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집값이 심상치 않습니다. 매물이 자취를 감추며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 계약금을 받은 집주인이 위약금을 내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 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집주인의 행동을 우리법은 해약금에 따른 해제라고 표현합니다. 이때 해약금이란, 계약에서 해방되기 위하여 지급하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부동산계약서에는 이러한 “해약금에 의한 계약해제”를 명문화하고 있지만, 부동산계약서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더라도,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해약금에 의한 계약해제”가 인정됩니다.

민법 제565조 (해약금)

① 매매의 당사자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매매계약서를 확인하면 대체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을 때에는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결국, 중도금지급 또는 중도금이 없으면 잔금 지급전에 해약금에 의한 계약해제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를 “이행착수 전에 해약금에 의한 계약해제가 가능하다.”고 표현합니다.

이렇듯 매도인이 해약금에 기초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경우, 매수인의 입장에서 매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매도인의 해약금 해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이러한 매도인의 일방적 해약금 해제가 유효한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안(92다31323)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매도인 B는 매수인 A에게 B소유 토지를, 계약금 3억 5천만 원, 총 매매대금 34억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토지를 지나치게 저가에 판 것이 판명되어 B는 A에게 계약의 합의해제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A는 위 합의해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B는 A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해약금으로 상환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습니다(이하 ‘1차 해제표시’). 그리고 계약금의 배액인 금 7억 원 중 위약금에 대한 법인세 및 방위세 합계 금 1억 5백만 원을 공제한 금액을 특정일까지 수령할 것을 최고하면서 위 기한 내에 이를 수령하지 아니할 경우 공탁하겠다고 통지하였습니다.

그러자 A는 중도금 지급기일 전에 중도금의 일부인 2억 원을 일방적으로 B의 계좌에 입금하였습니다. 그에 대응하여 B는 위 해약금 5억 9천 5백만 원 및 위 입금액 2억 원 합계 7억 9천 5백만 원을 피공탁자 A로 하여 공탁하였습니다(이하 ‘2차 해제표시’). 그러자 A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B를 상대로 이 사건 토지 소유권 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 2심 법원은 B의 1차 해제표시에 대하여는,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매수인이 계약금 배액의 수령거절의 의사표시를 명백히 하지 아니한 이상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만으로는 부족하고 매수인에게 계약금배액을 제공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들에게 위 계약금 배액을 제공하지 아니한 채 한 해제는 민법 제565조에 따른 적법한 해제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B의 2차 해제표시에 대하여는, “민법 제565조의 이행의 착수라 함은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고, 채무의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 있어서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의 착수를 할 수 있는 것인데, A가 같은 달 16. 중도금의 일부로 금 200,000,000원을 B의 거래은행 구좌에 무통장 입금시킨 행위는 민법 제565조에서 말하는 이행에 착수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B가 같은 달 19. 위와 같은 돈을 공탁하였다고 하여도, A가 이행을 착수한 이후여서 민법 제565조에 의한 해제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B가 이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함과 동시에 또는 그 이후에 민법 제565조에 의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B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1, 2심 법원은 “매도인 B의 1차 해제표시는 효력이 없고, 매수인 A가 중도금 지급기일 전 중도금 일부를 계좌이체한 행위는 계약 이행의 착수이므로, 매도인 B의 2차 해제표시 역시 효력이 없다”는 판단 아래, 매수인 A의 매매에 기한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즉 대법원은 피고 매도인 B의 상고를 인용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B가 한 1차 해제표시에 의하면, B는 A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은 합의해약이 성립되지 않아 부득이 민법 제565조에 의거 계약해제를 통지하니 계약보증금의 2배에 해당하는 변제금을 같은 해 7. 18.까지 수령하라고 되어 있고, 지참서류로서 인감증명서 1부(변제금수령용), 사용인감계 1부, 계좌입금의뢰서 1부를 든 다음, 변제금을 기한내에 미수령시는 공탁처리한다고 되어 있는바, 그렇다면 그 취지는 B는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할 준비를 하고, A에게 이 해약금영수에 관한 증빙서류를 제시하면 그 돈을 A의 계좌에 입금시키고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공탁의 방법으로라도 지급하겠다는 것으로서, 결국 해약금을 제공함에 있어 그 영수증을 청구한 것과 다를 바 없어서, B가 엄격한 회계처리가 요구되는 공법인인 점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경우에도 해약금의 이행의 제공이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것으로서 적법한 해약금의 제공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도, 이와 같이 B가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며, 그 기한을 넘기면 공탁하겠다고 통지를 한 이상, 중도금 지급기일은 매도인인 피고를 위하여서도 그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고,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매수인인 A는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A는 B의 의사에 반하여 이행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고, A가 그 이행기 전에 더욱이 B가 정한 해약금 수령기한 이전에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하여도 B의 계약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A가 서둘러 중도금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아니하는 금 200,000,000원을 B의 은행거래 구좌에 일방적으로 입금시킨 것은 B의 계약해제권을 소멸시키고자 한 것으로서 통상적인 계약의 이행이라고 볼 수 없고, 또 이와 같은 A의 행위는 B가 제공하는 해약금의 수령을 거절할 의사를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계약금의 배액을 제공하고 하여야 할 것이나, 이 해약금의 제공이 적법하지 못하다면 해제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 안에 적법한 제공을 한 때에 계약이 해제된다고 볼 것이고, 또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는 경우에는 그 공탁원인사실에 계약해제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상대방에게 그 공탁통지가 도달한 때에는 계약해제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매도인 B의 1차 해제표시가 유효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위 1차 해제표시로 인해 중도금 이행기 전 이행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생겼으므로 매수인 A의 이행기 전 중도금 일부 지급을 이행의 착수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매수인 A의 이행의 착수가 없는 이상, 매도인 B의 2차 해제표시가 유효하므로, 매수인 A의 이전등기청구는 기각함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위 사안에서 매수인 A는 매도인 B의 해약금 해제 차단에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구체적인 상황에 맞게 법리를 응용한 행동을 한다면 매도인의 일방적 해약금 해제를 차단할 방법은 있습니다.

가령 이 사안과 달리, 매도인 B의 1차 해제표시가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았거나, 매도인 B의 공식적인 1차 해제표시 도달 전에 매수인 A가 중도금 일부를 이체하였다거나, 매도인 B가 총 중도금의 일부가 아닌 중도금 전체를 지급함으로써 통상적인 계약의 이행으로 평가받을 행동을 하였다면, 판례의 결론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의 매도, 매수인 분들께서는 위와 같은 판례사안을 참작하시어 적절한 행동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어내시길 바랍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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