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종관의 태양광산업 토크]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미국이 우리 태양광 수출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미 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태양광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기로 했다. 삼성·LG 등 외국산 세탁기도 함께 묶었다.

우리 수출품에 대한 미 정부의 세이프티가드는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철강 제품에 발동한 지 16년 만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태양광 제품의 경우 2.5기가와트 기준을 초과할 경우 1년 차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했다. 2.5기가와트 이하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모듈은 용량에 상관없이 무조건 관세 대상이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와 태양광 업계가 화들짝 놀랐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 회의실에서 국내 세탁기 및 태양광 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미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 대책회의’를 열어 즉각적인 대응을 했다.

우리 정부 WTO 제소 등 강력 반발

이 자리에서 김 본부장은 “미국 정부가 수입 태양광, 세탁기를 대상으로 시행한 세이프가드와 관련해 부당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후 업계 영향 및 향후 대응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필자는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은 우리 통상 정책의 허점 이전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연방정부 셧다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몽니로 해석한다. 다만 세탁기나 태양광의 경우 대미 의존도가 높아 실질적인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민관이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 문제는 기업이 제아무리 용을 쓴다 해도 기업 힘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 정부는 유럽연합(EU)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응키로 하는 등 세이프가드 발동을 예측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EU 집행위원회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7차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무역위원회를 개최하고 보호무역주의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한-EU FTA를 기반으로 보호무역주의에 적극 대응하고 특히 미국의 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 움직임에 대해 양측이 공조키로 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G20,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등 다자경제통상회의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유럽연합과 美 보호무역주의 공동 대응 천명

이에 앞서 우리 정부와 태양광 업계는 구랍 6일 오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열린 ‘태양광 셀·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 공청회’에 참석해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저극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USTR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별도로 보고하게 돼 있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된 자리다.

우리 정부는 공청회 발언을 통해 수입규제 조치로 인한 가격 상승은 막대한 비용 증가를 초래할 것임을 강조했다. 또 한국산 태양광 셀과 모듈이 미국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란 점을 설명했다.

필자는 태양광 전문가로서 이같은 우리 정부의 대응은 시기적절하고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번 사달의 원인제공자인 미국 서니바(Suniva), 솔라월드(Sloarworld) 등 제소자 측은 쿼터와 관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강력한 수입 제한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통한 우회 수입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미국의 태양광 전지 대미 수출 비중은 말레이시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다. 국내에서 생산된 태양광 전지의 70% 정도가 미국으로 수출됐는데 대미 수출액은 13억 달러에 이른다. 이중 LG전자와 한화큐셀 12억 달러(약 1조4000억원)어치를 팔아 사실상 독점을 했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의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입을 손실을 대비해 시장 개척을 서두르고 있다. 내수 시장은 호기가 될 수 있다. 해외 물량이 내수로 풀리면서 가격 인하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수 태양광 시장은 오히려 활기를 띨 가능성도 있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과 맞물려 내수시장 활성 가능성

이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과 맞물려 가시적인 기대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태양광,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 7%에서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중 1메가와트 이하 발전소가 95% 이상 차지한다. 그만큼 소규모 발전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정부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2030년까지 현재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15기가와트의 3배가 넘는 약 49기가와트 발전소가 필요하다. 이는 매년 3~4기가와트 발전소가 지속적으로 세워져야 한다는 의미다. 태양광은 이중 30기가와트다.

30기가와트란 숫자는 내수시장 확대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세계 1위의 태양광 셀‧모듈업체인 한화큐셀의 내수시장 비율은 5~10%대. 이번 세이프가드와 신재생에너지 로드맵과 맞물려 내수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이는 한화솔라파워 설립을 통해서도 유추가 가능하다. 이 회사는 한화그룹 계열사로 국내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개발‧운영하기 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광 기업에게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분명 위기다. 그러나 내수 시장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기술력이 강한 경원솔라텍 같은 강소 태양광 기업과 동반성장을 한다면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로드맵에 큰 기여를 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 박종관 경원솔라텍 대표이사

[박종관 대표]
- 태양광산업발전포럼 회장
- 태양광규제개혁연구회 회장
- 태양광설비 전문기업 경원솔라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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