라 지급하여야 하는 하도급대금의 2회분 이상을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

​4. 원사업자가 제13조의2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

② 제1항에 따른 사유가 발생한 경우 원사업자에 대한 발주자의 대금지급채무와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의 채무의 소멸시기에 관해 대법원은 제14조 제1항의 문언상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의 3자 간에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불이 합의된 경우라도 수급사업자가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를 시행하고 발주자에게 그 시공한 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에 비로소 수급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직접 지급청구권이 발생함과 아울러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하도급대금의 범위 안에서 소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0717판결).​

하수급인이 도급인에게 공사대금을 청구했더라도 수급인에게 별도로 증액된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2014다38678)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006년 A사는 경북 경산시에서 아파트 공사를 했습니다. ​이 공사는 B사가 C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것이어서 C사가 도급인이고 B사는 수급인, A사는 하수급인이었습니다. ​C사는 A사에 일정한 금액의 하도급대금은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했고, B사도 A사에 별도로 하도급대금을 증액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C사가 하도급대금을 2회분 이상 주지 않자 A사는 C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C사가 최초의 공사대금만 인정하고 증액 대금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B사를 상대로도 증액 대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하수급인이 도급인을 상대로 전소를 제기해 직접지급 요청을 했기 때문에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증액대금에 관한 채무가 소멸했다"며 A사에 패소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민사3부는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소송(2014다3867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A사가 그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하도급법상 증액대금의 직접지급을 요청했다고 보게 되면 A사로서는 증액대금에 관한 권리행사나 대금회수가 사실상 곤란해지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업약정과 직접지급 합의의 경위와 내용, 증액대금에 관한 변경계약의 경위, 증액대금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했던 주장, 하수급인의 진정한 의사와 도급인이 인식한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보면, A사는 C사에 도급인이 하수급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하도급대금을 청구한 것이고, 그것이 동시에 증액대금에 관한 하도급법상 직접지급청구권의 발생요건인 하도급법 제14조 1항 제3호에 따른 직접지급의 요청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의 입법취지는 하수급인들의 보호와 이를 통한 사회경제적 손실 방지입니다.

위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사업약정과 직접지급 합의의 경위와 내용, 증액대금에 관한 변경계약의 경위, 증액대금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했던 주장, 하수급인의 진정한 의사와 도급인이 인식한 내용 등을 고려하여 하수급인이 도급인에게 한 하도급대금청구가 증액대금의 청구는 아니라고 보아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증액대금채무가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하수급인을 보호하고자하는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의 입법취지를 잘 살린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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